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00원대 지속…가격 경쟁력 잃는 면세점 판매 가격 '원화' 표시제 도입하자는 주장 나와 "수입 브랜드 저항ㆍ시스템 재구축 비용 부담 커"
사진=뉴시스DB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달러로 물건을 판매하는 면세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면세 판매가가 백화점보다 비싼 가격 역전현상까지 생겨나면서 면세점도 상품 가격을 '원화'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1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면세점 적용 환율은 지난 달 20일 1500원을 돌파한 후 24일 연속 1500원대를 유지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1546.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중동전쟁 여파로 환율이 급상승했던 지난 4월 1일(1530.5원)과 비슷한 수준인데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최고치였던 1573.6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면세점은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데, 판매 가격을 달러로 책정한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외화 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면세점 도입 취지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상품가격을 달러나 유로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도 면세점의 '달러 표시제'를 고착화 시킨 배경 중 하나다.
하지만 1979년 국내 면세점이 도입 된 후 반세기 가까이 이 같은 가격 책정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서 면세점들이 고환율 시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화 약세에 약 7~9%의 부가세 환급(택스리펀드)를 받을 수 있어 명품 쇼핑을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늘고 있지만 면세점이 이 같은 수요를 백화점에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환율 1300~1350원을 로컬 상품과 가격 역전의 분기점으로 본다"며 "현재 환율은 이 선을 훌쩍 넘어서 가격 경쟁력을 사실상 잃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장품이나 향수, 가방 등은 물론 백화점 VIP 할인 혜택까지 감안하면 명품 가격도 사실상 백화점에 뒤진다는 설명이다. 이제 면세점에서 살 만한 것은 세금이 원가의 150%를 넘어서는 주류 정도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면세업계는 판매 가격 책정을 달러에서 원화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일본 면세점은 엔화(JPY), 중국은 위안화(CNY), 싱가포르는 싱가포르 달러(SGD) 기준을 각각 택하고 있다.
달러 판매를 강제하는 규정도 없다. 보세판매장 특허에 관한 고시 제27조는 표시된 통화 이외의 통화로 판매할 때 기준환율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어, 가격 표시 통화를 운영인이 선택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다만 수입 브랜드들의 저항이 나올 수 있는데다 시스템 재구축에 드는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현재 원화가치가 낮은 상황에서 원화 기준 가격으로 고정하면 달러로 환산 했을 때 기존보다 낮아지기 때문에 해외 브랜드 입장에서는 사실상 가격 인하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십만 개 상품 데이터베이스와 전산망을 원화 기반으로 전환하는 데 대기업 면세점 기준 수백억 원이 든다는 추산도 나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의존도를 줄이고 수수료 부담 낮추는 등 노력으로 면세업계가 올 들어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는데다 이른바 '올ㆍ다ㆍ무 (올리브영ㆍ다이소ㆍ무신사)가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흡수하면서 실적 개선세가 꺾이지 않을까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