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샷 AI과학자 PD 사의…실패도 자산화

조가현 기자 2026. 6. 1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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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K-문샷 추진단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인공지능(AI)을 활용해 12대 국가 미션을 2035년까지 해결하겠다는 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 'K-문샷'이 출범 초기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AI 과학자 부문 프로그램 디렉터(PD)로 선임됐던 이민형 아스테로모프 대표가 11일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12일 서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실에서 열린 K-문샷 설명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사의 이유는 기업 경영에 집중하고 싶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PD는 생명공학 가설 생성 AI 모델 '스페이서'를 개발 중인 스타트업 아스테로모프 대표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K-문샷 PD로 선임되며 주목받았으나 선임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학력과 이력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과기정통부는 공모 절차를 통해 전문가가 평가했고 서류도 재검증했으나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사표가 수리될 경우 재공모 없이 국가과학AI연구센터(NAIS) 센터장이 해당 미션을 겸임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성수 연구개발정책실장은 "AI 과학자 분야는 전문가가 소수인 만큼 새로운 PD를 선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센터장이 해당 미션을 겸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겸임이 가능한 것은 AI과학자 미션이 처음부터 NAIS와 연계된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NAIS는 23개 출연연구기관의 연구 데이터를 통합하고 과학기술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지원하는 국가 과학AI 통합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관이다. AI 과학자 PD의 미션은 이 플랫폼 안에서 바이오 분야에 특화된 자율 과학 시스템, 즉 AI가 가설을 생성하고 검증하는 자율실험실을 개발하는 것이다.

김 실장은 "처음 설계할 때부터 NAIS의 하위 미션으로 센터장과 PD가 서로 협조해 가며 수행하는 구조였다"며 "센터장이 PD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유용균 NAIS 운영단장 체제로 가동 중이며 7월 중 센터장을 정식 임명할 예정이다. 

● "현재 권한 확보 방법 없다"…과기장관회의로 실행력 확보 방침 

K-문샷은 12대 국가 미션별로 PD가 사업을 총괄 조정하는 PD 중심 거버넌스를 핵심 운영 원리로 내세우고 있다. PD는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상위에서 사업 기획과 조정, 마일스톤 관리를 맡으며 기존 단일 사업 중심의 연구책임자(PI)나 한계도전 R&D의 연구관리자(PM)보다 넓은 범위의 역할을 수행한다. 기술 개발에서 그치지 않고 실증과 현장 배치·상용화까지를 미션 목표로 설정해 기존 R&D 사업과 차별화를 꾀했다.

오대현 미래전략기술정책관은 "당장은 과기정통부 중심이지만 진행이 될수록 범부처 협력이 중요하고 단순히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증을 거쳐서 활용되는 단계까지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다만 타 부처 사업에 대한 PD의 권한 범위를 묻는 질문에 김 실장은 "현재로서는 권한을 확보할 방법이 없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PD가 핵심 사업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권한을 갖지만 타 부처 관련 사업의 경우 로드맵에 따라 과기장관회의를 통해 조정하는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실장은 "과기정통부 부총리가 추진단장인 만큼 PD들이 필요한 것들을 과기장관회의에 직접 보고해 실행력을 얻도록 하는 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법령을 통해서도 권한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문샷은 목표 자체가 대단히 도전적인 만큼 실패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미션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연구 과정에서 나온 데이터와 중간 성과를 모두 마일스톤으로 기록해 아카이빙하고 후속 연구자가 이를 그대로 이어받아 다음 단계에 도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연구 방향을 틀어야 할 경우에도 미션 목표는 유지하되 접근 방식만 바꾸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김 실장은 "12개 미션 중 몇 개만 성공해도 굉장히 성공한 것"이라며 "3개월 단위 평가를 통해 정책·기술 환경 변화에 따라 미션 추진 방향을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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