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극복’ 황인범, 월드컵 체코전 MVP… ‘1골·1도움’ 역전승 설계

정두용 기자 2026. 6. 1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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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22분 칩슛 동점골… 35분 오현규 역전골까지 도와
FIFA 공식 POTM 선정… “월드컵 득점, 자랑스럽다”
11일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 후반 황인범이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인범(페예노르트)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후반 선제 실점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동점 골을 넣었고, 오현규(베식타시)의 역전 결승골까지 도우며 경기 최우수선수(POTM)에 선정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오전 11시(한국 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를 2-1로 꺾었다. 한국은 후반 14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22분 황인범의 동점골과 후반 35분 오현규의 역전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한국이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 이후 16년 만이다.

한국은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았다. 한국은 슈팅 15개, 유효 슈팅 7개를 기록했고 체코는 슈팅 8개, 유효 슈팅 4개에 그쳤다. 볼 점유율도 한국이 62%로 체코(38%)를 앞섰다. 패스 성공률도 한국이 87%로 체코(70%)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런 유리한 흐름이 곧바로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손흥민(LAFC)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전반부터 체코 골문을 두드렸지만, 골키퍼 선방과 수비에 막혔다.

분위기를 바꾼 건 황인범이었다. 후반 22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황인범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상대 골키퍼와 수비수가 동시에 압박했지만, 한 차례 접는 동작으로 둘을 속였다. 이어 오른발로 공을 살짝 띄우는 칩슛을 시도했고, 느린 포물선을 그린 공은 체코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황인범이 11일(현지 시각)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고 있다. /뉴스1

황인범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동점골 장면에 대해 “사실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는 게 익숙하진 않은 선수”라며 “강인이가 워낙 좋은 패스를 넣어줘서 공간으로 침투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 골키퍼가 워낙 신체 조건이 크다 보니, 한 번 접었는데 골키퍼와 수비수까지 속였던 것 같다”며 “월드컵 무대에서 그런 득점을 할 수 있다는 게 스스로 믿기지 않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황인범의 활약은 동점골에서 끝나지 않았다. 후반 35분 오른쪽 공간으로 침투해 낮고 빠른 크로스를 문전으로 보냈고, 교체 투입된 오현규가 이를 밀어 넣어 역전골을 만들었다. 한국이 기록한 두 골 모두 황인범의 발끝에서 나왔다.

황인범은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한국 선수가 월드컵 본선 한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것은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탈리아전 최순호, 1994년 미국 대회 스페인전 홍명보 이후 세 번째다. 홍 감독은 선수 시절 자신이 세웠던 기록을 32년 뒤 제자가 다시 쓰는 장면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FIFA도 황인범을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황인범에게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8.5점을 줬다. 황인범은 슈팅 3개, 키패스 1개, 패스 성공률 90%, 드리블 성공 2회 등을 기록하며 중원과 공격 3선을 오갔다.

11일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 전반 황인범이 전방에 공을 연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인범은 이번 경기로 부상 우려를 털어냈다. 그는 지난 3월 네덜란드 프로축구 에레디비시 경기 중 오른쪽 발목 인대를 다쳐 소속팀 복귀전을 치르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두 달 넘게 공식전을 뛰지 못한 상태라 월드컵 본선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황인범은 “관리해도 찾아올 수 있는 게 부상”이라며 “많이 아쉽기도 했지만, 어떻게 보면 월드컵 전까지 몸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게 해준 시간인 것 같아 그런 부분은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부상 없이 좋아하는 축구를 행복하게 오래오래 하고 싶다”고 했다.

황인범은 동점 골 직후 손흥민의 얼굴을 잡고 포효한 장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흥민이 형뿐만 아니라 강인이와 승호도 내게 많은 파이팅을 불어넣었다”며 “나도 고맙다는 의미로 얼굴을 잡으면서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주고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지대 적응도 승리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은 대회를 앞두고 해발 1400m대인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사전 캠프를 차렸다. 체코는 상대적으로 늦게 과달라하라에 들어왔다. 황인범은 “단순히 느낌이 아니라, 상대 선수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많이 힘들어했다”며 “먼저 고지대에서 적응했던 게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외신들도 황인범의 활약을 집중 조명했다. AP통신은 황인범이 한국의 2-1 역전승에 불을 붙였다고 평가했고, 로이터통신은 황인범과 오현규가 한국의 월드컵 첫 승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한국이 기술적 우위를 보였고 황인범이 중원을 장악했다고 분석했다. FIFA 공식 홈페이지도 이날 A조 경기 정리 기사에서 황인범을 한국 역전승의 주인공으로 소개했다.

황인범은 멕시코전에 대해 “멕시코는 체코와 다른 팀이고 홈 이점도 있다”며 “좋은 선수가 많고 좋은 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체코전처럼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해서 준비하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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