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에 일련번호 매기느라”…송파선관위 배송 지연, 총체적 부실

전경운 기자(jeon@mk.co.kr),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2026. 6. 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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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 브리핑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에 오전 술렁
송파선관위 전원 일련번호 작업 투입
대화방 추가 요청에 대응 전혀 못해
투표소들 추가 배부 요청 쏟아지자
결국 일련번호 없이 투표지 불출
투표지 배송에 사회복무요원도 동원
12일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에서 열린 ‘투표용지 부족사태 진상규명위원회 제3차 위원회의’에 조현욱 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 3일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서울 송파구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시간대별로 재구성한 결과 그날 선거관리위원회의 대응은 처음부터 끝까지 총체적인 부실로 점철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선관위 전 직원이 동원돼 무번호 투표용지에 일련번호를 기재하느라 단체 대화방의 추가적인 투표용지 부족 보고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고, 사회복무요원까지 동원돼 투표용지를 배송했지만 결국 투표 중지 사태를 막지 못했다.

조현욱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은 12일 과천 선관위 청사에서 3차 회의를 열고 송파구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집중 점검했다. 조 위원장은 “당시 상황을 봤을 때 총체적 부실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점이 도출됐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에 따르면 선거일 당시 송파구선관위는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오전 11시 50분에 서울시선관위에 무번호 투표용지에 기재할 일련번호를 요청했다. 11시 56분경 서울시선관위로부터 1차 일련번호를 부여받은 송파구선관위는 1시 40분부터 무번호 투표용지에 일련번호 기재를 시작했다.

이후 오후 2시 20분에 잠실4동 제7투표소로 투표용지 추가 운송이 시작됐고, 오후 3시 45분에는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용지 200매(200명분) 추가 요청이 들어왔다.

조 위원장은 “송파구선관위 직원들이 모두 동원돼 일련번호 넘버링(숫자 기재)을 하고 투표소에 직접 배송하느라 위기 상황에 대응을 전혀 하지 못했다”며 “서울시선관위나 중앙선관위에 체계적인 보고도 하지 못했다. 즉 현장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유권자 1인당 7개 투표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날 잠실7동 2투표소에서 처음 요청한 투표지는 총 1400매에 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1400매 투표용지에 일련번호를 수기로 입력해 보내기 위해서 전 직원이 넘버링에 동원됐다는 것이다. 송파구 선관위 직원 수는 13명이다.

그러나 투표용지가 제 시간에 배송되지 못하고 결국 오후 4시 46분경 잠실7동 2투표소는 투표용지 부족 사실을 고지하고 투표를 일시 중단했다. 그리고 대기 중인 유권자들에게 대기표를 발급했다.

이 무렵 송파구선관위는 6곳의 투표소에 추가 투표용지를 배부한 뒤에도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추가 투표용지 요청이 들어오자 결국 무번호 투표용지 일련번호 부여가 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했고 일련번호를 기재하지 않은 상태로 현장에 배부하기로 했다.

투표 종료 시간이 한 시간도 남지 않은 오후 5시 5분께 투표 중지 사태가 확산하자 무번호 투표용지를 일련번호 없이 불출하고, 투표관리관 등이 현장에서 일련번호를 기재하라고 안내했다.

오후 5시 9분에도 10군데 넘는 투표소의 추가 투표용지 요청이 있었지만 무번호 투표용지가 거의 소진되기에 이르렀고, 인근 투표소에서 보유하고 있는 잔여 투표용지를 빌려 부족한 투표소로 이송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오후 5시 20분이 되어서야 상급위원회에 사전투표용 용지 발급기를 이용한 투표용지 발급이 가능한지 문의를 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잠실7동 2투표소는 투표 종료시간인 오후 6시에야 인근 투표소에서 빌려온 잔여 투표용지 200매를 추가 수령했고, 투표시간 보장을 위해 투표소를 오후 10시까지 운영했다.

조 위원장은 “투표용지 부족에 따른 업무 절차 편람이나 지침이 규정이 전혀 없었고, 무번호 투표용지에 대한 넘버링 기계조차 없어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며 “투표용지 7장을 선거구 단위로 각각 조합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지연되면서 현장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이런 종합적인 상황을 볼 때 상급위원회의 현장 지휘권이 전혀 발동되지 못했고, 신속한 보고체계도 갖춰지지 않았다”며 “이러한 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획기적인 선거 시스템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21대 대선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투표용지 인쇄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용지 인쇄 매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투표소 1만4295곳 가운데 9284곳(64.9%)이 당시 하한선이었던 선거인 수 대비 70% 인쇄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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