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북아일랜드 반이민 폭력, 인종주의적 공격” 비판

윤연정 기자 2026. 6. 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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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이틀째…거주지·상점 공격 이어져 이민자 사회 공포 확산
11일(현지시각)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동부 뉴타우너즈 거리 인근에서 작업자들이 폭력 시위로 파손된 주택의 출입문을 교체하고 있다. 지난 8일 발생한 흉기 공격 사건 이후 이틀 연속 반이민 폭력 사태가 이어졌다. AFP 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등에서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반이민 폭력 사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민자들의 거주지와 상점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지며 이민자 사회에서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힐러리 벤 영국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은 벨파스트 등지에서 이틀째 이어진 반이민 폭력 사태를 “인종주의적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피부색을 이유로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면 (그들의 행동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벤 장관은 폭력 규모가 첫날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8일 밤 벨파스트에서 발생한 흉기 공격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다. 수단 출신 난민 하디 알로디드(30)가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뒤 관련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서 반이민 정서가 급격히 고조됐고, 9일 밤부터는 시위가 폭동 양상으로 번졌다. 일부 지역에선 방화로 주택과 차량, 버스 등이 불탔고 도로가 일시 봉쇄됐다. 전날 벨파스트 외곽의 난민 신청자 수용 호텔로 향하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는 일도 발생했다. 경찰은 물대포와 플라스틱 탄환을 동원해 이들을 해산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관 10여명이 다치고 수십명이 체포됐다.

지난 10일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인근 뉴타우너비에서 경찰이 흉기 공격 사건 이후 발생한 반이민 시위를 해산하기 위해 물대포를 사용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민자 사회의 공포는 커지고 있다. 복면을 쓴 시위대는 이민자들의 거주지와 상점, 차량 등을 공격하고 방화를 저질렀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민자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중임대주택(HMO) 주소 목록까지 유포됐다. 에리트레아 출신 난민 조지프는 가디언에 “(명단 공개는) 분명 우리를 겨냥한 것”이라며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도시를 떠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 유니슨(Unison)은 지난 9일 최소 15가구가 긴급 대피한 데 이어 지난 10일에도 추가로 15가구가 집을 떠난 것으로 집계했다. 벨파스트에 4년째 거주해온 동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 출신 크플룸 테클리 카사도 상점가 화재로 집을 떠나 아내와 생후 2개월 된 딸과 함께 친구 집으로 대피했다. 그는 “아내가 매우 두려워했다. 이것은 인간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6년 수단에서 난민으로 북아일랜드에 정착한 트와술 모하메드는 로이터에 “사태 이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시리아 내전을 피해 영국에 정착한 모하메드는 전쟁 당시 폭탄 폭발로 입은 정강이 상처를 보여주며 “자녀들은 모두 벨파스트에서 태어나 현지 억양을 쓰고 있지만, 이제는 벨파스트를 떠나 시리아나 이집트로 돌아가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단지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왔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오후에는 아프리카계·아랍계 주민들이 운영하는 슈퍼마켓과 이발소, 전자기기 상점들이 일제히 철제 셔터를 내렸고, 벨파스트 이슬람센터도 저녁 예배를 취소한 뒤 신도들에게 외출 자제를 권고했다.

지난 10일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동부에서 제이미 코리가 반이민 폭동으로 불에 탄 자신의 집 앞에 서 있다. 이번 폭력 사태는 지난 8일 수단 출신 용의자가 현지 남성에게 흉기 공격을 한 사건 이후 발생했다. AP 연합뉴스

경찰은 이번 폭력 사태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에서 조직·선동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라이언 헨더슨 북아일랜드 경찰청(PSNI) 부청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상당한 수준의 조직적 움직임이 확인됐다”며 온라인에 퍼진 혐오와 허위정보가 이번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게시물에 대한 처벌 가능성도 시사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도 이날 소수인종과 외국인 거주자를 겨냥한 폭력에 우려를 표명하며 영국 당국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영국과 아일랜드 간 자유 이동 체계인 공동여행구역(CTA)을 둘러싼 난민유입·국경 관리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흉기 공격 용의자는 수단에서 프랑스와 아일랜드를 거쳐 북아일랜드로 입국한 뒤 2023년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는 사건 이후 공동여행구역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난민 신청자는 2019년 약 5천명 수준에서 2024년 1만8500명으로 급증했으며, 신청자의 약 90%는 공항이나 항구가 아닌 아일랜드 정부의 난민심사기관인 국제보호청(IPO)을 직접 방문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11일(현지시각)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루치라 랑가프라사드가 반이민 폭력 사태로 외출을 꺼리는 이민자 가정에 직접 만든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이번 폭력 사태는 지난 8일 수단 출신 용의자가 현지 남성에게 흉기 공격을 한 사건 이후 발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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