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5공화국에 내조실 나올 정도 긴 기간 한·일 정보 협력”
기타무라 시게루 전 일본 국가안보국장

정권을 초월한 ‘전례 없이 화려하고 전설적 경력’의 정보 프로는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12일 열리는 한국국가정보학회의 하계 세미나 ‘한일 정보협력의 새로운 지평’의 발표자로 방한한 그와 11일 만났다. 5년 전 공직을 떠난 그는 이젠 경제보안업체(KES) 대표라는 명함을 내밀었다.
그는 “(한국) 정권이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정보 분야에서의 한·일 협력은 극히 긴밀하고 우호적이었다”며 “외교·국방 분야에서 한·일 관계가 긴장되어도 정보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이 지속된다는 것은 양국 관계의 성숙함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곤 20여 년 전 방영된 드라마 ‘제5공화국’ 얘기를 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이 내각정보조사실(내조실)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장면이 나와 잊을 수 없는데, 매우 긴 기간 두 정보기관이 협력해왔다는 걸 드러내는 것으로 드라마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이라고 했다.
대화는 최근 일본 참의원에서 통과된 국가정보회의설치법부터 시작됐다. ‘국가정보회의’(내각정보회의 격상)를 지휘부로, ‘국가정보국’(내조실 격상, 개편)을 집행기관으로 신설하는 내용으로 ‘일본판 중앙정보국(CIA)’으로 알려졌다.
“지소미아에 공들여…유지돼 매우 다행”
일본에 스파이는 있어도 CIA는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게 달라지는 건가.
A :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정보국 자체가 CIA와 같은 형태의, 즉 공작을 수행하거나 정보를 직접 수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은 아니다. 모델로 삼고 있는 건 세 곳 정도인데, 첫 번째는 미국 국가정보장실이라 불리는 ODNI다. 그다음 호주의 ONI(국가정보실), 영국으로 치면 JIC(합동정보위원회)나 ‘10 위원회(Ten Committee·각료급 비공식 안보 위원회)’다. 외무성의 국제정보통괄관실, 방위성의 정보본부, 경찰청의 외사정보부, 법무성의 공안조사청 등 네 개의 정보기구의 정보를 통합해 정책 결정자에게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한 기구를 어떻게 정비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Q : 법 개정의 핵심은 뭔가.
A : “가장 기둥이 되는 건 국가정보회의의 설치다. 지금까지 정보 기구와 정보 활동은 많은 경우 정치에 의해 충분히 파악되고 있던 건 아니었다. 총리(이전엔 관방장관)를 장으로 하는 회의를 통해 정보 활동의 방향성 등을 평가해 국민의 뜻에 따라 정보기관이 움직여지도록 하는 게 최대 목적이다. 민주적 통제 강화다. 두 번째는 정보의 통합 강화다. 정보기관들의 정보 제출이 의무화됐다. 이전엔 자발적 형태였다. 국가정보국에 종합조정권도 부여됐다. 세 번째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인데,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한다는 정보에 근거해 침공이 행해졌다. 정책이 정보를 왜곡한 사례인데 이런 잘못된 정보 활동에 대한 반성 의미도 있다. 내조실이 국가안전보장국(국가안보 정책의 기획·입안)보다 하위였는데 동격으로 배치, 정보와 정책을 분리하고 정보의 독립성을 조직상 더 명확히 했다. 네 번째는 정보보호와 국제연계다. 정보 교환의 전제는 정보보호다. 정보보호를 국가정보국이 수행하면서 국제연계가 핵심이 돼야 한다는 게 이번 법안에도 강하게 시사돼 있다.”
네 번째 핵심과 관련, 그는 2024년 한국에서 발간된 번역서 『일본의 스파이 전쟁』이란 책에서 국가 간 정보교환을 기브 앤 테이크라며 정보 누설을 엄벌하는 특정비밀보호법 시행(2013년) 이후 교환되는 정보의 질과 양이 현격히 제고됐다고 썼다. 그는 “영상정보(IMINT)·신호정보(SIGINT) 등은 동맹국 간의 물리적 측면도 포함한 정보보호제도를 갖춘 후에야 비로소 공유될 수 있다”고 했다.
Q : 일본 정보기관들은 지금까지 유기적 연계가 좀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번에 해소되나.
A : “바로 그렇다. 그게 가장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Q : 과거 고이즈미 총리가 유사한 개편을 시도했으나 안 됐다. 이번에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A : “두 가지다. 하나는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전후 가장 엄중하다는 점으로, 2022년 국가안전보장전략에도 기재되었다. 안보 환경에 대응하고 적확하게 대처하고 결정을 내리기 위해 정보 기능 강화가 시급했다. 특히 정책 결정자에게 정확한 정보가 확실하게 올라가는 체제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두 번째론 (2025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 의한 연정인)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정책 합의도 있었다.”
Q : 그간 경험에 비춰 개편 방향을 어떻게 평가하나.
A : “조직적인 체제로서는 매우 잘 갖춰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답변을 국회에서도 해왔다.”
A : “(일본)헌법 9조와 전수방위(專守防衛)) 등 우리나라의 국가정책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뽑은 장관들이 회의를 통해 정보 활동을 감독한다는 의미에서 오히려 정보 활동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더 강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려할 필요 없다고 본다.”
![2021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부터),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한 기타무라 시게루 당시 국가안보국장. [사진 외교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3/joongangsunday/20260613000651888rgsa.jpg)
Q : 미국이 일본에 요구하는 불가결한 요소는 무엇인가.
A :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일본의 지리적 위치다. 제1열도선이라는 방위선 위에 일본 열도가 있고 미군 기지와 군사적 주둔이 있다. 미국 국익 입장에서도 일본의 기지 방위는 매우 중요하다. 또 하나는 경제·산업 분야다. 첨단 반도체, 우주, 광물, 양자 기술 등 전략적 산업 분야에서 미·일 간 각서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는 미·일 관계가 군사·외교를 넘어 산업·기술 분야에서도 불가결한 관계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덧붙이자면, 이번 정보 개혁은 미국·영국·호주 정보 당국에서도 환영하고 있다고 믿는다.”
Q : 일각에선 일본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미·영·호주·뉴질랜드·캐나다 간 정보동맹)’에 더해 여섯 번째 아이가 되고 싶어한다는 관측도 있었다.
A : “나는 파이브 아이즈 가입에 반드시 찬성하는 건 아니다. 정보 분야에서 동맹국으로서 다른 나라보다 더 공헌하는 건 중요하지만, 파이브 아이즈 가입으로 받는 제약도 있다. 독자적인 외교력과 정책을 유지한다는 관점에서 가입이 좋을지 나쁠지는 국민 사이의 판단이 필요하다.”
『일본의 스파이 전쟁』의 추천사는 이병호 전 원장이 썼다. 이 전 원장은 “북한 정보 당국은 오랫동안 일본을 대남침투정보기지로 활용했다. 조총련은 이를 위한 전진기지였다”며 조총련이 민단을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기타무라 전 국장이 저지했다고 소개했다. “한국과 일본이 안보 사안에 관한 한 가히 안보공동체라고 불려도 될 정도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작동하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했다.
Q : 한국과 일본의 정보협력이 확대돼야 한다고 보나.
A : “우선 이 말을 하고 싶다. 한·일 간 외교나 국방 당국 간 교류나 정보 교환이 매우 희박해진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정보 분야에서의 한·일 협력은 다른 분야에 비해 매우 긴밀하게 이루어져 왔다. 원세훈·남재준·이병기·이병호·서훈 원장까지 5분과 함께했다. 정권이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정보 분야에서의 한일 협력은 극히 긴밀하고 우호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게 좋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웃음). 내조실의 권한이 확장된다면 한·일 정보 협력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고, 한·일 관계가 성숙해지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Q : 한국에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두곤 한때 종료선언이 있는 등 진통이 있었다.
A : “지소미아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유지되어 매우 다행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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