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집 TV·전축 위엔 항상 레이스 덮개가…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2]
[그거사전 - 102] 그 시절 전축 덮어놨던 레이스 깔개 ‘그거’
![레딧 유저가 올린 TV 위 레이스 ‘도일리’. 해당 게시물의 카테고리는 노스탤지어. 만국공통의 추억이다. [레딧/@MeatNGrit]](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mk/20260613065101784lwgs.png)
도일리는 17세기 말 영국 상인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런던의 포목상이었던 도일리(Doiley)는 저렴하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의 양모 직물을 판매했다. 그가 만든 장식용 냅킨이 인기를 얻으며 도일리 냅킨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시간이 지나면서 냅킨이 생략되고 도일리가 장식용 깔개를 뜻하는 용어로 정착됐다. 매번 느끼는 건데, 정작 중요한 단어부터 생략되는 경향이 있다.
나프롱(napperon)은 프랑스어다. 중세 프랑스어로 작은 식탁보를 뜻하는 naperon에서 유래했다. 식탁용 덮개를 뜻한다. 재미있게도 naperon이란 단어가 영어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관형사 a가 붙은 a napron [어 나프롱]이 an apron [언 에이프런]으로 발음되며 새로운 단어로 분화했다. 에이프런, 즉 앞치마 되시겠다.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빅토리아 메이드 풍 복장. 앞치마(에이프런)와 머리띠(헤드 드레스) 일체로 판매하는데 남성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상의 어둠은 깊다. [아마존]](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mk/20260613065103101ezud.png)
나라마다 도일리의 디자인과 발전 방향이 다르다. 우선 영국. 전쟁통에도 홍차는 마셔줘야 하는 티타임의 민족답게, 도일리는 찻잔 받침 밑에 까는 필수 소품이었다. 그래서 티 도일리나 샌드위치 도일리 등 용도별 이름이 따로 존재하는 편이다. 흰색 면이나 린넨, 실크로 만들었고 주로 원형의 형태를 띤다. 장미 덩굴, 방사형 도형으로 우아함을 표현하는 데에 치중했다.
![챗GPT로 생성한 각국의 도일리 문양의 특징. [챗GPT]](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mk/20260613065104373xtgq.png)
특히 미니멀한 장식용 받침과는 별개로 식탁, 협탁, 소파, 피아노 같은 가구는 물론 브라운관 TV, 오디오 전축, 비디오테이프(VHS) 플레이어 등 가전제품의 상부를 덮는 덮개, 장식보의 형태로도 발전했다. 브라운관 TV가 대중화되던 시기에는 ‘TV 나프롱(Le napperon de télévision)’을 만들어 상부를 덮는 것이 유행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일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레이스 테이블 러너 도일리. [라쿠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mk/20260613065105674vymr.png)
이 시기의 재봉·자수 교육이 여성을 억압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자수(刺繡)는 가부장제의 영향력이 강하던 시기에 여성들이 옛 질서에 맞서지 않으면서 경제적 자립과 사회 진출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수단이 됐다.
2024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에서 열린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을 기획한 박혜성 학예연구사는 “보수적인 부모들이 회화나 조각 공부는 허락해주지 않아도 자수 공부는 허락해준 덕분에, 적지 않은 한국 여성들이 도쿄 여자미술전문학교 자수과로 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라고 했다.³ 이들은 후일 한국으로 돌아와 전통 자수로 집안을 일으키고, 현대자수로 예술적 성취를 이뤄냈다. 부산 피난 시절 자수계에 발을 들인 한상수는 ‘여성들의 취미 정도로 취급받은 자수를 공예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공을 인정받아’ 1984년 최초의 국가무형유산 자수장(80호)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자수장 故 한상수(1935~2016) [국가유산진흥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mk/20260613065108284izsa.png)
![1970년대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전신)의 장미표 모사 505혼방사 광고. 제일모직의 원단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했는데, 이중 505혼방사 제품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제품이었다. [제일모직]](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mk/20260613065109681owsz.png)
1958년 10월 여의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내막을 다룬 신문 기사⁵를 읽어보면 생계 수단으로서의 뜨개질이 보편적인 개념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사에서는 피해자인 25세 여성에 대해 “육 남매의 맏이이자, 전년도에 부모를 여의고 동생들을 친척 집에 맡긴 후 부산에 내려가 뜨개질(편물 編物)을 하며 동생들의 생활비를 보태고 있었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60~70년대 들어 뜨개질은 처절한 생계가 아닌 주부의 일상으로 진입한다. 1974년 동아일보의 ‘여가활용하는 부녀교실’이란 기사는 “한가한 낮시간을 이용, 가정주부들이 무료로 특기를 익히고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손뜨개·홈데코의 유행과 함께 도일리 역시 당시 집안 풍경 속으로 스며들었다. 당시 여성 잡지에서는 부록으로 도일리 도안 코너가 정기 연재될 정도였다.

![조용철 동아일보 기자, 1974년 2월 26일. ‘여가활용하는 부녀교실’. 부녀교실에서 뜨개질 기술을 배우고 잇는 가정주부들 사진이 보인다. 기사의 시작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한가한 낮시간을 이용, 가정주부들이 무료로 특기를 익히고 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mk/20260613065112292tzlg.png)
![구글 트렌드 ‘뜨개’ 항목 관심도 변화. [구글 트렌드]](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mk/20260613065113554fpfi.png)
할머니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뜨개질은 최근 들어 2030 세대의 대중적인 취미로 부상했다. 뜨개 전문 상점이 서울 백화점에 대규모 팝업 스토어를 열었고, 극장에서는 뜨개를 하며 영화를 관람하는 ‘뜨개상영회’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공산품이 아닌 나만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욕구와 디지털 도파민 중독의 반대급부로 명상하듯 향유하는 느린 취미에 대한 소구가 겹치는 지점에 뜨개질이 있다는 게, 언론 기사와 전문가들의 평가다.
![온라인 숍에서 판매하는 ‘불안한 뜨개인’ 티셔츠. 뜨개인들이 질색하는 발언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나도 떠줘 △옷값 안 들겠다 △내 거는? △팔아도 되겠네. [마플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mk/20260613065114795ybnb.png)
도일리 역시 명멸하는 유행 속에서 부침(浮沈)을 반복했다.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1941~)는 도일리와 같은 전통적 홈 데코 아이템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조명한 사람 중 한명이었다. 190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그녀는 수공예·자수·도일리 등을 자주 소개했는데, 특히 종이 도일리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마샤 스튜어트의 도일리 펀칭 도구는 인기를 끌었다.
![이은형 경향신문 기자, 1997. 1월 14일자, ‘추억의 손뜨개질 부활’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mk/20260613065116101jdsa.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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