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보다 위고비?”…비만치료제 열풍에 흔들리는 ‘몸 산업’

임유진 기자 2026. 6. 1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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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출시 1년 만에 누적 매출 4106억원 기록
"약으로 먼저 빼고 운동은 나중에"…PT 업계 수요 감소 우려
전문가 "근육량 감소·요요 위험 여전…운동 대체할 수 없어"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를 통해 제작된 일러스트. 경기일보 AI 뉴스 이미지


화성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34)는 올해 초 1년 넘게 다니던 헬스장을 끊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퇴근 후 주 4회 운동하며 체중 감량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결국 위고비를 처방받은 뒤 3개월 만에 8㎏을 감량했다.

김씨는 “운동은 시간도 많이 들고 식단 관리도 쉽지 않았다”며 “위고비를 맞고 체중이 빠지기 시작하니 ‘헬스장을 다녀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를 중심으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재편되면서 체중 감량을 둘러싼 산업 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헬스장·PT 업계는 수요 감소를 우려하고 있으며, 건강기능식품 업계는 위고비와 같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열풍에 맞춰 관련 제품 출시를 확대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 변화는 수치로 확인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위고비는 국내 출시 1년 만에 누적 매출 410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기존 비만약 시장 1위였던 삭센다의 2025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7% 감소했다.

안양에서 7년째 PT 트레이너로 일하는 정모씨(31)는 올해 연초의 성수기 분위기가 예년과 달랐다고 전했다.

정씨는 “예전에는 체중 감량이 목표인 신규 회원 비중이 높았는데 요즘은 위고비를 맞고 왔다는 상담 비중이 늘었다”며 “아예 약으로 먼저 살을 빼고 필요하면 운동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헬스장 업계는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 확산이 체중 감량 목적 회원 수요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폐업한 체력단련장은 562곳으로 집계됐다. 이미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비만치료제 확산 역시 업계가 주목하는 변수다.

정씨는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도 큰데 위고비를 맞는 사람들이 점점 늘수록 규모가 작은 헬스장은 더 힘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라이 릴리(Eli Lilly)사의 체중 감량 치료제인 ‘젭바운드(Zepbound)’ 주사 펜과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사가 제조한 ‘위고비(Wegovy)’. 로이터=연합뉴스


건강기능식품 업계는 이 흐름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종근당건강은 다이어트 전문병원 365MC와 협업해 체내 GLP-1 분비 촉진 기전을 내세운 유산균 건기식 ’지엘핏 다이어트’를 출시했고, 대웅생명과학도 같은 콘셉트의 ‘지엘풋’을 선보였다. 비만치료제 열풍 속에 GLP-1을 마케팅 키워드로 내세운 건기식 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위고비 처방 범위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초기 내과·가정의학과 중심이던 처방은 피부과와 비만클리닉 등으로 확대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 10월 만 12세 이상 청소년에 대한 위고비 사용을 허가했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의 공개 경험담도 대중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방송인 풍자는 위고비와 삭센다 사용 경험을 공개했고, 개그맨 김준호 역시 위고비 처방 경험을 밝혔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운동보다 효과가 빠르다”, “굳이 PT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문준호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체중 감량 과정에서는 지방뿐 아니라 근육량도 함께 감소할 수 있으며, 심해지면 기초대사량 저하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임상연구에서는 약 68주간 치료를 통해 평균 17%의 체중을 감량한 참가자들이 약물 중단 후 1년 동안 감량 체중의 약 3분의 2를 다시 회복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위고비 확산으로 운동 대신 약물로 체중을 관리하려는 흐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문 교수는 “병적 비만 환자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약물이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운동과 식습관은 수명 연장과 심뇌혈관질환 예방 등 약물이 줄 수 없는 장기적인 이득이 있다”고 강조했다.

임유진 기자 iyj7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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