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장도 놀란 김승규 ‘수퍼 세이브’… “갓 태어난 딸과 눈 마주쳐 힘 났다”
체코 유효 슈팅 3개 막아 리드 지켜
후반 37분·추가시간 결정적 선방

한국 축구대표팀의 체코전 역전승은 황인범(페예노르트)의 1골 1도움과 오현규(베식타시)의 결승골로 완성됐다. 그러나 2-1 리드를 끝까지 지켜낸 마지막 보루는 골키퍼 김승규(FC도쿄)였다. 경기 막판 두 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낸 김승규의 선방에 체코 감독도 감탄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오전 11시(한국 시각)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를 2-1로 꺾었다. 한국은 후반 14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22분 황인범의 동점골과 후반 35분 오현규의 역전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 후반 37분·추가 시간, 승점 3 지킨 선방
체코는 한국이 역전에 성공한 뒤 맹렬한 반격에 나섰다. 후반 37분에는 롱 스로인과 문전 혼전으로 한국 골문을 위협했다. 아담 흘로제크가 골문 가까운 거리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김승규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추고 팔을 뻗어 막아냈다. 실점했다면 2-2 동점이 되는 장면이었다.
후반 추가 시간에도 김승규의 집중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체코 미드필더 미할 사딜레크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오른발 슈팅을 때렸지만, 김승규가 다시 한번 몸으로 막아냈다. 이날 체코가 기록한 유효 슈팅 4개 중 3개를 김승규가 막아내면서 한국은 한 골 차 승리를 지켰다.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체코 감독은 경기 뒤 김승규의 선방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우리에게도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골키퍼가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 때린 슈팅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한국이 더 나은 팀이었다”고 했다.
외신도 김승규의 막판 선방을 주목했다. 가디언은 한국이 기술적 우위를 보인 경기였다고 평가하면서도, 김승규가 후반 막판 중요한 선방으로 승리를 지켰다고 짚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이 체코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며 멕시코와 함께 A조 선두권에 올랐다고 전했고, AP통신은 한국이 후반 선제 실점 뒤 황인범과 오현규의 골로 경기를 뒤집었다고 보도했다.
◇ “팀에 힘 돼 기쁘다”… 부상 딛고 돌아온 수문장
김승규는 경기 뒤 “선수들끼리도 첫 경기를 꼭 잡고 가야 한다고 말을 많이 했다”며 “먼저 실점했지만 다 같이 역전해서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 굉장히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주도하는 경기였는데 상대 찬스가 많지 않았음에도 먼저 실점했다”며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면 수비수나 골키퍼의 책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어 “역전골이 나왔고, 마지막에 내가 선방으로 팀에 조금이나마 힘이 됐다는 점에서 기쁘다”고 말했다.
실점 장면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체코는 오른쪽에서 길게 던진 롱스로인을 크레이치가 헤더로 마무리했다. 김승규는 “분석할 때부터 상대의 세트피스와 롱스로인이 장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보통 롱스로인을 하는 팀은 한두 명이 타깃이 되고 나머지가 세컨드볼을 노리는데, 체코는 장신 선수들이 유인하고 뒤에서 들어오는 선수들까지 피지컬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고 있던 패턴인데도 당한 것 같다”고 했다.

김승규는 2014 브라질,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대회에 이어 네 번째 월드컵 무대에 섰다. 그러나 이번 대회까지 오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김승규는 2024년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장기 재활을 거쳤다. 한때 월드컵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던 시기도 있었다.
김승규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운동장에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기였다”며 “그 부상을 이겨내고 월드컵에서 선발로 나오고 승리까지 가져와 지난날들을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어 “재활은 정말 힘들고 지칠 때도 있다”며 “부상에서 회복 중인 선수들이 나를 보고 조금이나마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딸과 눈 마주쳐 힘 났다”… 가족·팬 축하도 이어져
이번 승리는 김승규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김승규는 2024년 모델 김진경과 결혼했고, 이달 초 딸을 얻었다. 월드컵 준비로 출산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던 김승규는 대회 전부터 아내와 딸에게 좋은 성적을 선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체코전 당일에도 딸이 힘이 됐다. 김승규는 “오늘 경기장에 오기 전 딸과 영상통화를 했다”며 “지금까지는 자고 있는 모습만 봤는데 오늘은 신기하게 눈도 제대로 뜨고 많이 마주쳐 줬다. 힘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김승규의 활약이 알려지면서 김진경의 소셜미디어(SNS)에도 축하 댓글이 이어졌다. 김진경이 최근 올린 딸 사진 게시물에는 “달밤이가 복덩이다” “오늘 아빠가 승리를 지켜냈다” “달밤 아빠가 나라를 구했다”는 취지의 반응이 달렸다. 팬들은 김승규의 선방과 득녀 소식을 함께 언급하며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일본에서도 김승규의 활약이 주목받았다. 김승규는 현재 일본 J1리그 FC도쿄 소속이다. 일본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체코전 막판 선방을 두고 “FC도쿄의 수호신”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FC도쿄는 앞서 김승규의 월드컵 대표팀 발탁을 공식 발표하며, 큰 부상 뒤에도 김승규가 구단에서 재기해 월드컵 무대까지 돌아섰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김승규는 멕시코전 분위기가 체코전과 다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선수들이 개막전을 다 본 것 같다”며 “국가를 부를 때부터 남아공이 기가 죽고 분위기가 넘어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경기 때는 그런 부분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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