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한반도 미래에 도움되길”…탈북 예술인의 꿈

KBS 2026. 6. 13. 08:3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북한을 떠날 때의 두려움, 남한 사회에 정착하며 느낀 낯설음을 예술로 풀어내는 탈북민들이 있습니다.

분단의 현실과 자유에 대한 소망, 고향에 대한 기억이 그림이 되고 시로 쓰여졌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남과 북의 삶을 이해하는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정미정 리포터가 탈북민 예술인들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파스텔빛 하늘 아래, 아담한 집 한 채가 놓여 있습니다.

달빛 아래 흐릿하게 남은 북녘 고향의 모습은 돌아갈 수 없는 집을 향한 화가의 마음을 비추는 듯합니다.

이 시의 한 소절엔 탈북이란 선택이 영영 이별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고스란히 녹아있는데요.

이런 작품들은 남과 북의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박근희/남북통합문화센터 문화공감팀 연구원 : "지금 제 뒤에 있는 그림들처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기도 하고요. 혹은 고향에 대한 기억을 담기도 하죠. 이외에도 풍경화, 자연, 이런 것들을 그리시는 분들도 있고요. 북한 인권이나 시사적인 부분을 다루는 작가님들도 많이 있습니다."]

탈북민 예술가들은 고향에 대한 기억과 정착 과정에서 느낀 감정을 그림과 문학으로 풀어내고 있는데요.

그 중 안수민 작가는 집이라는 주제로 북녘의 풍경과 그리운 마음을 작품에 담아냈습니다.

탈북민 안수민 작가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곳.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17점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집’입니다.

[안수민/화가/탈북민 : "제가 고향이 함경북도 회령인데요. 돌아갈 수 없는 옛집에 대한 것들을 가지고 와서 재해석하는 작품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고향에 있는 집, 그리움의 집들을 그리기도 하고..."]

작품 속 ‘집’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서 출발했지만, 관람객들에겐 누구에게나 있는 따뜻하고 안락한 마음속 보금자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최희영/관람객 : "북쪽 하면 어둡고 무섭고 저희 어린 시절에도 그런 허름하고 이런 느낌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수채화처럼 따뜻하다 그리고 이제는 어린 시절 남쪽으로 오셨으니까 집에 대한 그리움 이런 것들도 느껴지고요."]

안 작가의 작품에 그리움만 투영된 것은 아닙니다.

잔잔한 물속으로 스며드는 빛처럼, 북한에서 자유를 향한 소망도 담겨 있습니다.

[안수민/화가 : "잔잔한 물속에서 뭔가 하늘을 바라봤을 때 빛이 이렇게 투과돼서 나오는, 빛이 보이는 그런 장면을 묘사한 거거든요. 그래서 뭔가 빛 하면 밝고 사람들이 자유를 소망하는 그런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미술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접했던 안수민 작가.

열일곱의 나이에 남한에 와서도 붓을 놓지 않았고,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넓혀 왔습니다.

[안수민/화가 :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작품들이 잘 그렸다고 평가받거든요. 북한에서는. 그런데 한국에서는 잘 그려진 것도 중요하지만 작가가 어떤 의도로 그 작품을 완성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가 중요하죠."]

이제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분단과 평화를 주제로 관객들과 만나며 잊지 못할 순간들을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안수민/화가 : "자기도 앞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다는 (외국인) 친구가 있었어요. 저는 굉장히 그때 감동을 많이 받았고... "]

그 기억은 다시 작업실로 이어집니다.

캔버스 앞에 앉은 안 작가는 고향의 풍경을 색과 구도로 표현해냅니다.

["색감은 회령이 백살구가 유명해요. 그래서 살구 이미지 같은 것도 생각나고..."]

몽환적인 색채와 기하학적 형태로 풀어낸 그림들.

그의 작품은 북녘 고향을 이야기하는 그만의 또 다른 언어가 되고 있습니다.

탈북민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그림뿐 아니라 문학으로도 이어집니다.

고향을 떠나 남한 사회에 정착하기까지의 시간, 그 사이 느낀 낯섦과 그리움을 시로 풀어낸 이명애 시인.

그의 삶은 어떤 시로 태어났을까요.

2017년 등단 이후, 북한에서의 삶과 남한 정착 과정에서의 경험을 시로 기록해 온 이명애 시인.

시를 쓰게 된 계기는 남한에서 받은 한 질문이었습니다.

[이명애/시인/탈북민 : "여기도 사람 살기 힘들다 여기도 보통 아니다 사람 사는 게. 그런데 왜 굳이 고향을 떠나와서 이 고생을 하냐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북한을 알리겠다는 마음은 배움으로 이어졌고, 일과 대학 공부를 병행하며 시 창작을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첫 작품엔 시인의 자전적 이야기가 기록됐습니다.

["사형수도 아닌데 저들은 왜 나를 향해 총을 겨눌까요. 나는 왜 목숨 걸고 도망쳐야 할까요. 휘어진 버드나무 아래 죄 없는 유혼들이 소용돌이칩니다."]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도 시 속에 담았는데요.

["(민족 최대 명절에만 구경했던 들쩍지근한 그 기막힌 벽돌과자.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니 그마저도 그립다. 그런데 작가님 벽돌과자가 뭐예요?) 과자는 과자인데 너무 딱딱해서 씹어지질 않아요. 입으로 씹히지를 않으니까 (북한) 사람들이 벽돌처럼 딱딱하니까 벽돌과자라고 이름 지어 놓은 거죠."]

평안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명애 시인은 1990년대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을 겪었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극도의 생활고를 겪으며 2005년 탈북해 이듬해 대한민국에 왔습니다.

말로는 이루 설명하기 어려웠던 삶의 고단함은 또한 ‘젓가락질’이란 시로 태어났는데요.

[이명애/시인 :"젓가락질을 못 가르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젓가락질로 먹을 음식이 없었던 거야. 그냥 밥에다 국 말아서 그거면 만족한 거예요."]

지난해 출간한 시집의 제목은 ‘환승’입니다.

시인은 환승이란 한 단어 안에 자신의 삶을 빗대었습니다.

[이명애/시인 : "환승은 사전적 의미가 다른 노선이나 교통수단으로 갈아탄다 이런 의미잖아요. 그런데 저는 사회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로 환승을 했어요. 갈아탄 거거든요. 갈아탔는데 갈아탄 세월이 이제는 거의 20년이 됐잖아요. 그래도 저는 아직도 환승 중이라고 생각해요."]

이명애 시인의 시는 탈북민의 삶과 북한 사회의 현실을 전하는 문학적 증언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남북통합문화센터는 탈북민 작가들을 계속해서 발굴해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박근희/남북통합문화센터 문화공감팀 연구원 : "문학 작품의 기능 중에 중요한 것이 바로 간접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의 삶이 어떨지 고민이 어떨지를 저희가 책을 통해서 문학 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이죠."]

탈북민 예술인들 붓끝, 펜끝에서 만들어지는 예술에는 한가지 간절한 바람이 녹아있습니다.

[안수민/화가 : "먼저 온 통일로서 계속해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이런 전시가)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할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명애/시인 : "(시를) 계속 쓰고 또 다른 사람들도 쓰고 이러다 보면 누군가는 관심을 가지고 누군가는 귀를 기울이지 않겠나. 그럼 그게 통일로 가는 길이 되지 않겠나 그런 바람으로 제가 계속 쓰고 있어요."]

그림과 시로 이어가는 마음의 길.

그곳에서 통일의 미래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유튜브, 네이버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