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에 패션업계 지각변동…“작아진 몸에 옷장부터 바꾼다” [김연하의 킬링이슈]

김연하 기자 2026. 6.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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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에 美 연간 의류지출 20조 증가 전망
XL·XXL 수요 줄고 작은 사이즈 판매 늘어
국내서도 ‘슬림핏’ 키워드 떠올라
“감량 후 ‘새로운 나’ 찾으며 소비로 연결”
챗GPT 생성 이미지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가 확산되면서 패션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체중 감량에 성공한 소비자들이 새로운 옷을 구매하면서 의류 소비가 늘어나는 한편, 작은 사이즈 의류 수요가 증가하는 등 업계 전반에서 구조적 변화가 감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외신 등에 따르면 번스타인 리서치는 GLP-1 사용 확산에 따라 새 옷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연간 의류 지출이 최대 130억 달러(약 19조 7700억 원)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전체 의류 판매량도 연간 1~4%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위고비를 1년간 사용할 경우 일반적으로 체중이 10~20% 감소하고, 이에 따라 의류 사이즈가 1~5단계 줄어들 수 있다는 가정에 기반한 분석이다. 번스타인은 소비자가 사이즈가 한 단계 줄어들 때마다 평균 5~8벌의 의류를 새로 구매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의류산업 전문 자문회사 서카나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사용자 10명 중 8명은 체형 변화로 인해 새로운 의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 중 55%는 이미 새 옷이나 신발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카나는 “비만 치료제가 패션 산업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며 “GLP-1 사용은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소비자의 스타일과 소비 행태를 바꾸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이즈 수요 변화도 뚜렷하다. 데이터 분석 기업 임팩트 애널리틱스가 미국 리테일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2년 대비 2024년 여성 하의 기준 26 이하 사이즈 수요는 3%포인트 증가했다. 남성 하의에서는 XL·XXL 수요가 3%포인트 감소했으며, 여성 보정속옷 시장에서도 XL 사이즈 수요가 1.8%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임팩트 애널리틱스는 이처럼 체형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패션 기업들의 재고 운영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만 치료제 확산으로 특정 사이즈 수요가 급격히 변하면서 재고 구성과 상품 기획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빅사이즈 의류 시장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 대표 플러스 사이즈 여성복 브랜드인 토리드 홀딩스는 지난해 4분기 순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플러스 사이즈 전문 브랜드인 DXL 역시 지난해 회계연도 총매출이 6.9% 줄었다.

이는 런웨이에서도 확인된다. 보그 비즈니스가 2026년 가을·겨울(FW) 시즌 182개 패션쇼 및 프레젠테이션에서 공개된 7817개 의상을 분석한 결과, 일반 사이즈(미국 기준 0~4) 비중은 전 시즌 97.1%에서 97.6%로 확대됐다. 반면 중간 사이즈(미국 기준 6~12)는 2.0%에서 2.1%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고, 플러스 사이즈(미국 기준 14 이상)는 0.9%에서 0.3%로 감소했다. 보그 비즈니스는 “플러스 사이즈 비중이 사이즈 포용성을 추적하기 시작한 3년 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관련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패션 플랫폼 29CM에 따르면 지난달 ‘슬림핏 티셔츠’ 키워드 검색 상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슬림핏 블라우스 거래액도 147% 이상 늘었다. 업계에서는 체형 변화와 함께 몸매를 드러내는 실루엣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상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마르그리트 르 롤랑 유로모니터 글로벌 패션 인사이트 매니저는 “현재까지 GLP-1 치료제의 확산은 패션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체중 감량 과정에 있는 소비자들이 이른바 ‘새로운 나(new me)’ 심리에 따라 기존 옷장을 정리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찾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라며 “긍정적으로 달라진 신체 이미지와 줄어든 사이즈, 혹은 변화 중인 몸에 대한 인식은 새로운 옷에 대한 소비 의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사제보다 저렴하고 복용이 간편한 알약 형태까지 등장할 경우, GLP-1 치료제는 한층 더 대중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더 많은 소비자들이 운동에 들이는 시간과 헬스·피트니스 용품에 대한 지출을 줄이는 대신 유니클로와 코스(COS)처럼 트렌디한 오버사이즈 실루엣을 선보이는 브랜드 등에 지갑을 열면서 이들 기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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