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는 새끼 비둘기가 아니다 ️🕊️[이웃도감]

오경민 기자 2026. 6. 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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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가 나타났다!’
숲이 아닌 도시 한복판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동식물을 마주칩니다. 어떤 생명은 도시로 밀려들고, 어떤 생명은 하루아침에 베이고 뽑혀 나갑니다. [이웃도감]은 도시에서 인간과 어색하게 공존하는 동식물을 기록합니다.
지난 11일 비둘기 한 마리가 서울 마포구 홍제천변을 거닐고 있다. 오경민 기자
“그거 알아, 참새가 비둘기 새낀 거?”

한때 ‘참새가 새끼 비둘기’라고 속이는 장난이 유행했습니다. 일상에서도 흔히 보이는 비둘기 무리 중 새끼처럼 보이는 개체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참새와 비둘기는 다른 종입니다.

새끼 비둘기는 어디 있을까요. 어미 비둘기는 알을 낳을 때 남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둥지를 틉니다. 새끼 비둘기는 노란 솜털을 단 채 알에서 부화합니다. 이후 20~40일가량을 둥지에서만 생활합니다. 어미 비둘기는 스스로 날 수 있을 때까지 새끼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습니다. 둥지를 떠날 때쯤 새끼 비둘기는 이미 성체와 크기도 색깔도 비슷해집니다.

어린 비둘기에서는 성체에서 보이는 목 부분의 보라색 광택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만 집비둘기의 무늬와 색깔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어린 비둘기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비둘기와 참새가 먹잇감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나뭇가지 안 좋아하는 ‘차가운 도시 새’

비둘기는 꼭 집 지붕이나 창문틀,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 위 등에 둥지를 틀어 사람들의 미움을 삽니다. 공원이나 산에 있는 나무 위에 둥지를 틀면 좋을 텐데요.

여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비둘기의 원종은 바위비둘기로, 절벽과 암벽 지대에 살던 종입니다. 숲에 살던 새들처럼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능숙하게 활용하지는 못해요. 둥지도 어느 정도 평평한 바닥이 있는 곳에서만 틀 수 있습니다. 오히려 도시 건축물과 구조물이 비둘기가 둥지 짓기에 더 알맞은 셈입니다.

천연기념물 비둘기가 있다?
멧비둘기.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도시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비둘기는 집비둘기입니다. 이 밖에도 한국에는 다양한 비둘기가 살고 있습니다. 멧비둘기, 양비둘기, 홍비둘기, 흑비둘기, 염주비둘기, 녹색비둘기 등입니다.

멧비둘기도 도시에서 꽤 흔히 발견됩니다. 정원이나 녹지를 산책할 때 주로 마주칠 수 있어요. 몸통은 회갈색, 날개깃 가장자리는 적갈색입니다. 집비둘기와 달리 나무에 둥지를 틉니다.

언뜻 봐서는 집비둘기와 구별하기 어려운 양비둘기도 있습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양비둘기는 전국에 약 160여 개체만 살고 있습니다. 전남 구례·고흥, 경기 연천 등지에서만 집단을 이루고 살아갑니다. 집비둘기와 달리 꼬리에 흰 띠가 있습니다.

몸 전체가 광택이 나는 검은색인 흑비둘기는 천연기념물입니다. 어떤 비둘기는 유해야생동물로, 어떤 비둘기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겁니다.

양비둘기 한 마리가 전남 구례 화엄사 대웅전 단청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권도현 기자
한때는 사랑받은 비둘기…죽으면 신문에 났다
1965년 2월20일자 경향신문에 ‘평화로운 새…비둘기’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한때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으로 사랑받았습니다. 서울시청 옥상과 남산공원에는 서울시가 관리하는 비둘기집이 있었고 학교나 가정집에서도 비둘기를 길렀습니다.

1965년 2월20일 경향신문에는 “서울 남산의 유명한 비둘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일에 대해 비둘기를 사랑하는 많은 어린이들이 함께 슬퍼했습니다”로 시작하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전 남산에서 비둘기집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비둘기 28마리가 죽은 일을 다룬 기사입니다. 이 일 때문에 비둘기 합동 장례식도 열리고 묘비도 세워졌습니다. 어린이들이 ‘동무를 잃은 비둘기’를 위로하고자 성금을 모아 경향신문사로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취임식, 체육대회 등 수많은 행사에서 날려 보낸 비둘기는 도시 곳곳에 자리 잡고 번식했습니다. 개체 수가 불어나면서 비둘기는 어느 순간부터 ‘도시 공해’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비둘기 때문에 민원은 빗발치는데 부처끼리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가축’은 농림축산식품부, ‘야생동물’은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소관이었거든요. 2008년 법제처가 ‘비둘기는 야생동물’이라는 해석을 내놓자 이듬해 환경부는 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습니다.

비둘기와의 전쟁…먹이 주면 ‘과태료’

비둘기 개체 수 관리는 전 세계 많은 도시의 숙제입니다. 가장 보편적인 대책은 먹이 금지 조치입니다. 2024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한국에서도 유해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각 지자체가 금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시에서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게 적발되면 최대 100만원까지 과태료를 낼 수 있어요.

이 같은 조치에 일부 국내 동물보호단체는 “먹이를 잃은 비둘기들이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고 헤매 민원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반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방식의 개체 수 조절에 동의하는 국제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 같은 곳도 있습니다. 이 단체는 비둘기 과밀 문제가 비둘기들에도 좋지 않다고 봅니다.

‘불임 모이’도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다만 비둘기의 수명을 고려할 때 수년간 지속해야 효과를 볼 수 있고, 다른 새가 먹으면 생태계 교란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비둘기는 수천 년 동안 인간 곁에서 살아왔습니다. 평화의 상징이 되기도 했고, 도시 공해 취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 오래된 이웃과 어떻게 어울려 살게 될까요?

이미지 |챗GPT

■ 참고문헌

조혜민, 『도시인들을 위한 비둘기 소개서』, 집우주, 2024

최태규, 『도시의 동물들』, 사계절, 2025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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