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일군 사과밭…하루아침에 황무지로
애지중지 사과나무 모두 매몰
재식 제한 길어 농사 접을 처지
청정지역 충남 연속 발병 ‘비상’
외부인력 출입 최소화 등 고삐

11일 찾은 충남 홍성군 금마면 최모씨(74) 과원은 공사판을 방불케 하는 황무지로 변해 있었다. 홍성에서 사상 처음으로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은 지 일주일 만인 이날, 매몰 후 땅고르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년간 정성껏 키운 사과나무는 온데간데없고 굴착기만 굉음을 내며 과원을 오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씨는 연신 가슴을 쳤다.
40년 넘게 사과농사를 지어왔다는 최씨는 3일 열매솎기(적과) 작업을 하던 중 가지가 까맣게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으며, 옆 가지까지 연이어 고사한 것을 보고 화상병일 수 있다는 생각에 방제당국에 신고했다.
3월말부터 네차례나 방제를 하며 애지중지 키웠으나 4일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으로부터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아 0.9㏊ 규모 과원의 사과나무 700여그루를 전부 땅에 묻어야 했다.
최씨는 “적어도 2년은 땅을 묵힌 뒤에야 다시 심을 수 있고, 새 묘목을 심고도 4년은 키워야 겨우 수확할 수 있는데 그때면 내 나이가 여든이 된다”며 “손주들이 한창 공부할 나이라 뒷바라지하고 있었는데, 사실상 농사를 접어야 할 처지”라고 한탄했다.
그동안 화상병 청정지역으로 꼽히던 홍성까지 뚫리면서 충남 전역의 과수농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농진청에 따르면 올해 화상병은 5월14일 충북 충주 사과농가에서 처음 나타난 이후 11일 기준 100농가 41.3㏊로 확산했다. 전년 동기(87농가 33.3㏊)보다 발생 농가수는 15%, 면적은 24% 늘었다. 신규 발생 시·군도 홍성을 비롯해 경기 고양, 충북 보은, 충남 공주, 세종시 5곳으로 확대됐다.
특히 충남 내 확산 경로가 예사롭지 않다. 이미 예산 12농가(5.5㏊), 공주 3농가(1㏊)에서 발생한 데 이어 홍성까지 발생지역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에 따라 인근 농가들은 방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예산군 오가면에서 0.7㏊ 규모로 사과를 재배하는 한 농가는 “이웃 홍성에서까지 최초 발생했다니 너무나 불안하다”면서 “예산군농업기술센터·농협에서 공급받은 약제를 수시로 살포하고 예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정가위 등 작업 도구나 여러 지역을 오가는 작업자를 통해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발생지와 떨어진 지역 농가들도 외부 인력 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태안군 태안읍에서 8.9㏊ 규모의 사과 과원을 운영하는 문중현씨(50)는 화상병 유입을 우려해 최근 예정됐던 2차 적과 작업에 외부 인력을 투입하지 않기로 했다. 문씨는 “외부 인력은 숙련도가 높지만 도내 여러 농가를 오가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다”며 “작업 도구도 새로 교체하고 다소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태안지역 주민들로만 작업단을 꾸려 일을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농진청도 추가 확산 저지를 위해 긴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승돈 농진청장은 이날 신규 발생지역 중 한곳인 공주시 유구읍 사과농가를 찾아 예찰·방제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이 청장은 “기온이 26∼28℃에 머무는 날이 지속되면 균 활동이 활발해지는 화상병 특성상 앞으로 2주가 최대 고비로 보인다”면서 “경계태세를 늦추지 말고 현장 대응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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