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 24시] 제네시스 첫 출전 ‘24시간 멈추지 않는 레이스’, 알고 보면 더 재밌다
총 62대가 한 트랙서 질주…클래스별 경쟁도 관전 포인트
186명 드라이버가 교대로 주행
24시간 동안 가장 멀리 달린 차가 우승
제네시스, 예선서 두 대 모두 톱10…첫 하이퍼카 도전 주목
완주만으로도 의미 있는 ‘레이싱 국가대표’의 새 이정표
![1975년 6월 14일 프랑스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르망 24시간 레이스 출발 장면. [게티이미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ned/20260613080216347ewlk.jpg)
[헤럴드경제(르망)=정경수 기자] 축구에 월드컵이 있다면, 자동차 경주에는 ‘르망 24시’가 있다. 이름은 낯설 수 있지만 세계 모터스포츠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그만큼 높다. 단순히 빠른 차를 가리는 대회가 아니라 24시간 동안 자동차와 드라이버, 정비팀, 전략팀의 한계를 모두 시험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내구 레이스다.
르망 24시간 본선 경기가 13일(현지시간) 오후 4시 프랑스 르망 인근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다. 한국시간으로는 13일 오후 11시에 시작한다.
1923년 시작돼 10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온 대회로, 현재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월드 인듀어런스 챔피언십(WEC)의 핵심 경기로 치러진다.
WEC 시즌 중 한 경기이지만 르망 24시간만큼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상징성을 갖는다. 르망 24시간의 무게는 WEC 포인트 배점에서도 드러난다. 일반 WEC 경기보다 훨씬 많은 챔피언십 포인트가 걸려 있어 시즌 전체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무대다. 르망 우승이 단순한 단일 경기 승리를 넘어 제조사와 팀의 시즌 목표를 좌우하는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올해 대회에는 총 62대의 경주차가 출전한다. 차량 한 대당 드라이버 3명이 배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186명의 드라이버가 하루 동안 교대로 운전대를 잡는 셈이다. 차들은 정해진 랩 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동안 누가 더 멀리 달렸는지를 겨룬다. 경기 종료 시점에 전체 참가 차량 중 가장 많은 랩을 돈 차가 종합우승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르망은 ‘빠른 차’만으로 이길 수 없다. 보통 5000㎞가 넘는 거리를 달려야 하는 만큼 연료 관리, 타이어 전략, 차량 내구성, 드라이버 체력, 정비팀의 피트 스톱까지 모두 맞아떨어져야 한다. 대략 한 시간 안팎으로 연료 보충을 하고, 타이어는 노면 상태와 팀 전략에 따라 교체 시점을 조율한다. 한 번의 피트 스톱 실수, 작은 부품 문제, 사고 상황에서의 판단 하나가 순위를 크게 바꿀 수 있다.
![2023년 6월 9일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페라리 챌린지 레이스에서 차량들이 주행하고 있다. [게티이미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ned/20260613080216823rgid.jpg)
대회가 열리는 라 사르트 서킷도 특별하다. 총 길이는 13.626㎞로 일반 서킷보다 훨씬 길고, 일부 구간은 실제 일반 도로를 활용한다. 노면 상태가 일정하지 않고 고속 구간이 많아 차량에 큰 부담을 준다. 대표 구간인 ‘뮬산 스트레이트’는 과거 시속 400㎞가 넘는 속도를 기록할 정도로 르망의 상징으로 꼽힌다. 지금은 안전을 위해 시케인이 설치됐지만, 여전히 엔진과 차체 내구성을 시험하는 핵심 구간이다.

르망을 더 재미있게 보려면 ‘여러 등급의 차가 한 트랙에서 동시에 달린다’는 점을 알아두면 좋다. 올해 대회는 하이퍼카 18대, LMP2 19대, LMGT3 25대가 함께 달린다. 최상위 하이퍼카가 종합우승을 노리는 동안 양산 스포츠카 기반의 LMGT3 차량은 자기 클래스 안에서 순위를 다툰다. 빠른 차가 느린 차를 추월해야 하고, 느린 차는 자기 경쟁을 하면서도 상위 클래스 차량을 비켜줘야 한다. 초보자에게는 복잡해 보이지만, 바로 이 멀티 클래스 경쟁이 르망의 묘미다.
하이퍼카 클래스에는 차를 만드는 방식이 다른 두 종류의 경주차가 함께 달린다. 하나는 제조사가 더 많은 부분을 직접 개발하는 LMH, 다른 하나는 일부 공통 부품을 활용해 비용 부담을 낮춘 LMDh다. 출발점이 다른 차들이 같은 클래스에서 경쟁하는 만큼, 주최 측은 출력과 무게 등을 조정해 성능 차이를 일정 수준으로 맞춘다. 이를 BoP라고 부르는데, 특정 브랜드가 기술이나 비용 차이로 일방적으로 앞서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드라이버 운영도 르망의 핵심이다. 차량 한 대에는 3명의 드라이버가 배정되고, 한 사람이 6시간 주기 안에서 4시간 이상 운전할 수 없으며 전체 누적 주행 시간도 14시간을 넘길 수 없다. 24시간 동안 누가 언제 타고, 언제 쉬며, 어느 시점에 가장 빠른 드라이버를 투입할지까지 모두 전략의 일부다. 그래서 르망은 차의 싸움인 동시에 사람과 팀 운영의 싸움이기도 하다.
경기 중 사고나 차량 고장에 따른 운영 변수도 크다. 르망에서는 전통적인 세이프티카뿐 아니라 특정 구간 속도를 제한하는 슬로우 존, 전체 차량의 속도를 통제하는 가상 세이프티카 등이 활용된다. 이때 피트에 들어갈지, 트랙에 남아 시간을 벌지에 따라 순위가 크게 바뀔 수 있어 레이스 막판까지 긴장감이 이어진다.
![1964년 6월 22일 프랑스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르망 24시간 레이스 출발 장면. 드라이버들이 트랙을 가로질러 자신의 차량으로 달려가는 전통적인 ‘르망식 출발’을 하고 있다. 앞쪽에는 폴 포지션의 존 서티스가 페라리 330P 19번 차량으로, 리치 긴터가 포드 GT40 Mk.1 11번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게티이미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ned/20260613080217340qajw.jpg)
우승 개념도 두 가지다. 같은 등급 안에서 1위를 하면 ‘클래스 우승’이다. 반면 전체 62대 가운데 24시간 동안 가장 많은 랩을 돈 차는 ‘종합우승’을 차지한다. 종합우승은 사실상 최상위 등급인 하이퍼카 클래스에서 나온다. 하이퍼카는 르망과 WEC에서 가장 빠르고 기술 수준이 높은 차량들이 경쟁하는 최고 등급이다.
제네시스가 도전한 무대가 바로 이 하이퍼카 클래스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은 GMR-001 하이퍼카로 르망 24시간과 FIA 세계내구선수권에서 종합우승을 다투는 최상위 등급에 처음 나선다. GMR-001은 LMDh 기술 규정을 기반으로 개발된 경주차다. LMDh는 지정된 섀시와 공통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활용하면서도 제조사의 엔진과 디자인 역량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올해 하이퍼카 클래스의 경쟁 구도도 흥미롭다. 페라리는 최근 르망에서 강세를 보이며 4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토요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르망을 지배했던 전통 강자다. 올해는 기존 하이퍼카를 손보며 다시 우승권 경쟁을 노린다. BMW와 캐딜락, 푸조, 알핀, 애스턴마틴도 가세했다. 반면 포르쉐는 올해 하이퍼카 클래스 명단에서는 빠졌다. 다만 LMGT3 클래스에는 포르쉐 911 GT3 R이 출전해 별도의 클래스 우승 경쟁을 벌인다.
![영국 모터스포츠 전설 스털링 모스가 2001년 6월 16일 프랑스 라 사르트에서 열린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앞서 ‘레전드 레이스’에서 과거 르망식 출발을 재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ned/20260613080217859jlxp.jpg)
결승을 앞두고 치러지는 예선도 볼거리다. 르망은 연습 주행과 예선을 거쳐 최종적으로 ‘하이퍼폴’에서 상위권 출발 순서를 정한다. 한 바퀴를 얼마나 빠르게 도느냐도 중요하지만, 르망의 본질은 그 이후다. 24시간 동안 같은 속도를 유지하고, 차를 끝까지 살리고, 피트 전략을 흔들림 없이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르망에서는 예선 순위보다 결승 운영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
앞서 11일 제네시스는 예선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은 하이퍼폴1을 통과한 데 이어 최종 예선 격인 하이퍼폴2까지 치렀고, 두 대 모두 톱10에 들었다. 최종 결과 19번 차량은 6위, 17번 차량은 9위에서 본선을 출발하게 됐다. 첫 르망 출전이자 신생팀의 데뷔 시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GMR-001 하이퍼카의 단일 랩 경쟁력을 보여준 결과로 평가된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GMR-001 하이퍼카가 지난 4~7일 프랑스 르망에서 진행된 2026 FIA 세계내구선수권(WEC) 르망 테스트에서 주행하고 있다. [제네시스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ned/20260613080218131rjcp.jpg)
한국 브랜드의 르망 도전이 이번이 완전히 처음인 것은 아니다. 쌍용자동차는 1996년 쌍용 배지를 단 WR LM94로 르망 사전 예선에 도전한 바 있고, 제네시스 역시 지난해 LMP2 클래스 프로그램을 통해 내구 레이스 경험을 쌓았다.
다만 2026년의 의미는 다르다. 제네시스가 FIA 세계내구선수권(WEC) 시즌 전체에 처음 참가하는 동시에, 종합우승을 겨루는 최상위 하이퍼카 클래스에 자체 개발 경주차 GMR-001로 나서는 첫해이기 때문이다. 낮은 클래스에서 경험을 쌓는 단계를 넘어, 페라리·토요타·BMW 등 세계적인 제조사들과 같은 무대에서 정면으로 경쟁하는 첫 시즌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1970년 6월 13일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르망 24시간 레이스 출발 장면. 헬무트 켈러너스의 북미 레이싱팀 인터내셔널 페라리 512S 10번 차량이 알파로메오 T33/3 차량들에 앞서 출발하고 있다. [게티이미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ned/20260613080218420rstj.jpg)
이 때문에 첫 도전부터 우승을 기대하기보다 완주와 데이터 확보가 현실적인 목표다. 르망 24시간은 경험이 절대적인 무대다. 밤새 달리는 동안 온도와 노면이 계속 바뀌고, 갑작스러운 비나 사고, 세이프티 카 상황도 변수로 작용한다. 잘 달리던 차가 마지막 몇 시간에 멈춰서는 일도 적지 않다. 르망에서 “완주만 해도 역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제네시스는 한국 자동차 브랜드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최고 내구 레이스의 최상위 클래스에 이름을 올렸다. 경주차에는 한국 브랜드의 디자인 정체성과 기술력이 함께 담긴다. 축구 국가대표가 월드컵 무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듯, 르망에서는 경주차가 그 나라 자동차 산업의 기술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안고 달린다.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4년 11월 WRC 일본 랠리가 진행된 나고야 토요타 스타디움의 토요타 가주레이싱팀 서비스 파크에서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ned/20260613080218837pdsx.jpg)
이 같은 도전의 배경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결단도 자리하고 있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 사장은 지난해 ‘제네시스 모터스포츠 프리미어’ 행사에서 “제네시스를 모터스포츠에 진출시키자고 최고경영진에 제안했고, 단 사흘 만에 답변이 왔다”며 “결론은 ‘해보자’였다”고 회상했다.
정 회장은 앞서 2018년 CES(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에서도 “마차를 끄는 말만 필요한 것이 아닌, 전쟁에서 잘 싸우거나 잘 달리는 경주마도 필요하다”고 말하며 고성능차 개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제네시스의 르망 도전은 단순한 레이스 참가를 넘어, 고성능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키우려는 현대차그룹의 장기 전략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르망과 같은 내구레이스는 브랜드 이미지뿐 아니라 실제 차량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24시간 동안 고속 주행을 이어가면 엔진과 모터, 배터리, 브레이크, 냉각 시스템, 타이어 등 차량 주요 부품이 극한 조건에 놓인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고성능 양산차의 내구성, 열관리, 주행 안정성, 효율 개선에 활용될 수 있다. 동시에 완성차 브랜드 입장에서는 ‘극한 환경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전 세계 팬과 소비자에게 보여줄 수 있어, 고성능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도 크다.
세계 자동차 브랜드들이 24시간 동안 기술과 체력, 전략을 겨루는 무대에 한국 대표 브랜드가 함께 섰다. 월드컵에서 국가대표를 응원하듯, 이번에는 프랑스 르망을 달리는 ‘레이싱 국가대표’ 제네시스를 지켜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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