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으로 넘어간 한라봉 묘목...“南과 선택적 협력은 가능”
“대북정책에 중대한 시사점”

최근 제주도와 북한 간의 접촉 사실이 전해진 가운데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이후로도 여전히 남북 교류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적대적 두 국가 간이라도 ‘통일 지향적이지 않은’ 방식의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은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12일 ‘적대와 교류의 병행:북·제주 접촉이 보여주는 북한의 대남전략’ 보고서에서 “ ‘적대적 두 국가론=남북교류의 종언’으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이 실제로 폐기한 것이 모든 형태의 접촉과 협력인지, 아니면 통일을 전제로 한 특정한 형태의 교류인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 2023년 말부터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워 남북 관계를 재정의해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영토·영해·영공을 규정하는 조항을 만들라고 지시했고, 실제로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 제15기 1차 회의에서 이를 헌법에 반영했다. 기존 헌법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관계’나 ‘교전국 관계’ 등으로 규정했던 표현은 삭제됐고 대신 북한의 영토를 규정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조국 통일’ 등 남북이 하나의 국가 또는 민족임을 전제로 한 표현도 사라졌다.
박 연구위원은 “남북관계를 일반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재규정한 북한이 철저한 손익계산에 따라 선택적 협력을 수용하는 외교적 실용주의를 작동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남북협력사업 일환으로 의료기기, 산림방제 약품, 한라봉 묘목 등 1억6000만 원 상당의 물품이 중국 다롄항을 경유해 지난달 북한 남포항에 도착했다고 지난 8일 밝힌 바 있다. 북한 측 조선장애자후원회사와 지난 2월 초부터 진행한 협력이 기반이 됐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은 물품 수령 이후 의례적인 공식 회신이나 방북 초청 같은 후속 조치는 일절 취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지원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으로의 확대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결국 “북한은 협력의 수용을 관계개선과 등치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박 위원의 결론이다. 박 위원은 “지방정부와의 제한적 협력은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실익을 확보할 수 있는 채널”이라고 설명하면서 “교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국가가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실용적 정책 수단으로 그 성격이 변모한 만큼, 향후 한국의 대북정책 설정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덧붙였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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