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연꽃·해바라기…여름이 건네는 향긋한 꽃내음 따라 떠나자
부여 궁남지는 ‘연꽃 명소’로 유명
태백 구와우마을선 해바라기 향연
벚꽃이 봄을 상징한다면 수국과 연꽃, 해바라기는 여름의 절정을 수놓는 꽃들이다. 이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짧게는 몇주, 길어도 한두 달이다. 올여름엔 꽃이 이끄는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초여름 물들이는 수국 여행
6월이 되면 전국 곳곳이 수국으로 물든다. 파란색과 보라색, 분홍색 꽃송이가 둥근 구름처럼 피어나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수국 군락이 물결치듯 흔들린다. 수국은 토양의 산도에 따라 꽃색이 달라지는 특징이 있어 같은 품종이라도 지역마다 전혀 다른 색감을 드러낸다.
제주 남부의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은 매년 수국 축제가 열리는 제주 대표 수국 여행지다. 돌담을 따라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굽이진 산책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꽃바다 한가운데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든다. 검은 돌담과 푸른 수국의 대비는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초여름 정취다.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도 빼놓을 수 없다. 바다와 숲이 만나는 공간에 수국이 겹겹이 피어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큰수국과 산수국이 번갈아 등장해 걷는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국은 특히 비가 내리거나 갠 직후 더욱 매력적이다. 꽃잎 위에 맺힌 물방울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젖은 잎사귀는 짙은 초록빛을 띤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는 특유의 푸른빛과 보랏빛이 한층 깊어져 맑은 날과는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연꽃 향기 따라 걷는 여름 아침
수국이 화려한 색채로 시선을 붙잡는다면 연꽃은 잔잔한 아름다움으로 마음을 머물게 한다. 넓게 펼쳐진 연잎 사이로 꽃 한 송이가 천천히 피어나는 모습은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충남 부여의 궁남지는 가장 먼저 이름이 오르는 연꽃 명소다. 백제 무왕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전해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정원이다. 계절이 무르익으면 넓은 연못이 연꽃으로 가득 채워진다. 연못 가장자리를 따라 걷다 보면 초록빛 연잎 사이로 분홍빛 꽃들이 얼굴을 내밀고, 한결 느긋한 시간이 흐른다.
경기 양평의 세미원은 연꽃과 수련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수련은 물 위에 조용히 떠 있고, 연꽃은 수면 위로 곧게 꽃대를 올린다. 서로 다른 자태의 꽃들이 어우러져 색다른 매력을 만들어낸다.
전남 무안의 회산백련지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분홍 연꽃 대신 순백의 백련이 연못을 가득 채운다. 하얀 꽃잎은 은은하게 빛나고, 연못 전체가 흰빛으로 물든 모습은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축제 기간에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연꽃은 이른 아침 꽃잎을 활짝 열고 오후가 되면 서서히 오므라든다. 조금 일찍 길을 나선다면 도시의 소음 대신 새소리와 바람 소리가 흐르는 하루의 가장 고요한 시간을 만날 수 있다.
노란 물결 속으로, 해바라기 여행
장마가 지나고 강한 햇살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해바라기의 계절이 찾아온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꽃들이 일제히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드는 광경은 여름이 가장 뜨겁게 빛나는 순간을 보여준다.
해바라기는 보통 7월 중순부터 8월 초 사이 절정을 맞는다. 전북 고창의 학원관광농장은 국내 해바라기 여행지의 상징처럼 꼽힌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수만 송이의 꽃이 같은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는 모습은 거대한 군무를 연상시킨다.
강원 태백의 구와우마을도 여름이면 노란 꽃물결로 뒤덮인다. 해발이 높은 고원지대에 자리해 한여름에도 비교적 시원하게 둘러볼 수 있으며, 산자락을 따라 펼쳐진 해바라기밭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져 개방감을 선사한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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