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쟁 끝” 이번엔 맞나... 이르면 14일 종전MOU 서명

이란 외무부가 12일 미국 협상 중인 종전 양해각서(MOU)에 대해 관련 기관들이 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미국 블룸버그가 양국이 이르면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MOU를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자 양측 간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음을 직접 확인한 것이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고 밝히면서 전쟁 중인 두 나라의 종전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관영 매체도 미국의 제재 해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등 14항이 담긴 MOU 초안의 세부 내용까지 공개했다.
트럼프는 11일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방금 이란과의 전쟁에 관한 훌륭한 합의를 했다”며 “문서 최종 조율 단계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이번 주말 유럽에서 서명식이 열릴 수 있다”며 “JD 밴스 부통령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조지아 주지사 선거 화상 유세에서 “우리는 오늘 이란과의 전쟁을 끝냈다”고도 말했다.
악시오스는 “‘이슬라마바드 합의’로 명명될 서명식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방안이 추진 중이며, 밴스 부통령을 지원하기 위한 선발대와 C-17 수송기 4대가 유럽으로 출발했다”고 했다.
이란 메흐르 통신은 12일 MOU에 30일 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와 미국의 봉쇄 해제, 이란 주변에서의 미군 철수,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겠다는 이란의 약속 재확인, 이란 동결 자산 해제 등 14항이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이란이 미국에 요구해온 ‘선 호르무즈 해협 개방, 후 핵협상’이 반영된 내용이다.
◇이란 공개한 초안엔 “美가 동결자금 절반 해제해야 60일간 핵협상”
복수의 중재국 외교 소식통과 미국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 잠정 합의는 카타르의 중재로 10일 밤 도출됐다. 카타르는 미국 공습에 대한 이란의 반격으로 피해를 입었던 걸프국 중 한 곳이다. 이번 협상 전까지 미국과 이란 간 중재 역할은 파키스탄이 맡아왔다. 카타르 특사 알리 알 타와디가 이란 수도 테헤란을 찾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이견을 조율했고,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스티브 윗코프 특사와 여러 차례 통화하면서 협상 성사의 물꼬를 텄다고 한다. 다만 MOU에 핵심 의제인 ‘핵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에, 진짜 게임은 서명식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항 합의문... 450조원 지원 대책까지
이란이 12일 공개한 MOU 초안은 크게 군사·경제·핵개발 세 부문으로 나뉘는데 이란의 요구를 미국이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군사 부문에선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즉각적·영구적으로 전쟁 중단하고, 미국은 이란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주권을 존중하며, 이란 주변 지역 미군을 철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경제 부문에는 이란의 조치에 따라 30일 내 호르무즈 해협의 배 운항을 재개하고, 금융 자산에 대한 이란의 완전한 접근을 보장하는 등 경제 제재를 유예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이 최소 3000억달러(약 450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 계획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이란이 미국에 요구해온 전쟁 배상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동결 자금 해제해야 60일 핵 협상 개시... 여전히 ‘안갯속’
MOU 초안에는 미·이란 종전 협상의 최대 난관인 이란 핵개발 문제는 다음 단계에서 논의하도록 돼있다. MOU를 체결한 뒤 60일 동안 핵물질 처리 문제, 미국의 1·2차 제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결의의 철회 여부 등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이 60일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경제 제재로 묶여 있는 이란 자금 240억달러(약 36조원) 중 절반을 먼저 해제하고, 나머지 절반도 협상 기간 이란이 접근할 수 있도록 미국이 약속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핵심 쟁점에 최종 합의하기도 전에 사실상 제재를 풀어줘야 한다는 의미인 만큼 미국이 이를 온전히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MOU는 이란이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하고, 이에 대한 감독 체계를 구축하고 최종 합의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확정되도록 했다. 고농축 우라늄이 아닌 다른 핵물질은 협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란의 입장도 반영됐다. 이 때문에 2015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주도하고 3년 뒤 트럼프 1기 때 파기된 이란 핵 합의(JCPOA)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될 전망이다.
◇이번엔 진짜 합의까지 가나
이란 파르스 통신은 “14일 제네바에서 서명식이 열린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란 정부 내부에선 타결을 염두에 두고 MOU 각 항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MOU 내용이 이란 측에 유리한 내용이 많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워싱턴 일각에선 합의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합의 임박’을 선언했지만 그때마다 최종 서명 단계까지 이어지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새로운 평화 제안을 전달했다며 예정됐던 대이란 공격을 취소하고 “매우 좋은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닷새 뒤인 지난달 23일에는 “양해각서(MOU)가 대부분 협상 완료 상태”라며 “최종 측면과 세부 사항만 논의 중이고 곧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9일에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란 관련 회의를 열고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달 1일에는 이란이 미국과의 간접 협상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8일에도 “최종 평화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조속한 타결을 거듭 예고했다.
미 보수 진영 역시 ‘선 호르무즈 개방, 후 핵 협상’ MOU 내용을 두고 ‘이럴 거면 전쟁을 왜 했느냐’고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60일간의 ‘본게임’에서 최대한 자국에 유리하게 협상을 가져가려는 미국과 이란의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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