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344] 뉴욕 최고의 피크닉

뉴욕 브롱크스의 남쪽,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거주지의 길모퉁이에 주말에만 문을 여는 푸드트럭 ‘레초네라 라 피라냐(Lechonera La Piraña)’가 있다. ‘레초네라’는 라틴아메리카의 통돼지구이 음식점을 말하며, 식인 물고기 ‘피라냐’는 주인 앙헬 히메네스의 별명이다. 앙헬은 레스토랑에서 일해 본 적이 없다. 푸에르토리코에 살던 어린 시절에 아버지로부터 통돼지 굽는 법을 배운 게 전부다. 그는 매주 금요일 새벽 축산 시장에서 통돼지를 구입한다. 직접 발골하고 바비큐용으로 절단해 양념을 발라 놓는다. 주말이면 새벽 4시부터 트럭 옆에 설치한 오븐에서 고기를 굽기 시작해 정오부터 판다.

손님들은 오전 11시부터 줄을 선다. 대법원 판사를 비롯한 지역 유지, 동네 경찰, 맨해튼부터 찾아온 MZ세대까지 구성이 다양하다. 단골들은 앞 가게에서 맥주를 사서 마시고, 전동 휠체어를 탄 동네 어르신은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 차가운 보드카를 한 잔씩 권한다. 차례가 돼 트럭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조리 공간에서 떡 벌어진 어깨와 굵은 팔뚝의 앙헬이 손님을 반긴다. 주문을 받으면 곧장 커다란 칼로 고기를 토막 낸다. 목살, 갈빗살, 엉덩이살 세 군데를 거칠게 난도질해 사방에 고기 부스러기가 튄다. 뚜껑이 닫히지 않을 정도로 수북이 담아주는 인심에 “맛있게 먹으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한입 깨무는 순간 “이거지!”라며 감탄한다. 방문객들과 수다 떠는 걸 좋아해서 서비스는 다소 느리다. 하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트럭 안에 시계와 저울은 없다.

모든 과정은 뉴욕의 한 거리를 무대로 펼쳐지는 공연 같다. 뉴욕타임스는 “뉴욕 최고의 피크닉”이라고 표현했다. 내일은 뉴욕에서 ‘푸에르토리코의 날 퍼레이드’가 열린다. 25년간 통돼지 요리를 해온 올해 환갑의 앙헬도 가게 문을 닫고 단골들과 함께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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