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야 카페야, 로비 들어서는 순간 마음부터 ‘치유’
‘치유 환경’ 적용한 군병원

지난 9일 국군대전병원에 ‘스웨덴 기념관’이 새롭게 조성됐다. 이는 군과 민간기업, 의료기관과 국제기관이 연대해 군 장병들의 치유 환경을 조성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
1층 로비에 들어서면 바로 마주칠 수 있는 이 공간의 첫 번째 목적은 병원을 이용하는 군 장병들이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다. 패브릭 소파와 나무 의자, 티 테이블로 구성된 가구들은 여러 사람이 모여 앉거나 또는 혼자 앉기 좋은 형태로 구성을 바꿀 수 있어 편리해 보인다. 그 위에는 초록색 이파리와 검정 기하학 패턴이 들어간 쿠션들이 기분 좋게 놓여 있다. 조명 역시 눈부심 없이 차분하다. 어딘가 익숙한 디자인이라 살펴보니 벽에 스웨덴 가구 회사 ‘이케아’ 로고가 붙어 있다.
그런데 이 공간에는 일반적인 휴게공간과는 달리, 가구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벽면에 전시된 오래된 흑백사진들이다. 이 공간의 두 번째 목적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가장 먼저 의료지원단을 파견했던 스웨덴의 헌신과 인도주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함이다. 벽면에 붙은 흑백사진들은 스웨덴의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기증한 것들로 부산에 야전병원을 설립하고 의료지원과 인도적 구호 활동을 펼쳤던 스웨덴 의료진과 우리 국군 그리고 어린이들을 비롯한 민간인 환자들의 모습이 들어 있다.

이 프로젝트를 가장 먼저 제안했던 이국종 원장은 “단순한 휴게공간을 넘어 한국과 스웨덴의 오래된 역사와 우애 관계를 기억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고 젊은 장병들에게 그 스토리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원장이 취임 후 꾸준히 해온 것 중 하나가 병원 내 곳곳에 ‘밀리터리 갤러리’를 조성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병원 복도마다 우리 국군의 역사와 한국전쟁 당시 참전국들의 활동을 알 수 있는 흑백사진들이 수두룩하다. 1년 전에는 1층 로비 한쪽에 ‘모두의 밴드’라는 공간도 만들었다. 피아노·드럼·기타 등이 구비된 공간으로 점심시간과 진료 업무가 끝난 4시 이후면 장병 누구라도 와서 연주를 하며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스웨덴 기념관’은 기존 밀리터리 갤러리와 휴게공간을 접목해 ‘치유와 기억’을 주제로 하는 다목적 공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이 원장은 “아무리 훌륭한 의료진과 장비가 있어도 병원 특유의 차갑고 긴장된 분위기는 환자들의 마음을 위축시키기 마련”이라며 “장병들의 정서적 치유를 돕고자 ‘오감만족 공간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장병들이 이 공간에 머물면서 온전히 자신만의 편안한 시간을 누리는 동시에 자신들이 수행하는 임무가 얼마나 고귀한 희생과 헌신, 역사 속에 서 있는지 자긍심을 느끼고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간기업으로서 군부대와의 협업에 처음 참여한 이케아 코리아의 이사벨 푸치 대표는 “스웨덴의 정체성과 가치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과거의 추억과 기념을 위한 공간 조성에 참여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집과 같은 공간’ ‘집 밖의 집’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나은 공간을 통해 휴식을 취하고 소통한다면 회복하는 방식도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고요하지만 밝은 느낌의 컬러와 인체공학적인 디자인, 편안한 조명 등을 사용해 친숙하면서도 존중받고 있는 느낌, 진정으로 보살핌을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고 했다.
작지만 로비 특유의 탁 트인 공간감이 장점인 ‘스웨덴 기념관’은 ‘모두의 밴드’ 공간 맞은편에 조성돼 있다. 덕분에 앞으로는 장병들이 더욱 자유롭게 음악회를 감상하고 참여함으로써 소통하고 공감대를 이루는 게 훨씬 쉬워졌다. 물론 평상시에는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아카이빙 사진자료들을 보면서 군인으로서의 자긍심도 높일 수 있다.
칼-울르프 안데르손 주한스웨덴대사는 “스웨덴 부산 적십자 야전병원의 유산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이 헌신이 스웨덴과 한국의 관계의 효시가 됐고 70년이 지난 지금 그 정신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원 형태는 응급 의료에서 회복과 웰빙을 지원하는 치유 환경으로 바뀌었지만 핵심 가치는 변함없이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며 “이 프로젝트는 스웨덴과 한국의 관계가 역사적 연대에서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해온 방식을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AI는 가장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공간의 공통점을 7가지로 꼽았다. 자연광이 충분하다, 식물이나 자연소재가 있다, 따뜻하고 중성적인 색을 사용한다, 물건이 정돈되어 있다, 과도하게 비어 있지도 과도하게 채워져 있지도 않다, 사용자가 공간을 조절할 수 있다, 휴식 공간과 업무 공간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 즉, 예측가능하고 자연과 연결돼 있으며 적절히 정돈된 공간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국군대전병원 내 ‘스웨덴 기념관’을 통해 ‘치유의 공간’과 ‘기억의 공간’의 조건들을 살펴볼 만하다.
대전=서정민 기자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