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굿당 향 사라지고 초록 향기… 주민곁 돌아온 불암산 계곡

이종우 2026. 6. 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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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0여년 불법설치 무속시설 철거
남양주시 ‘애기봉 둘레길’ 정비 완료
채석장 유래 안내 등 스토리텔링 더해

굿당 불법건축물이 철거된 불암산 계곡이 오솔길과 자연석으로 정비돼 있다. 2026.6.11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향긋한 풀 내음과 싱그러운 산들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단정하게 정비된 흙길과 오솔길 사이로 맑은 계곡물이 시원하게 흘러내린다.

과거 무속인들의 무분별한 기도처와 굿당으로 얼룩졌던 남양주시 별내동 불암산 계곡이 마침내 본연의 청정함을 되찾았다.

남양주시가 지난해 3월부터 총 2억원을 투입해 추진한 ‘불암산 애기봉 둘레길 정비사업’이 지난달 26일 마무리됐다. 지난 10일 찾은 식송마을 위 애기봉 둘레길 일대는 숲길 원형 보전사업을 통해 과거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쾌적한 휴게공간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불암산에서 나온 자연석으로 오솔길을 만들었다. 2026.6.11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과거 이곳은 무속인들이 밤낮없이 피워댄 촛불과 향 연기로 몸살을 앓던 곳이다. 불법 설치된 화장실의 오수가 비만 오면 계곡으로 흘러들어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기도 했다. 불암산 일대에는 불법 건축물 55개소가 난립해 있었고, 훼손 면적은 91만여㎡에 달했다. 그러나 굿당과 불법 시설물이 모두 철거된 지금 계곡은 주민들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힐링 산책로로 변모했다.

둘레길과 오솔길은 인공 시설물 설치를 최소화했다. 주변 자연석을 활용해 돌계단과 돌의자를 만들었고, 산책로는 야자매트와 흙길로 조성해 자연 지형을 최대한 보전했다. 굿당이 있던 자리는 석축과 마사토를 활용한 단정한 쉼터로 바뀌었다.

이번 정비사업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스토리텔링’이다. 애기봉 둘레길 곳곳에는 불암산 화강암 채석장의 유래를 담은 안내 요소를 배치해 걷는 재미를 더했다. 불암산의 상징인 두꺼비바위 앞에서는 관리 작업도 한창이었다. 과거 촛불과 향 연기에 검게 그을렸던 바위에 최근 누군가 남긴 낙서가 발견되면서 현장 직원들이 훼손 흔적을 지우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불암산 계곡의 두꺼비바위에 새겨진 낙서를 공사업체 직원들이 제거하고 있다. 이 바위는 과거 굿당과 기도처로 이용되며 향과 촛불 연기에 검게 그을렸던 곳이다. 2026.6.11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현장에서는 다가올 장마철에 대비한 수해 예방 작업도 진행되고 있었다. 시는 주민 의견을 반영해 계곡과 연결된 도로 구간의 배수시설을 확충하는 공사를 병행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식송마을 주민은 “예전에는 밤낮으로 진동하는 향 냄새와 화재 위험 때문에 산에 오를 엄두도 못 냈는데 이제는 산에 오르면 새소리와 풀 내음만 가득하다. 불암산 계곡을 온전히 주민 품으로 돌려받은 기분”이라며 깊은 소회를 전했다.

불암산 계곡 오솔길에 야자나무 매트로 산책길을 조성해 놓았다. 2026.6.11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40여 년간 굿당과 각종 불법 건축물로 몸살을 앓았던 불암산 애기봉 둘레길은 이제 시민들을 위한 ‘초록빛 치유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편 남양주시는 별내동 불암산 일대에 40여 년간 무단 조성된 불법 굿당과 무속 관련 시설물 55개소에 대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행정대집행을 실시(2025년11월24일자 8면 보도)했다. 이후 폐기물 수거와 주변 정비까지 마무리하면서 훼손됐던 계곡과 숲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남양주/이종우 기자 ljw@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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