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만들려면 결국 中 거쳐야…휴머노이드 공급망 사실상 장악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핵심 부품부터 생산까지 공급망 전반을 장악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센서·관절·배터리 등 주요 부품을 대부분 자국에서 생산하며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해 사실상 중국산 부품 없이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전기차 산업을 기반으로 형성한 대규모 제조 생태계를 활용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도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수십 년간 일본이 주도하던 로봇 산업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스타트업 '유니트리'는 5000달러(약 761만원) 이하 가격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수천 대 규모로 생산 중이다. 과거 중국 로봇 기업들은 센서·관절 등 핵심 부품을 일본과 해외 업체에 의존했지만 현재는 핵심 부품 대부분을 중국 내에서 조달한다.
중국이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은 전기차 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국은 수십 년간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나사·배터리·전장 부품까지 공급망 대부분을 자국 내에 구축하며 세계 최대 전기차 수출국으로 성장했다. 전기차 부품 업체 상당수가 로봇 부품 생산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 로봇 기업 'UB테크'는 카메라·배터리·디스플레이 등 대부분의 부품을 수 시간 내에 조달하는 공급망을 갖췄다. UB테크는 로봇 부품 90% 이상을 중국 기업에서 조달하며 일부 제어용 반도체만 수입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도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2024년 기준 중국 공장에서는 200만대 이상의 산업용 로봇이 가동 중이며 한 해에만 새로 설치한 로봇이 30만대를 넘어섰다. 일본·미국·한국·독일 4개국 설치 합계를 웃도는 수치다.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투자자들은 2025년 한 해 동안 휴머노이드 스타트업에 50억달러(약 7조6064억 원) 이상 투자했다. 직전 5년 누적 투자액에 맞먹는 규모다. 올해 1~5월 투자액은 이미 지난해 연간 총액을 초과했다.
휴머노이드 산업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로봇은 공장 순찰·물건 운반 등 단순 업무에 주로 투입되며 복잡한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행동하는 능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UB테크는 자사 로봇 생산성이 현재 인간 노동자의 약 30% 수준이라고 밝혔다.
로봇 지능은 여전히 미국 기술에 의존한다. 로봇 학습용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는 엔비디아 플랫폼을 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성장의 핵심 과제는 실질적 활용처 확보라고 분석했다. 제조 생태계와 공급망 측면에서는 이미 중국이 글로벌 주도권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밍쉰리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 중국 자동차·산업 부문 총괄은 "중국 부품 가격이 너무 빠르게 떨어져 다른 국가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며 "중국 기업 부품 없이 휴머노이드를 제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m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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