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민주, 속은 사회주의…민주당 숙주 삼아 권력 노린다

남윤호 2026. 6. 1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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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호의 아메리칸 오딧세이] 중간선거 넘보는 미국 민주사회주의연맹(DSA)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시 퀸즈 자치구에서 열린 DSA 소속 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가운데)의 뉴욕 시장 지원 유세에 나선 버니 샌더스(왼쪽)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이 지지자들 앞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미국 중간선거는 사회주의자들에겐 건곤일척의 승부처다. 미국 최대의 좌파 조직 민주사회주의연맹(DSA)이 그 선두에 있다. 그들의 전장은 공화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다. 이미 지난해 뉴욕 시장선거에서 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35)가 민주당 거물 앤드루 쿠오모를 제치고 승리했다. 올 11월 중간선거엔 더 많은 DSA 멤버들이 민주당 현역의 자리를 노린다.

DSA의 선거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그들은 공화당을 이기려 하지 않는다. 뉴욕·LA 등 민주당 텃밭에서 민주당 현역을 겨냥한다. 민주당 후보로 경선(프라이머리)에 출마해 낮은 투표율과 DSA의 강한 조직력을 앞세워 후보 지명을 따 낸다. 푸른색 말뚝만 박아도 찍어주는 지역에서 그 순간 승부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큰 성공사례가 2018년 6월 뉴욕 14선거구에서 민주당 현역 조 크롤리를 꺾고 하원에 입성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37)다. 그는 전체 유권자의 14%인 3만 명이 투표한 프라이머리에서 1만7000표를 얻었다. 총유권자의 7.9%의 선택이 사실상 당락을 결정한 것이다.

6월 말 민주당 경선을 앞둔 뉴욕에서 DSA는 같은 전략을 들고나왔다. 은퇴하는 민주당 원로 니디아 벨라스케스 하원의원의 후계 구도에 개입하고, 민주당 텃밭의 현역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모두 공화당과의 본선 승부가 아니라 민주당 프라이머리를 의식한 움직임이다. 시장 맘다니의 지원까지 등에 업은 DSA는 뉴욕 곳곳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의 캐시 호컬 주지사가 자신을 “DSA의 증세에 맞설 방파제”라고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할 정도다.

LA에서도 DSA는 민주당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시장 선거에서 DSA 소속 후보 두 명이 민주당 캐런 배스 시장에 맞서 출마했다. 다만 뉴욕과 달리 노선 차이로 인해 후보 단일화엔 실패했다.

맘다니, 오카시오-코르테스가 대표적
2024년 도널드 트럼프에게 두 번째 패배를 당한 민주당은 이처럼 변방의 도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런 모습은 여론조사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 5월 퀴니피액대 조사에선 민주당원 가운데 민주당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이 41%에 그쳤다. 심지어 절반인 50%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선거 조사업체인 스플릿 티켓의 2025년 6월 조사에선 민주당원의 62%가 “지도부를 교체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층 사이의 균열을 보여주는 숫자들이다. DSA의 젊은 도전자들은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신세대에게 급진적이고 포퓰리즘적인 메시지를 쏟아낸다. 기성 정치에 대한 반란이라는 점에서 방향만 다를 뿐 트럼피즘과 데칼코마니다.

원래 DSA의 전략은 민주당을 내부에서 개혁해 노동계급을 위한 도구로 삼는 것이었다. 민주당의 좌경화를 추구하는 ‘재조정(realignment) 전략’이다. 그러다 민주당 기득권을 움직이기 어렵겠다고 판단하면서 방향을 수정했다. 지금은 민주당을 숙주 삼아 제도권에 진출한 뒤 의회 내 강력한 좌파 블록을 형성하는, 이른바 ‘더러운 잔류(dirty stay)’ 노선이 주류다.

그 뿌리는 DSA의 창설자 마이클 해링턴(1928~89)에게 닿아 있다. 그는 사회주의 세력이 독자 정당보다 민주당 내부 진입을 택해야 한다고 봤다. 오늘날 DSA의 전략은 그의 구상을 보다 현실주의적으로 발전시킨 결과다. 양당 체제에 익숙한 유권자들을 의식해 제3당 창당은 사실상 포기 상태다. 이 전략은 사회 곳곳의 진지를 하나씩 점령해 국가를 바꾸자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진지전’과 닮아 있다. 또 1960년대 독일 학생운동 지도자 루디 두치케가 외친 ‘제도권을 향한 대장정’을 연상시킨다.

1982년 창립 이후 44년이 지난 지금 DSA는 미국 좌파의 빅텐트가 됐다. 마르크스주의자, 레닌주의자, 트로츠키주의자, 무정부주의자, 개량주의자들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있다. 서로를 ‘동지(comrade)’라고 부른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DSA는 단순한 좌파 친목단체가 아니다. 회원 수 증감에는 정치적 배경이 짙게 작용했다. 소련 붕괴 이후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2011년 월가 점령 시위, 2015년 버니 샌더스의 대선 출마가 숨통을 틔워줬다. 이어 끓어오른 반트럼프 정서는 DSA의 호감도를 한층 올려놨다. 트럼프 1기 정부 때 회원 수는 2만 명에서 9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역설적이게도 바이든 정부 4년 내내 회원이 빠져나갔다. 급기야 2024년 1월엔 운영비가 모자라 상근직원 30명 중 18명을 정리해고했다. 노동자의 세상을 지향하는 DSA도 돈 앞에선 별수없었다.
지난 2월 DSA 회원 수 10만 명 돌파를 알리는 포스터. [사진 DSA X]
그러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자 회원이 다시 몰려들었다. 트럼프가 강해질수록 회원도 늘었다. 가장 증오하는 존재가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된 셈이다. 올 2월 DSA는 10만 회원 시대를 알리는 포스터를 엑스(X)에 올렸다. DSA는 1912년 대선에서 사회주의자 유진 데브스(1855~1926)가 6%를 득표했을 때의 사회당 당원 11만 명에 필적한다고 본다. 하지만 인구 9500만 명이던 그때와 3억4000만 명이 넘는 지금을 비교하는 건 무리다.

DSA의 궁극적 목표는 노동자 계급 정당을 설립해 사회주의 체제 변혁을 실천하는 데 있다. 자본주의 체제를 고쳐 쓰자는 수준이 아니다. DSA 홈페이지의 각종 교육자료엔 19~20세기 각국 사회주의 이론가와 혁명가 이름이 빼곡하다.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트로츠키, 카를 카우츠키, 로자 룩셈부르크, 카를 리프크네히트, 그람시, 마오쩌둥, 호치민….

이름에 민주를 썼다고 DSA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건 아니다. 그들은 대의민주주의를 ‘몇 년에 한 번 투표하는 제도’쯤으로 평가절하한다. 지도부가 펴낸 『DSA 사용설명서』에 따르면 그들의 민주주의는 집단적 의사결정과 참여를 중시하는 다른 종류의 절차다.

내부는 온건파와 급진파로 나뉘고, 두 세력 내에서도 여러 파벌들이 존재한다. 온건파 중 가장 큰 곳이 사회주의다수파(SMC)다. 민주당 내부 진출과 선거 승리를 우선시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취한다. 10여 개 종파로 구성된 급진파에선 브레드 앤 로지스(B&R)와 레드 스타(Red Star)가 중량급이다. 둘 다 혁명적 마르크스주의를 내세운다. 지난해 워싱턴DC에서 이스라엘 외교관 커플이 암살됐을 때, 테러범을 지지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린 해방코커스(LC)도 DSA 급진파에 속한다.

‘더러운 잔류’ 전략, 의회 내 좌파 블록 형성
지난 2021년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DSA 대표단이 당시 마두로 대통령과 만나고 있는 모습. [사진 니콜라스 마두로 X]
급진파의 반미 진영논리는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 제국주의에 맞선다는 명분은 때로 좌파 독재자와의 어색한 동침을 정당화한다. 우크라이나 무기 원조에 반대했고, 민주화 시위에 참가한 홍콩 노조와의 연대를 거부했다. 2021년엔 DSA 대표단을 구성해 베네수엘라를 방문, 마두로 정권과 연대를 선언했다. 대표단은 카라카스의 5성급 호텔 그란멜리아에 머물면서 정권의 탄압을 받던 독립노조 지도부는 만나지도 않았다.

이런 교조성은 회원 구성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DSA 홈페이지의 회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의 28%가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이다. 56%가 정보기술(IT)·의료·전문직에 종사하는 화이트칼라다. 생산직이나 건설업에서 일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는 4%뿐이다. 80%가 대졸이고, 35%는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다. 백인이 85%로 압도적이며, 흑인은 인구 구성비(15%)에 한참 모자라는 4%에 불과하다. 회원 나이의 중간값은 33세다. 요약하면 대도시의 고학력·고소득 백인 전문직 청년들이다. 금수저에 좌절하고 초상위층 진입에 실패한 어중간한 엘리트들의 급진화를 설명한 피터 터친의 ‘엘리트 대체론’에 딱 들어맞는 얼굴이다. 물론 어디서든 좌파 운동은 노동자보다 지식인이 이끌었다는 면에서 DSA만 탓할 일은 아니다.

DSA는 선출직을 늘려 언젠가 사회주의 선풍으로 이어질 ‘티핑 포인트’를 기대하는 듯하다. DSA 공동의장 메간 로머(42)는 한 인터뷰에서 “내 생애 안에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역사는 다른 티핑 포인트를 보여준다. 혁신정당조차 시간이 흐르면 조직 보존을 목표로 삼는 관료화의 덫에 빠지곤 한다. 트로츠키가 경고했던 ‘자기 목적화’의 순간이다.

주변부의 운동일 때엔 모든 게 선명하지만, 권력의 문턱에 들어선 순간부터는 타협과 이해관계가 앞서는 법이다. 그렇게 변한 DSA 출신 정치인들이 조직의 경고를 받거나 지지 철회를 당한 사례가 이미 적지 않다. 의사당에 들어가는 순간 혁명가는 정치인이 되고, 정치인은 타협을 배운다. 거리에서 태어난 혁명은 종종 의사당 안에서 죽는다고 했다.

◆ 트럼프 시대의 미국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남윤호 미주중앙일보 대표가 현지에서 전합니다.

남윤호 미주중앙일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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