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뺄 때만 해도 의심했다…커리어 내내 1차전은 못 이기던 홍명보, '강심장 승부수' 스스로 악몽 탈출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홍명보 감독이 줄기차게 따라다니던 개막전 징크스를 냉정한 결단 한번으로 풀어냈다.
과거 연령별 대표팀부터 성인 대표팀에 이르기까지 홍명보 감독은 메이저 국제대회 첫 경기마다 승리와 연을 맺지 못했다. 이번에도 같은 그림이 반복될 것으로 보였던 순간 꺼내든 카드가 한국 축구를 구했다.
홍명보호는 지난 12일 멕시코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체코를 2-1로 꺾었다. 후반 중반까지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으며 값진 승점 3점을 챙긴 한국은 순조로운 출발에 성공했다.
홍명보 감독 역시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혔던 1차전 약세를 털어냈다. 돌이켜보면 홍명보 감독은 유독 메이저 대회 첫 경기와 인연이 없었다. 2009 이집트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는 카메룬에 0-2로 패했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도 북한전 패배로 출발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멕시코와 0-0으로 비겼고, 2014 브라질 월드컵 첫 경기 역시 러시아와 1-1 무승부에 머물렀다.
물론 1차전 무승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 건 아니다. U-20 월드컵에서는 1차전 패배에도 8강에 올랐고, 홍명보호 역사상 최고 성과를 낸 런던 올림픽 역시 갈수록 안정감을 찾은 끝에 동메달 획득의 역사를 썼다.
그렇다고 개막전 무승 징크스를 이번 월드컵까지 끌고갈 필요는 없었다. 이제는 첫 경기부터 명쾌하게 출발해야 했고, 체코를 상대로 승점 3점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이날도 한동안 과거의 악몽이 재현되는 듯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도 결정력 부족에 시달렸고, 후반 14분 상대 스로인 상황에서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에게 헤더 선제골을 허용했다. 반드시 잡아야 할 첫 경기에서 패배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홍명보 감독이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24분 모두를 놀라게 하는 결단을 내렸다. 주장 손흥민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오현규를 투입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패배 위기에 몰렸는데 주장이자 에이스를 교체하는 선택은 상당한 부담이 따르는 승부수였다. 실패했다면 모든 비판의 화살이 감독에게 향할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망설이지 않은 선택이 완벽하게 적중했다. 손흥민을 대신해 들어간 오현규가 황인범의 날카로운 크로스에 맞춰 몸을 던지는 슬라이딩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경기 흐름을 뒤집은 핵심 카드가 그대로 적중한 순간이었다.
홍명보 감독의 용병술은 체코전 역전승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 해외에서도 큰 화제를 모은 교체카드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해설위원이자 전 크리스털 팰리스 공격수인 클린턴 모리슨은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모리슨은 "처음에는 손흥민을 빼고 오현규를 투입한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홍명보 감독이 옳았다"며 "이런 판단을 내리기 위해 감독들이 큰 책임과 압박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이번 승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며 "실점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공격 지역에서 높은 완성도와 강한 정신력을 보여줬다. 이 정도 경기력이라면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충분하다"라고 전망했다.


이제 한국 축구의 월드컵 역사가 홍명보 감독에게 힘을 실어준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이 의미 있는 성과를 냈던 대회들은 대부분 첫 경기에서 승점을 확보했던 공통점이 있다. 그만큼 첫 경기의 의미는 크다.
12년 전 브라질에서 첫 경기 승리를 놓치며 끝내 실패했던 홍명보 감독은 이제 없다. 과감한 결단으로 흐름을 바꾸는 지도력을 바탕으로 이제 개최국 멕시코를 상대로 2연승 도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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