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일군 사과밭…하루아침에 황무지로

김민지 기자 2026. 6.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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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 ‘과수화상병’ 첫 발생…피해농가 가보니
애지중지 사과나무 모두 매몰
재식 제한 길어 농사 접을 처지
청정지역 충남 연속 발병 ‘비상’
외부인력 출입 최소화 등 고삐
충남 홍성지역에서 사상 처음으로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은 사과 재배농가 최모씨가 11일 씁쓸한 표정으로 매몰 처리 중인 과원을 바라보고 있다.

11일 찾은 충남 홍성군 금마면 최모씨(74) 과원은 공사판을 방불케 하는 황무지로 변해 있었다. 홍성에서 사상 처음으로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은 지 일주일 만인 이날, 매몰 후 땅고르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년간 정성껏 키운 사과나무는 온데간데없고 굴착기만 굉음을 내며 과원을 오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씨는 연신 가슴을 쳤다.

40년 넘게 사과농사를 지어왔다는 최씨는 3일 열매솎기(적과) 작업을 하던 중 가지가 까맣게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으며, 옆 가지까지 연이어 고사한 것을 보고 화상병일 수 있다는 생각에 방제당국에 신고했다.

3월말부터 네차례나 방제를 하며 애지중지 키웠으나 4일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으로부터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아 0.9㏊ 규모 과원의 사과나무 700여그루를 전부 땅에 묻어야 했다.

최씨는 “적어도 2년은 땅을 묵힌 뒤에야 다시 심을 수 있고, 새 묘목을 심고도 4년은 키워야 겨우 수확할 수 있는데 그때면 내 나이가 여든이 된다”며 “손주들이 한창 공부할 나이라 뒷바라지하고 있었는데, 사실상 농사를 접어야 할 처지”라고 한탄했다.

그동안 화상병 청정지역으로 꼽히던 홍성까지 뚫리면서 충남 전역의 과수농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농진청에 따르면 올해 화상병은 5월14일 충북 충주 사과농가에서 처음 나타난 이후 11일 기준 100농가 41.3㏊로 확산했다. 전년 동기(87농가 33.3㏊)보다 발생 농가수는 15%, 면적은 24% 늘었다. 신규 발생 시·군도 홍성을 비롯해 경기 고양, 충북 보은, 충남 공주, 세종시 5곳으로 확대됐다.

특히 충남 내 확산 경로가 예사롭지 않다. 이미 예산 12농가(5.5㏊), 공주 3농가(1㏊)에서 발생한 데 이어 홍성까지 발생지역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에 따라 인근 농가들은 방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예산군 오가면에서 0.7㏊ 규모로 사과를 재배하는 한 농가는 “이웃 홍성에서까지 최초 발생했다니 너무나 불안하다”면서 “예산군농업기술센터·농협에서 공급받은 약제를 수시로 살포하고 예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정가위 등 작업 도구나 여러 지역을 오가는 작업자를 통해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발생지와 떨어진 지역 농가들도 외부 인력 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태안군 태안읍에서 8.9㏊ 규모의 사과 과원을 운영하는 문중현씨(50)는 화상병 유입을 우려해 최근 예정됐던 2차 적과 작업에 외부 인력을 투입하지 않기로 했다. 문씨는 “외부 인력은 숙련도가 높지만 도내 여러 농가를 오가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다”며 “작업 도구도 새로 교체하고 다소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태안지역 주민들로만 작업단을 꾸려 일을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농진청도 추가 확산 저지를 위해 긴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승돈 농진청장은 이날 신규 발생지역 중 한곳인 공주시 유구읍 사과농가를 찾아 예찰·방제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이 청장은 “기온이 26∼28℃에 머무는 날이 지속되면 균 활동이 활발해지는 화상병 특성상 앞으로 2주가 최대 고비로 보인다”면서 “경계태세를 늦추지 말고 현장 대응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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