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냐 참정권 침해 규탄이냐…'잠실 집회' 분수령
"이런 집회인 줄 몰라", "꺼려진다"…일부 청년 떠나
국제대회 차질 생긴 입주 체육단체들 "일터 돌려달라"
경찰 "시민·경찰 등 폭행·강요하면 법적 책임 물을 것"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서울 송파구 잠실 개표소를 봉쇄하는 집회가 13일 두 번째 주말을 맞았다.
관심은 집회의 성격이다. 지난 주말에는 '참정권 침해'를 규탄하며 '재선거'만 외쳐달라는 목소리가 우세해지면서 2030청년들을 주축으로 수만 명이 운집했다. 하지만 지난 7일 밤부터 다시 부정선거론자들의 세가 커지더니, 급기야 음모론을 꺼내지 말아 달라는 이들을 '대진연'(대학생진보연합)으로 모아붙이며 내부 갈등이 커졌다. 결국 지난 8일부터는 집회 참가자가 크게 불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주말 집회에서 어떤 목소리가 집회를 장악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한편 경찰은 여자 핸드볼 선수들에 대해 검문검색 등을 실시하거나 기자를 폭행한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에 착수했다.
"이런 성격의 집회…" 발길 돌린 청년

지난 8일부터 개표소가 설치됐던 핸드볼경기장을 둘러싼 대부분의 시위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들고 있었고, 자원봉사자들은 무료로 성조기를 나눠주기도 했다. 이들은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개표 수개표" 구호를 외치고 구호 중간에 애국가를 불렀다. 또 "윤석열이 옳았다", "중국인 투표 폐지", "중국인 이재명 탄핵" 등 부정선거론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었다.
지난 10일에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황교안씨가 이끄는 자유와혁신 측 주최로 행사가 열렸다. 미국의 대표적인 부정선거론자 모스 탄 리버티대 교수와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연단에 올라 '부정선거론'을 설파했다.
전대미문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참정권 침해를 규탄하고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가 점차 부정선거론자들의 독무대로 변질되면서 새로운 집회 참여자들의 유입이 더뎌지고 있다. 참정권 침해에 대한 규탄이나 재선거를 요구하는 일과 실체가 없는 부정선거를 주창하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것이다.
지난 8일 집회 현장을 찾은 20대 남성 A씨는 "이런 성격의 집회인 줄 몰랐다"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인 줄 알았는데 분위기가 너무 감정적이어서 그냥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곧장 발길을 돌려 떠났다.
지난 주말 집회에 참여했던 강모(32)씨도 "자유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권리중 하나인 참정권이 지켜지지 않아서 집회에 나갔다"면서도 "지금은 여러 정치적 단체들도 참여하고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 권리를 찾기 위한 목소리가 정치적으로 이용당할까 봐 (집회 참여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불법 검문에 체육단체 호소…경찰 "시민 자유 의사 인식해야" 고심

애먼 피해자들이 점차 생겨난다는 점 역시 잠실 봉쇄 집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핸드볼경기장에 대한 출입을 시위대가 철저하게 통제하고 나서면서 해당 건물의 입주 체육단체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년 내내 준비해오던 국제대회를 코앞에 두고 연습에 차질이 생기거나 각종 생활 체육 행사가 취소되고 있으며, 심지어 세금조차 내지 못해 가산세를 걱정하고 있다.
피해를 구체적으로 보면, 대한펜싱협회는 오는 16일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위해 출국해야 하지만 장비들을 사무실 창고에서 꺼내 오지 못하고 있다. 대회 참가비나 호텔비용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대한수중핀수영협회는 오는 22일부터 29일까지 인천에서 제24회 세계핀수영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데, 그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이 세금 납부일인데 (OTP를 가지고 오지 못해서) 가산세를 물게 됐다"며 "이런 피해는 과연 누가 어떻게 보상해줄지 잘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급기야 핸드볼경기장 입주 체육단체들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가 나서 우리의 일터를 돌려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물론 참정권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일터에서 일을 하는 행위 자체는 생존권"이라고 호소했다.
현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밤낮으로 근무하는 경찰관들에 대한 허위 비방도 논란이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현장 경찰들을 향해서도 "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느냐", "중국 공안 경찰이다", "가짜 경찰" 등 소리를 지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테무 경찰', '중국 경찰'이라고 조롱 받았던 김민규 경정은 경찰청 내부망에 글을 올려 "우리 인권과 자존심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그리고 필요 이상 추락했다면 이를 어떻게 회복할지 스스로 고민할 시점"이라고 했다.
한편 그간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던 경찰은 본격적인 현장 관리와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은 전날(12일) "시민과 기자, 경찰 등에 대한 폭행·명예훼손·강요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모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끝까지 추적·검거하는 등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다른 사람의 통행이나 출입을 방해하고 경찰 공무원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등 민주질서를 훼손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선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8일 핸드볼경기장을 출입하려던 여자 핸드볼 선수들을 검문검색한 시위대 3명을 강요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지난 5일 JTBC 기자를 감금·폭행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관련자들을 특정해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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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지은 기자 writtenb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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