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물려주마” 늘 말하던 아버지…사망 이틀전 병상 유언했는데, 효력은?

김은진 기자 2026. 6. 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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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알든든] (4) 유언의 효력

부산에 사는 이성호씨(50·가명)는 갑자기 쓰러져 병상에 누우신 아버지가 늘 하던 말씀이 내내 걸렸다. 평소 연락이 뜸하던 다른 형제들 대신 가까이에서 자신 곁을 지키던 성호씨에게 집을 물려주겠다고 하던 터였다. 성호씨는 정성껏 간호했지만 일상 회복은 어렵다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아버지 뜻을 지키기 위해 유언을 받기로 결심했다. 

질병이나 급박한 사유가 있는 사람은 ‘말로써’ 유언을 남길 수 있다. 변호사와 아내가 함께한 가운데 성호씨는 아버지에게 뜻을 물었다. 산소호흡기를 차고 있었지만 성호씨와 아내를 잘 알아봤다. 평소 아버지의 말씀대로 변호사가 써온 유언을 읽었고 아버지는 변호사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어”라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이틀 후 돌아가셨다.

이 사안에서 아버지의 상속재산은 유언대로 성호씨에게 돌아갈까?

유언은 사망 후 법적 효력을 발휘하는 중요한 의사 표시인 만큼, 그 방식을 철저히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유언의 형식 요건부터 효력 사안까지 ‘유언의 효력’에 대해 살펴보자.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
법이 정한 ‘유언’ 방식
유언은 민법 제1060조(유언의 요식성)에 따라 민법이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않으면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 우리 법이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것은 유언자의 진의(眞意)를 명확히 하고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성호씨의 경우도 유언의 요식성에 관한 판례를 통해 살펴보면 아버지의 유언이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백혈병 및 위암으로 치료 중이던 망인은 유언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변호사 3인을 입회시킨 가운데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을 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유언 당시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유언자가 변호사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음”, “어”라고 답한 것만으로는 민법이 정한 유언 취지의 구수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유언은 엄격한 요식 행위가 따라야 하므로 법에서 정한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진정한 뜻이더라도 무효인 것으로 판결했다.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5가지로 한정한다. 

핵심 쟁점 ① 유언 방식별 ‘요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유언자가 전문(全文),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자서(自書)하고 날인해야 한다(민법 제1066조 제1항). 이 중 하나라도 누락되면 유언은 무효다.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9768 판례에 따르면 연월일 중 ‘일(日)’의 기재가 없는 자필유언증서는 작성일을 특정할 수 없으므로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자필증서에 내용을 삽입·삭제·변경할 때에는 반드시 유언자가 해당 부분을 자서하고 날인해야 효력이 인정된다(민법 제1066조 제2항).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유언자가 증인 2인이 참여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口授)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낭독해 유언자와 증인이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해야 한다(민법 제1068조).

‘구수’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의미하며 법으로 엄격하게 해석된다. 대법원 1993. 6. 8. 선고 92다8750 판결에 의하면, 공증업무를 취급하는 변호사가 반혼수상태로 병원에 입원 중인 유언자에게 유언취지를 묻자 유언자가 고개를 끄덕거린 것만으로는 민법 제1068조 소정의 공정증서가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그 유언은 무효다.

녹음에 의한 유언=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해야 한다(민법 제1067조). 유언자가 아닌 증인이 유언 취지를 구술하는 등 방식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무효다.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유언자가 유언 내용을 유언의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비밀로 하기 원하는 경우, 유언 증서를 작성한 후 훼손되거나 개봉할 수 없도록 굳게 봉하는 방식이다. 봉서의 표지에 증인 2명과 유언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 제출연월일이 있어야 하고 표지에 기재된 날로부터 5일 이내에 공증인 또는 법원서기에게 제출해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앞서 사례에서 소개한 성호씨의 사례가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을 이용하려고 했던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구수’는 유언자가 유언을 직접 말로 하는 것이다.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을 보면 “음”이나 “어”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시하거나 아주 간단한 말로 맞다는 대답을 하는 것은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증인이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질문을 하고 아버지가 대답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유언 당시 의사능력이나 유언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추면 그 서면이 유언자의 진의에 따라 작성되었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봤다.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이 무효로 판결된 또다른 판결을 보자.

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17800 판결

유언 당일 오전 산책을 하고 문병객과 대화를 나눈 망인이, 병실에 녹음기가 있는 상황에서 구수증서 방식으로 한 유언은 ‘급박한 사유로 다른 방식을 취할 수 없는 경우’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해 효력이 없다.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소정의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해 할 수 없는 경우에 허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판결에선 다른 방식으로의 유언이 객관적으로 가능하다고 봤기에 무효로 판결했다.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

핵심 쟁점 ② 유언 능력

17세 이상의 의사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언할 수 있다. 민법 제1061조에 의하면 17세에 달하지 못한 자는 유언을 하지 못한다. 

또한 유언 당시의 의사능력도 눈여겨봐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에 대해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말한다. 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해 개별적으로 판단하는데, 의사능력이 없음을 이유로 유언 무효를 주장할 때는 주장하는 측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 

그렇다면 치매에 걸린 사람은 유언 능력이 있다고 볼까?

치매 증상은 종류와 원인, 진행 정도에 따라 다르다. 다른 질환보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 

최근 판례에선 치매 환자라도 곧바로 유언능력을 부인하거나 치매 기간 중의 모든 법률행위를 무효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유언 당시의 건강상태 등 구체적인 사정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또한 유언 능력은 ‘당시’에 갖추고 있으면 된다. 유언 후 유언능력을 잃더라도 유언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반대로 유언 무능력자가 유언한 후 능력자가 되더라도 그 유언은 처음부터 무효이다. 지나간 사실을 소급해 나중에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핵심 쟁점 ③ 유언의 효력 발생 시기와 철회

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한 때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민법 제1073조 제1항). 유언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어떠한 유언도 아직 효력이 없다. 또한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 이 철회권은 포기하지 못한다(민법 제1108조). 즉 유언을 번복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더라도,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후의 유언이 서로 저촉되거나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는 경우, 그 저촉된 부분의 전 유언은 철회한 것으로 간주한다(민법 제1109조 ‘묵시적 철회’).

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

‘저촉’이란 전의 유언을 실효시키지 않고서는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효로 될 수 없음을 가리키되 법률상·물리적 집행불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후의 행위가 전의 유언과 양립될 수 없는 취지로 행하여졌음이 명백하면 족하다.

핵심 쟁점 ④ 유언과 유류분의 관계

유언이 유효하더라도 그 내용이 공동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유류분 반환청구의 대상이 된다(민법 제1113조). 유언의 방식과 능력을 완벽히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상속인의 최소 상속 몫인 유류분은 보호받는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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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알아두는 ‘법알든든’ 상식…유언 효력과 그 방법

유언방식이 가장 중요하다

법이 정한 5가지 방식 외의 유언은 유언자의 진의와 일치하더라도 무효다.

자필은 직접 써야

자필증서 유언은 연월일·주소·성명을 본인이 직접 써야 하며, 그중 하나만 빠져도 무효다.

구수증서는 최후 수단

다른 방식을 쓸 수 있는 상황이라면 구수증서 유언은 인정되지 않는다.

치매라도 개별 판단    

치매 환자의 유언도 유언 당시 의사능력을 개별 판단한다. 치매를 앓았다고 해서 무조건 무효는 아니다.

효력은 사망 시부터    

유언의 효력은 유언자 사망 시 발생하며, 유언 후 능력을 잃어도 유언은 유효하다.

사람의 마지막 의사 표시가 유언인 만큼, 그 방식이 엄격한 이유도 ‘마지막 진심’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것이다. 진심이 담긴 말이라도 법에서 정한 형식을 모두 갖춰야만 그 말의 ‘진짜 뜻’이 제대로 전해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 기사는 일반적인 법 상식을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법률 문제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박창환 변호사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현재 법무법인(유) 원의 구성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민사 분쟁부터 기업 법무까지 폭넓은 실무 역량을 갖춘 그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가스공사, 경기주택도시공사, 삼성전자 등의 고문변호사를 역임하며 다수의 소송과 법률 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인생은 늘 관계와 돈으로 예상치 못한 일을 맞이한다. 재산 문제와 가족간, 형제간 불화는 터놓고 말하기도 어렵다. 더 행복한 노후를 위해 ‘미리 알아두면 든든한’ 상속과 증여에 관한 법을 법률전문가와 함께 알아본다. 이 기사는 ‘디지털농민신문’에서 한발 앞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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