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세웠더니 ‘완벽’해진 우리 집

김지윤 기자 2026. 6. 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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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던 시대는 끝났다… ‘가벽’이 바꾼 집의 풍경
최근 인테리어 시장에는 필요에 따라 설치하고 옮길 수 있는 가벽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인테리어 플랫폼과 SNS에는 아치형 가벽과 루버 가벽, 이동식 파티션을 활용한 공간 연출 사례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오늘의집(@헤일리일곱식구) 제공

세 아이를 키우는 김현지씨(가명)는 최근 30평대 구축 아파트 안방 한가운데 가벽을 세웠다. 사춘기에 접어든 첫째와 초등학생인 둘째가 같은 방을 쓰면서 다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사를 하기에는 부담이 컸고,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기에도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고민 끝에 온라인에서 가벽을 주문해 설치했고, 그 결과 하나의 방은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뉘었다. 김씨는 “시선을 가려주는 정도일 거로 생각했는데, 새롭게 인테리어를 한 느낌이다. 아이들도 자기 공간이 생겼다며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공간 따라 달라지는 가벽의 매력

한때 좋은 집의 기준은 ‘얼마나 넓어 보이느냐’였다. 벽을 허물고 공간을 연결하는 오픈형 구조는 세련된 인테리어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대다수의 신축 아파트 또한 개방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최근 인테리어 시장에 흥미로운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설치하고 옮길 수 있는 가벽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인테리어 플랫폼과 SNS에는 아치형 가벽과 루버 가벽, 이동식 파티션을 활용한 공간 연출 사례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리빙 크리에이터 황유리씨(@h_h.moment)도 가벽의 효과를 경험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신축 아파트 입주 당시 문틀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는 이를 가리기 위해 가벽을 설치했다. 예상보다 인테리어 효과가 크자 안방과 드레스룸을 구분하는 가벽까지 추가로 설치하며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대표적인 공간은 침실이다. 침대 헤드 뒤에 가벽을 세워 침실과 파우더 공간을 구분하거나 작은 드레스룸을 만드는 방식이다. 잠을 자는 공간과 옷을 갈아입는 공간이 분리되면서 고급 호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특히 젊은 세대의 호응이 높다.

리빙 크리에이터 황유리씨도 가벽의 효과를 경험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신축 아파트 입주 당시 문틀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는 이를 가리기 위해 가벽을 설치했다. 예상보다 인테리어 효과가 크자 안방과 드레스룸을 구분하는 가벽까지 추가로 설치하며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황씨는 “집이 훨씬 정돈돼 보이고 공간마다 기능이 생겨 활용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주방 역시 가벽 수요가 높은 공간이다. 아일랜드 식탁 앞에 가벽을 설치한 리빙 인플루언서 한소희씨는 “조리도구와 생활용품이 늘 노출되는 것이 신경 쓰여 설치했는데, 방문하는 이들로부터 집 전체가 훨씬 깔끔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주방은 그대로인데 공간의 인상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가벽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관 앞 가벽은 작은 복도를 만들어 생활 공간이 바로 노출되지 않게 하고, 별도의 서재가 없는 가정은 거실 한쪽에 가벽을 세워 작은 업무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주부 최해진씨는 “가족들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생겼다”며 “작은 벽 하나가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더라”고 했다.

리빙 인플루언서 한소희씨(@dayandhome)는 “조리도구와 생활용품이 늘 노출되는 것이 신경 쓰여 설치했는데, 방문하는 이들로부터 집 전체가 훨씬 깔끔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주방은 그대로인데 공간의 인상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면적보다 중요해진 영역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다시 벽을 세우기 시작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배경을 집의 역할 변화에서 찾는다. 과거 집은 하루의 끝에 머무는 휴식 공간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의 집은 훨씬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일하고, 공부하고, 운동하고, 취미를 즐기고, 때로는 콘텐츠를 촬영하는 공간이 됐다. 집 안에서 이뤄지는 활동이 늘어나면서 하나의 공간이 감당해야 하는 기능도 크게 많아졌다.

반면 집의 면적은 그만큼 넓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더 큰 집을 찾기보다 기존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넓이를 늘리는 대신 하나의 공간을 용도별로 구획하는 인테리어 업계 용어인 ‘조닝(Zoning)’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거의 기준이 면적에서 활용도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생활방식의 변화는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했다. 과거에는 가족이 한 공간에 모여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상적인 주거 형태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거실 안에서도 서로 다른 일상이 동시에 펼쳐진다. 누군가는 화상회의를 하고, 누군가는 온라인 강의를 듣고, 또 다른 누군가는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시청한다. 물리적으로는 함께 있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생활권이 공존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가벽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공간을 완전히 나누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거리와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사진 한 장, 릴스 영상 몇 초, 유튜브 브이로그 한 장면이 공간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시대, 가벽은 일종의 무대 장치 역할을 한다. 생활감이 짙은 공간은 자연스럽게 가리고, 보여주고 싶은 공간은 강조한다. 오늘의집(@애기앵앵삼식) 제공

높아진 주거비 부담 역시 가벽 트렌드에 힘을 보탰다. 과거에는 가족 구성의 변화에 맞춰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거나 대대적인 구조 변경 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집값과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같은 집 안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집을 바꾸기보다 집의 쓰임새를 바꾸는 것이다. 가벽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공간의 성격을 달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집을 보여주는 방식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집들이 문화가 집 전체를 공개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인스타그램 사진 한 장, 릴스 영상 몇 초, 유튜브 브이로그 한 장면이 공간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사람들은 집 전체보다 가장 잘 꾸며진 한 장면을 보여준다. 이때 가벽은 일종의 무대 장치 역할을 한다. 생활감이 짙은 공간은 자연스럽게 가리고, 보여주고 싶은 공간은 강조한다.

박수현 공간 디자이너는 “가벽의 인기는 공간을 소유하는 것보다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 중요해진 시대적 변화를 보여준다”며 “집을 고정된 형태의 결과물이 아니라 삶의 변화에 따라 계속 조정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요소를 강조한 아치형 가벽도 주목받고 있다. 호텔 로비나 카페, 쇼룸에서 볼 법한 아치형 곡선을 집 안으로 들여와 직선 위주의 공간에 포인트를 주는 방식이다. 공간 분리 기능보다 시각적 효과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아 인테리어 오브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늘의집(@신난다야호) 제공

동선과 채광, 환기도 충분히 고려해야

가벽의 인기와 함께 종류도 세분되고 있다. 대중적인 것은 루버형 가벽이다. 세로 목재를 일정 간격으로 배치해 시선을 적당히 차단하면서도 빛과 공기는 통과시킨다. 답답함 없이 공간을 나눌 수 있어 거실과 주방, 침실과 드레스룸 사이에 자주 활용된다.

철제 프레임과 유리를 결합한 유리 가벽은 채광을 유지하면서 공간을 구분할 수 있어 모던한 인테리어에서 인기가 높다. 전월세 거주자들 사이에서는 공사 없이 설치할 수 있는 이동식 파티션 수요도 꾸준하다. 최근에는 책장이나 선반을 가벽처럼 활용해 공간 분리와 수납을 동시에 해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디자인 요소를 강조한 아치형 가벽도 주목받고 있다. 호텔 로비나 카페, 쇼룸에서 볼 법한 아치형 곡선을 집 안으로 들여와 직선 위주의 공간에 포인트를 주는 방식이다. 공간 분리 기능보다 시각적 효과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아 인테리어 오브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물론 가벽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설치 전 동선과 채광, 환기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간을 나누는 과정에서 창문을 가리거나 에어컨 바람길을 막으면 오히려 답답한 공간이 될 수 있다. 또한 작은 공간에 천장까지 닿는 가벽을 설치하면 실제 면적보다 더 좁아 보일 수 있고, 루버형 가벽은 먼지가 쌓이기 쉽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성진 인테리어 전문가는 “가벽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공간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유행만 보고 따라하기보다 집 구조와 생활방식에 맞는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좋은 가벽은 공간을 나누면서도 집의 장점을 해치지 않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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