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탑승 시외·고속버스 0대… 장애인 이동권 헌재 심판대

손덕호 기자 2026. 6.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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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시작한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 시범사업
1대당 개조비 4000만원… 현재 운행 차량 ‘0대’
대법 “이용 가능성 있는 노선에만 설치 의무”
“이동권 침해” 재판소원… 헌재 심리 착수
2014년 9월 5일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침해 받고 있다며 조치를 취해달라는 주장과 함께 고속버스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조선DB

헌법재판소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시외 이동권을 둘러싼 재판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서 심리한다. 대법원이 시외·광역버스의 휠체어 탑승 설비 제공 대상을 “실제 탑승할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이 있는 일부 노선”으로 제한한 것이 장애인의 이동권과 평등권을 침해했는지가 쟁점이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시내버스에서는 저상버스를 통해 이동할 수 있지만, 시외·고속버스는 휠체어를 탄 채 탑승하기 어렵다. 재판소원을 청구한 지체장애인 A씨는 대법원 판단처럼 탑승 가능 노선을 현재 거주지·직장·가족 주거지와 연결된 일부 노선으로만 좁히면, 이사나 이직, 여행·구직 등 새로운 이동 필요가 생길 때마다 다시 소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버스 업계는 모든 시외·고속버스 노선에 휠체어 탑승 설비 설치를 강제하면 막대한 개조 비용과 좌석 감소에 따른 매출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대법원에서 ‘7개 노선만 단계적으로 휠체어 탑승 설비 제공’ 확정

헌법재판소는 지난 9일 지정재판부 평의회를 열고 지체장애인 A씨가 청구한 재판취소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A씨는 휠체어를 이용해 일상생활을 하는 지체장애인이다. 그는 2014년 국가와 국토교통부, 서울시, 경기도, 명성운수, 금호고속 등 버스 업체 두 곳을 상대로 시외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차별구제 소송을 냈다.

A씨는 금호고속에는 시외버스에, 명성운수에는 광역급행·직행좌석·좌석형 버스에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차량을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국토부와 서울시, 경기도에는 저상버스 도입과 고상버스 휠체어 승강 설비 설치를 위한 재정 지원을 요구했다.

저상버스는 바닥면이 낮아 장애인이 차량에 설치된 경사판을 이용해 휠체어를 탄 채 탑승할 수 있다. 반면 2개 이상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 고상버스는 별도의 승강 설비가 없으면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하기 어렵다.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는 대부분 고상버스 형태다.

1심은 2015년 7월 버스 업체가 휠체어 승강 설비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도 “버스 업체가 휠체어 승강 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라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2년 2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금호고속의 시외버스 노선은 전국 각지에 분포하고, 명성운수의 광역형 시내버스 노선은 서울시와 경기도 각지에 분포한다”며 “휠체어 탑승 설비 설치 대상 노선은 원고들이 향후 탑승할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이 있는 노선으로 하되, 단계적으로 설치해 나가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고법은 2025년 11월 파기환송심에서 A씨의 생활권과 가족 관계를 고려해 휠체어 탑승 설비 제공 대상을 7개 노선으로 제한했다. A씨의 집은 경기 광명시에 있고, 직장은 서울 금천구에 있다. 언니는 경기 고양시에, 부모는 부산 남구에 거주한다. 서울고법은 금호고속의 서울~부산 시외버스 2개 노선, 명성운수의 서울~고양 5개 노선에 대해서만 단계적으로 휠체어 탑승 설비를 제공하라고 판단했다.

A씨는 이에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4월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자 A씨는 대법원 판결이 이동권과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재판소원을 냈다.

A씨 측은 대법원 판단이 장애인의 이동권을 현재 생활권 안에서 실제 이용 가능성이 입증된 노선으로만 제한한다고 본다. 장애인이 여행을 가거나 구직 활동을 하거나 향후 생활권이 바뀌는 경우에도 이동권을 보장받으려면 매번 구체적인 이용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뉴스1

◇전 노선 설치 땐 수백억 부담… 버스업계 “현실도 고려해야”

정부도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휠체어 사용자도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올해도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시외·고속버스와 전세버스 도입 지원 사업을 실시했다.

그러나 현재 휠체어를 탄 채 정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 노선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시외·고속버스로 활용되는 고상버스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설치하는 개조 비용은 1대당 약 4000만원이다. 휠체어 탑승 공간에는 일반 좌석을 놓을 수 없어 4~5석가량이 줄어든다. 우등버스 28석이 매진되는 것을 기준으로 보면 휠체어 탑승 설비가 설치될 경우 매출액이 약 15% 감소할 수 있다.

이 같은 비용 부담은 대법원이 휠체어 탑승 설비 설치 대상을 ‘A씨가 실제 탑승할 개연성이 있는 노선’으로 한정한 이유 중 하나다. 모든 버스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하려면 금호고속은 229억~383억원, 명성운수는 36억~62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대법원은 “버스 회사들은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정한 기준과 요율의 범위 내에서만 운임과 요금을 결정할 수 있다”며 “운임과 요금 인상으로 휠체어 탑승 설비 제공 비용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 버스 업계의 경영 상황도 좋지 않다. 승객은 감소하는 반면 유류비와 인건비는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명성운수는 지난해 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금호고속의 법인인 금호익스프레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44억원으로 전년보다 17% 줄었다. 금호고속이 모든 차량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설치하려면 1년치 영업이익에 맞먹는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내버스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저상버스를 의무적으로 도입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광역버스도 저상버스를 도입한다”며 “휠체어 탑승 시설 설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버스 업체 매출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 일률적으로 강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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