출입금지였던 ‘왕의 방’···고종이 머물던 덕수궁 즉조당 열린다[주말의 취향]

배문규 기자 2026. 6. 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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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즉조당 재현 집기의 모습. 아름지기 제공

‘주말의 취향’은 지면에 다 담기 어려운 문화 현장의 소식들을 풀어서 전합니다. 마음은 가볍게, 생각은 깊이 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합니다.

문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는 공간들이 있습니다. 문화재인 궁궐 전각 안쪽 방이 그렇고, 한남동 골목의 갤러리들도 그렇습니다. 이번 주말 그런 공간들을 조금 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서울 중구 덕수궁과 용산구 한남동에서 각각 열립니다.

덕수궁 즉조당, 장인의 손길로 채운 방
즉조당 내부 전시 모습. 아름지기 제공

평소 밖에서만 들여다보던 덕수궁 즉조당 안으로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립니다. 비어 있던 궁궐의 방에 병풍과 평상, 경상, 촛대와 화로가 놓였습니다. 장인들의 손으로 다시 만든 집기들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당시 궁궐의 일상을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습니다.

덕수궁 즉조당 특별전 ‘장인의 손과 도구를 만나다’는 국가유산청·재단법인 아름지기가 주최하고, 에르메스가 후원하는 전시입니다. 이들은 2015년부터 ‘궁궐 전각 내부 집기 재현사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전통 장인들이 유물을 실견·고증해 궁궐 내부 집기를 재현한 뒤, 다시 궁궐 전각 안에 배치하는 내용입니다. 2015년 덕수궁 함녕전을 시작으로 덕수궁 즉조당, 경복궁 사정전의 내부 집기를 재현했고, 현재는 경복궁 근정전을 대상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2018~2021년 제작된 즉조당 내부 재현 집기 11종 14점을 중심으로 꾸려졌습니다. 즉조당은 아관파천 이후 고종이 덕수궁으로 돌아온 뒤 집무와 생활이 함께 이뤄졌던 공간입니다. 전시에선 고종이 신하와 함께 정사를 보던 장면을 떠올릴 수 있도록 왕의 자리와 신하의 자리를 함께 재현했습니다.

일월오봉병(왼쪽)과 철제은입사촛대의 모습. 일월오봉병은 현재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리고 있는 ‘반화, 상서로운 마음’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아름지기 제공

즉조당에 들어서면 먼저 백수백복도 병풍이 눈에 들어옵니다. 서로 다른 ‘수(壽)’와 ‘복(福)’ 자가 반복된 병풍 앞에는 왕이 앉았을 평상과 붉은 옻칠의 경상이 놓여 있습니다. 좌우에는 좌등이 서 있고, 철제은입사촛대와 손화로, 유제등경, 왕골방석 같은 집기들이 방 안의 쓰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하나씩 들여다보면 사람의 동작이 함께 떠오릅니다.

전시는 재현 집기뿐 아니라 보수 과정도 함께 보여줍니다. 최교준 입사장이 제작한 즉조당 철제 은입사촛대는 그의 제자인 신선이 입사장 이수자가 함께 보수했습니다. 함녕전 일월오봉병 보수에는 권오창 화백과 김용신 배첩 전문가가 참여했습니다. 대청에서는 이 과정을 담은 영상 3편을 볼 수 있고, 우측방에서는 장인들의 작품과 실제 작업 도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덕수궁 즉조당에서 열립니다. 전시 관람은 무료지만, 덕수궁 입장료는 내야 합니다. 관람객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시 정각 안내해설사의 인솔에 따라 즉조당 안으로 들어가 전시를 볼 수 있습니다. 점심시간인 오후 12~1시는 운영하지 않고, 월요일은 휴관합니다.

한남동 갤러리, 토요일엔 조금 가볍게
타데우스 로팍의 알렉스 카츠 개인전 ‘스터디스’(Studies) 전시 모습. 타데우스 로팍 제공

한남동 갤러리라고 하면 괜히 문턱이 높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현대미술, 비싼 그림, 고급스런 외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들어가도 되는지 망설여지는 것이죠. 그런 부담을 조금 내려놓고 갤러리를 산책하듯 둘러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한남동 일대 갤러리들이 함께하는 공동 프로그램 ‘한남 새터데이즈’가 13일 처음 열립니다. 한남동에 자리한 갤러리들이 같은 날 각자의 전시와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지역 기반 프로그램입니다. 별도의 큰 행사를 새로 만드는 대신, 현재 각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전시를 중심으로 관람 경험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참여 갤러리는 갤러리박, 디아 컨템포러리, 두아르트 스퀘이라, 에스더쉬퍼, 핌, 갤더스, 리만머핀, 마이어리거울프, 뉴스프링프로젝트, 라니서울, 타데우스 로팍, 디스위켄드룸 등 12곳입니다. 한남동 일대에 흩어진 전시를 하루 동안 하나의 동선처럼 이어볼 수 있습니다.

행사 당일 각 갤러리에서는 전시 관람과 함께 도슨트 투어, 작가와의 만남, 아티스트 토크, 오프닝 리셉션, 리딩 코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모든 전시와 프로그램은 무료이며,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됩니다.

참여 갤러리들은 이번 첫 회를 시작으로 프로그램을 이어가며, 한남동 일대를 예술적 교류 공간으로 넓혀간다는 계획입니다. 꼭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 아니어도, 거리를 걷다 마음에 드는 갤러리가 보이면 잠시 들어가봐도 좋겠습니다.

‘한남 새터데이즈’ 포스터.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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