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마디에 2년 표류 마침표… KDDX 사업이 남긴 과제
이재명 대통령 작년 12월 공개 석상 언급
"교착 사업 물꼬 터" "오해 여지" 엇갈려
"승자독식 아닌 상생 제도 필요" 제언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두고 2년 넘게 진통을 겪은 7조8,000억 원 규모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사업의 숨통이 트였다. 한화오션이 제안서 평가에서 불공정행위 이력 감점(보안감점) 1.2점을 안은 HD현대중공업을 약 0.6점 차로 앞서며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12일 방산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기밀 유출에 따른 공정성 논란이 장기화하며 표류하던 KDDX 사업에 다시 시동을 건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한마디였다.
"군사기밀을 빼돌려 처벌받은 업체에 수의계약을 주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가 나오는데, 잘 체크하라."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5일 충남 천안시에서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다 방산 비리를 근절해 달라는 참석자의 제안에 답하던 중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에게 이같이 말했다. 방산업계 누구도 KDDX 사업을 가리킨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직전까지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는 수의계약, 경쟁입찰, 상생안 중 사업 방식을 결정하지 못했다. 복잡한 함정 사업의 특성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와 상세설계 수의계약을 맺는 게 규정이자 관례로 여겨졌다. 한데 KDDX 사업의 경우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기밀 유출 사건이 불거져 사업자 결정 방식이 뜨거운 감자가 됐던 것이다.
방추위는 이 대통령의 언급 이후 17일 만에 경쟁입찰 방식을 택했다. HD현대중공업이 경쟁입찰에서 이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도 대통령의 발언은 누가 봐도 '군사기밀을 빼돌린 업체가 사업을 따내는 게 맞지 않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방산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KDDX 사업의 '결정적 장면'으로 꼽지만 해석은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산 전문가는 "방사청은 지금까지 안 해본 상세설계 사업의 경쟁입찰 평가 기준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행정적 부담과 민감한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 때문에 수의계약에 무게를 둔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며 "대통령이 교착 상태에 빠진 사업자 선정 방식 결정의 물꼬를 직접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굳이 공개 석상에서 언급해 오해를 살 필요까지는 없었다며 자중론을 강조하는 쪽도 있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방산안보실장은 "대통령이 특정 사업에 대한 생각을 국방부 장관이나 방사청장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공개 전달 방식 때문에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아쉬워했다.
업계에서는 이번처럼 불필요한 논란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방사청의 사업관리 역량 강화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사업자 선정 방식 논의 과정에서 '상생'이 화두였던 만큼 KDDX뿐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대형 해군 사업에서 과도한 경쟁과 승자독식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방산 대기업 간 파괴적인 경쟁을 지양하고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사업을 조율하는 '사업조정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핵추진잠수함이나 한국형 유·무인 전력모함 등 단일 업체가 떠안기에 벅찬 국내 함정 사업들은 양사가 협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수출 시장에서 진정한 '팀 코리아'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HD현대중공업은 11일 서울중앙지법의 보안감점 적용 금지 가처분 기각 결정에 항고했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보안감점 1.2점을 1년간 연장한 데 반발해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이달 5일 기각됐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에 평가 결과에 대한 디브리핑(사후 설명)을 신청했으며, 이의 제기 등 후속 조치는 14일까지 입장을 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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