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올라…네식구 먹고 자는데만 월 200만원 든다

김남명 기자 2026. 6. 1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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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데이터 통합플랫폼 분석]
1분기 4인 가구 식비 5% 오르고
집값 상승에 주거비도 20% 껑충
같은기간 소득은 1.9% 증가 그쳐
수출 늘었지만 체감 경기와 괴리
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 한 시민이 수박을 고르고 있다. 뉴스1

4인 가구가 식비와 주거비로 지출하는 금액이 1분기 기준 월평균 200만 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주거비가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뛰어오른 데 따른 결과다. 이 기간 식비도 5% 올랐지만 근로소득 증가율은 이에 크게 못 미치면서 가계 부담이 한층 커졌다.

12일 국가데이터통합플랫폼(MDIS) 분석 결과 올해 1분기 4인 가구의 월평균 식비(식료품·비주류음료 및 외식비)는 약 142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34만 원보다 5.4% 늘어난 규모다. 특히 외식비가 9.4% 늘면서 증가세를 견인했다.

최근 서울 집값과 임대료 상승세 영향으로 주거비 상승 폭은 더욱 가팔랐다. 같은 기간 4인 가구의 월평균 주거비는 57만 원으로 지난해(47만 원)보다 20.6% 늘었다. KB부동산 월간 주택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6.77%, 월세는 8.99% 올랐다.

이에 따라 식비와 주거비를 합한 월평균 지출액은 지난해 182만 원에서 올해 약 199만 원으로 증가했다. 4인 가구가 매달 월평균 200만 원가량을 먹거리와 주거 관련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소득 증가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뎠다. 올해 1분기 4인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646만 원으로 지난해 634만 원보다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0.3% 증가하면서 사실상 월급이 거의 오르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식비 증가율(5.4%)은 물론 주거비 증가율(20.6%)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가계가 체감하는 부담은 최근 물가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오르면서 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특히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류(24.2%)는 물론 쌀(13.5%), 계란(10.2%), 돼지고기(5.8%) 등 먹거리물가까지 크게 뛰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2.5%를 기록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에 정부도 최근 경제 상황을 진단하면서 민생 부담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수출 호조와 소비·기업 심리 개선 등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중동 전쟁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 고용 둔화 등 민생 부담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주요 경제지표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월 수출은 반도체·컴퓨터·선박 수출 확대 등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했다. 소비자 심리와 기업 심리도 개선됐고 경기 선행지수와 동행지수 역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고용시장은 다소 위축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만 명 감소하며 17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정부가 이번 그린북에서 기존의 ‘경기 하방 위험’ 대신 ‘고용 둔화’를 새롭게 언급한 배경이다. ‘고용 둔화’라는 표현은 비상계엄 여파가 있던 지난해 1월호 이후 처음 쓰였다.

고환율도 민생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이날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자극해 물가와 민생·내수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의 온기가 실제 가계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물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수출이 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가계의 필수 지출 부담이 계속 커질 경우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체감경기 회복도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비와 주거비 등 필수 지출 부담이 이미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하반기에는 고환율 영향까지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환율 상승이 식품 원재료와 에너지, 외식 비용 등에 순차적으로 반영돼 생활물가를 자극할 경우 식비와 주거비 같은 필수 지출 부담이 더욱 커지고 소비 여력도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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