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만 옮겨도 15만원?”…대통령이 영구 도입하라는 농어촌기본소득 살펴보니[나유정]

김선국 2026. 6.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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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보은·진안 등 7개 군 추가 선정…시범지역 17곳으로 확대
인구 4.7% 늘고 가맹점 13.5% 증가…주민들은 “지역에 활력”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농촌으로 이사하면 매달 15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정부가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확대하면서 농어촌 지역 이주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시범지역으로 새로 선정된 충북 옥천군 등에는 “주소만 옮기면 받을 수 있느냐”, “누가 받을 수 있느냐” 등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3일 강원 화천, 충북 보은, 전북 진안·무주, 전남 구례·보성, 경북 청송 등 7개 군을 농어촌기본소득 신규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사업 대상 지역은 기존 10개 군에서 17개 군으로 확대됐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이다.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일정 기간 이상 실제 거주하는 주민에게 월 15만원을 지급한다.

다만 현금이 아닌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된다. 주민들이 지역 내 상점과 전통시장 등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기존 주민은 30일 이상 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 새로 전입한 주민은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90일간 실거주 확인 절차를 거친 뒤 받는다. 이는 기본소득 수령만을 목적으로 한 위장전입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농식품부는 농어촌기본소득을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노리는 정책으로 보고 있다. 사람이 떠나는 농촌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상권과 공동체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실제 기존 시범지역에서는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일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사업 규모를 확대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모델을 검증하기로 했다.

이번에 선정된 강원 화천은 산천어축제 수익과 기본소득 재원을 연계하는 방안을, 충북 보은은 자체 재원을 활용한 추가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전북 진안과 무주는 지역 내 소비 선순환 구조 구축에 초점을 맞췄으며, 전남 구례와 보성은 지역화폐 환급(페이백)과 차등 캐시백을 통해 소비 활성화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경북 청송은 무료버스와 생활돌봄 서비스를 연계해 산불 피해 지역의 정주여건 회복 효과를 검증한다.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북 옥천, 충남 청양, 전북 순창·장수, 전남 곡성·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기존 10개 시범지역엔 지난 2월 말부터 기본소득 지급이 시작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들 10개 시범군의 인구는 지난해 9월 31만9005명에서 올해 5월 33만4150명으로 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본소득 사용 가맹점은 1만4253곳에서 1만6180곳으로 13.5% 늘었다.

현장에서는 상권 변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충북 옥천에서는 오토바이 수리점을 운영하던 주민이 생활형 마트를 추가로 열었고, 충남 청양에서는 빈 점포에 편의점이 새로 들어섰다. 전북 순창에서는 폐업을 고민하던 장어 전문점이 다시 손님을 맞기 시작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도 적지 않다.

경북 영양군에 거주하는 김태범(47) 씨는 “기본소득이 지역화폐로 지급되다 보니 주민들이 예전보다 동네 가게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됐다”며 “소상공인들도 손님이 늘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지역에 활력이 도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지역 안에서 돈이 돌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올해 2월 인천에서 전북 순창으로 이주한 임샛별(40) 씨는 아이들의 농촌 유학을 위해 정착지를 찾던 중 순창을 선택했다. 그는 “농촌 생활을 고민하던 차에 기본소득 정책도 결정에 영향을 줬다”며 “정착 초기 생활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 씨는 전입 후 실거주 확인 기간을 거쳐 다음 달부터 농어촌기본소득을 받을 예정이다. 그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이주를 결정했는데 기본소득까지 받을 수 있게 돼 기대가 크다”고 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농어촌기본소득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정책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충북 옥천군의 농어촌기본소득 효과를 소개한 기사를 공유하며 “2년 한시 도입인데도 이 정도 효과인데 영구 도입하면 훨씬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관심이 커질수록 현실적인 과제도 함께 제기된다.

문제는 예산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농어촌기본소득이 시범사업을 거쳐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연간 약 5조원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김태후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제도의 지속성을 위해 법제화와 안정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농어촌기본소득의 전국 확대 여부는 결국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얼마나 입증하고, 이를 뒷받침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앞으로 시범사업 성과를 토대로 인구 유입 효과와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본사업 추진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인구 증가와 소비 확대라는 초기 성과가 확인된 만큼, 이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속 가능한 정책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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