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2.0' 보여준 체코전... 철저한 기준-미움받을 용기-고지대 대비[월드컵 초점]
[과달라하라(멕시코)=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이 체코에 역전승을 거두며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부터 승리를 따냈다.
선임 과정에서의 비판뿐만 아니라, 그저 이름만 불려도 팬들의 비판을 받을 정도였던 홍명보 감독은 흔들리지 않은 기준과 그동안의 철저한 준비, 중요한 순간에 발휘한 기지로 12년 전 브라질 월드컵의 홍명보가 더 이상 아님을 체코전에서 보여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은 12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11시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체코와의 경기에서 황인범과 오현규의 연속골로 2-1 짜릿한 역전승을 해냈다.
후반 14분 체코가 오른쪽에서 블라디미르 초우팔이 롱스로인을 했고 주장 라디슬라프 크레이치가 뒤에서 달려들어오며 문전에서 높은 타점의 헤딩 선제골을 가져갔다.
실점 후 이르게 한국의 동점골이 나왔다. 후반 22분 이강인의 중원에서 침투 스루패스를 이어받은 황인범이 뒷공간을 파고들어 박스 안에서 골키퍼가 튀어나오자 침착하게 한번 접은 후 오른발 칩슛으로 빈골대에 동점골을 넣었다.
후반 35분에는 백승호의 중원에서 오른쪽 황인범을 향한 패스를 황인범이 박스안 오른쪽에서 낮은 크로스를 했고 문전에서 오현규가 달려 들어와 왼발을 갖다 대 거짓말 같은 역전골을 만들어 한국이 2-1 역전승했다.
한편 오현규는 고열을 수반한 탈수 증세를 겪었음에도 체코전 득점을 해냈다고 알려졌다. 송준섭 대표팀 수석주치의와 백정국 의무팀장이 경기 다음날 회복훈련 후 이에 대해 자세히 밝혔다.
오현규는 체코전 당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고열과 탈수로 고통받았다고. 다행히 의료진이 준비한 치료를 받고 점심 이후 회복하기 시작했고, 경기장 도착 시에 거의 제 컨디션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의료진에 따르면 미국에서 멕시코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여러 선수들이 비슷한 탈수 증상을 겪었다고 한다. 거기에 압박감과 책임감이 더해져 발열까지 있을 수 있다는 것. 다행히 의료진이 이런 고지대 관련 문제들을 예상해 후속 치료로 선수들을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었다.

송준섭 수석주치의는 "홍명보 감독님이 고지대 적응에 힘써야 한다는 명확한 판단을 해주셔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잘 관리할 수 있었다. 그 노력이 체코전에서 잘 나타난 듯하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월드컵 개최지의 특수성을 고려해 조별리그 과달라하라의 해발 고도 1570m 고지대 적응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아왔다. 이에 국내 출정식 평가전을 생략하고 5월 중순부터 미국 솔트레이크로 고지대 적응 훈련을 떠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그것이 체코전에 제대로 적중한 것.
이뿐만 아니라 선발 라인업과 경기 중 용병술에서 홍 감독의 기준과 용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의 공헌도가 아닌, 현재 가장 잘하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기용하겠다는 부임 초기부터 세운 기조를 잘 유지했다. 부상으로 지난해 9월부터 소집된 골키퍼 김승규는 이날 체코전에 선발 출전해 경기 막바지 결정적인 선방으로 팀을 구했고, 리그에서의 최근 폼을 바탕으로 깜짝 선발한 중앙 수비수 이기혁은 체코전에서 준수한 활약으로 공수 양면에서 빛났다.
무엇보다 체코전의 백미는 선발 출전한 손흥민을 빼고 투입한 오현규가 역전 결승골을 넣은 것.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을 빼고 득점하지 못하거나 실점했다면 더 큰 비판을 받았을 홍 감독이지만, 정말 절묘한 교체카드 적중으로 팬들의 마음에 '사이다' 같은 승리를 선사했다.
물론 조별리그 멕시코전, 남아공전이 남아있고 이제 월드컵 한 경기를 했다.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의 교훈을 아로새기고, 두 번째 월드컵을 누구보다도 독하게 준비한 홍명보 감독의 노력이 일단 체코전에서 행동과 결과로 드러날 수 있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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