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루토 무단 합성 그만"…日 팬들, 글로벌 청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의 유명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AI로 합성하는 것과 관련해 원작 팬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일본 만화 팬들이 트럼프에게 온라인 게시물에 만화 캐릭터를 사용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에 '드래곤볼', '유희왕', '나루토' 등의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 게시한 백악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항의하는 청원에 2만명이 서명했다고 전했다.
청원 작성자는 일본 정부에도 문제를 제기했으며 외무성을 통해 주일 미국대사관에 항의가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애니메이션 유명 캐릭터를 무단 사용했다는 지적은 지난 3월,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 백악관 공식 SNS에 해당 영상이 게재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유희왕' 측은 "원작자와 애니메이션 제작진은 해당 영상 제작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며 지식재산권 사용을 허가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포켓몬스터' 이미지를 활용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포켓몬컴퍼니 측은 "우리의 사명은 세상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며, 그 사명은 어떠한 정치적 견해나 의제와도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트루스소셜 계정에 자신을 '나루토'의 닌자 나루토 우즈마키로 묘사한 이미지가 게재되자 팬들의 반발은 더욱 커졌다. 결국 이날 일본 정부에 대한 로비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청원 운동이 재개됐다.
작성자는 "저희는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작품을 깊이 사랑하는 팬"이라며 "미국 정부 공식 소셜 미디어 계정에 공개된 군사 작전 영상에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작품의 장면이 포함된 것에 대해 팬들은 매우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12일 기준 해당 청원에는 약 2만5000명이 참여했다. 청원을 시작한 스즈키 나나 씨(34)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을 구하려다 세상을 떠난 '유희왕' 원작자의 사연을 소개하며 "원작자의 숭고한 정신과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군사적인 맥락에서 이용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고 했다.
'나루토'는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일본 최대 출판사 슈에이샤를 통해 연재됐다. 닌자가 되기 위해 훈련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이 만화는 전 세계적으로 2억50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슈에이샤의 대변인은 트럼프의 게시물에 '나루토'를 무단 사용한 것에 대해 "해당 이미지의 저작권은 영화 제작 위원회가 보유하고 있다"며 "'나루토'의 작가 키시모토 마사시는 이 문제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팬들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마츠이 쿠니시게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팬은 "창작자와 관련자들을 존중하고 허락을 받았다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규칙을 지키지 않고, 문화를 무시하는 사람일 뿐"이라며 "그리고 그런 비판은 아마도 미국인들에게 향할 것이다. 그들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했으니까"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팬인 후쿠요시 케이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정말 진심으로 그들이 이런 짓을 멈추길 바란다"며 "윤리 의식이 심각하게 결여돼 있고,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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