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은 어렵다? 편견 깬 스릴러 오페라

유주현 2026. 6. 1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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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웹툰이 탄생했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6월 18~2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위한 예습용으로 3편의 웹툰을 제작해 호기심을 자극한 것. 오페라 애호가들도 낯설어하는 ‘피터 그라임스’는 어딘지 으스스한 분위기의 웹툰 그대로 이제껏 본 적 없는 ‘스릴러 오페라’다. ‘영국의 자존심’으로 꼽히는 현대음악가 벤자민 브리튼(1913~76)이 31세에 평생의 연인이었던 테너 피터 피어스를 위해 쓴 격정적인 작품으로, 오페라가 옛날이야기를 넘어 동시대적 거울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한 최초의 ‘사회극’ 오페라이기도 하다.

국립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하는 벤자민 브리튼 ‘피터 그라임스’를 위해 제작한 웹툰. [사진 국립오페라단]
영국 시인 조지 크랩의 장편 서사시 ‘자치구(The Borough)’가 모티브로, 19세기 영국의 외딴 어촌 마을에서 괴팍한 성격 탓에 아웃사이더 신세인 어부 피터 그라임스가 함께 일하던 소년의 의문사에 휘말리며 무너져가는 이야기. 현대사회의 치명적인 병리 현상으로 부상한 집단 혐오와 배제, 마녀사냥의 비극을 노래하는 우리 시대의 오페라다.

1945년 새들러스 웰즈 극장 초연 이후 이탈리아와 독일 오페라에 가려져 있던 영국을 단숨에 현대 오페라의 중심으로 끌어올렸고, 세계 최고 수준의 오페라 극장들이 예술적 완성도를 경쟁하는 레퍼토리로 꾸준히 공연되어 왔다. 지난 5월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버전은 차세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젊은 지휘자 야쿠프 흐루샤의 드라마틱한 해석이 극찬받으며 신임 음악감독으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평가받았다.

최근 아시아에서도 핫해지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뿐 아니라 오는 10월 일본 신국립극장에서도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 국내 초연은 그동안 이탈리아의 벨칸토와 베리스모, 독일 후기 낭만주의의 익숙한 멜로디를 집중 소비했던 국내 오페라계가 복잡한 20세기 관현악법과 현대사회 부조리를 다룬 영어 오페라로 레퍼토리를 확장하는 의미다.

관전포인트는 저 유명한 ‘바다 간주곡’과 집단적 폭력의 실체를 시각화할 합창단의 퍼포먼스. 지휘자 알렉산더 조엘이 “작품의 심장”이자 가장 거대한 음악적 힘으로 꼽은 요소도 장마다 흐르는 간주곡이다. 총 6개의 간주곡 중 대표적인 4곡(‘새벽’‘일요일 아침’‘달빛’‘폭풍우’)은 콘서트홀에서 관현악 모음곡으로 자주 연주될 정도다. 브리튼은 이 곡들을 통해 서퍽 해안의 시시각각 변하는 대자연을 직관적으로 묘사한 동시에 주인공 피터 그라임스의 불안한 심리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연출가 줄리앙 샤바는 합창단과의 협업을 강조한다. 2년 전 코른골트의 ‘죽음의 도시’ 국내 초연에서 안무를 활용한 스릴러적 연출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이번에도 합창단원 50여 명의 유기적인 신체 움직임과 밀집된 호흡을 이용해 무대 위에 피터를 집어삼킬 듯 굽이치는 ‘인간 파도’를 구현한다. “신도 공주도 없는 이 작품은 50여 명의 진짜 마을 주민들이 뿜어내는 집단적 광기가 극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타이틀롤인 피터 그라임스는 테너들에게 넓은 음역대와 복합적인 내면 연기, 강한 체력이 요구되는 극한 캐릭터로 꼽힌다. 헬덴 테너(바그너 전문 가수)로 유명하지만 베를린 도이체 오퍼 등에서 피터 역을 소화한 크리스토퍼 벤트리스가 압도적인 성량을 과시하고, 25년 만의 고국 무대에 서는 김재석은 지휘자 알렉산더 조엘과 유럽 현지에서 오랜 기간 음악적 신뢰를 구축해 왔기에 남다른 케미스트리가 예상된다. 김재석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려운 배역을 맡겨준 것만 해도 감사드린다. 브리튼이 동반자였던 테너 피터 피어스를 위해 쓴 작품이기 때문에 아마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기대를 부추겼다.

사실 국립오페라단의 ‘피터 그라임스’는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2024)을 비롯해 코른골트 ‘죽음의 도시’(2024), 프로코피예프의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2025) 등 전임 최상호 단장이 추진하던 현대 오페라 라인업이다. 최근까지 서울시오페라단에서 광장 오페라 성공과 스타캐스팅 등으로 오페라 저변 확대에 기여해 온 신임 박혜진 단장의 대중적 노선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박혜진 단장은 어려운 현대 오페라도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식으로 ‘시대에 발맞춘 관객친화형 공연’을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이례적으로 홍보용 웹툰까지 제작한 이유다. 박혜진 단장은 “‘피터 그라임스’는 먼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혐오나 왕따같은 현대사회 문제를 비추는 오페라다. 익숙한 아리아가 없는 현대음악이 어려울 수 있지만 끊임없이 무대를 움직이는 연출 덕택에 오히려 뮤지컬처럼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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