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한민국 역전승 이끈 황인범…대전 골목 들썩여

[충청투데이 정현태 기자] "길거리 전광판 앞 대신 동네 가게로 모였죠. 소리 지르기엔 여기가 딱입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의 1차전 체코전이 열린 12일 오전 11시 경 대전 서구 둔산동과 유성구 봉명동 일대 음식점들은 작은 응원장으로 변했다.
대규모 거리응원은 사라졌지만 시민들은 동네 가게에 모여 월드컵 열기를 이어갔다.
빈자리 없이 들어찬 테이블 위로 소맥 잔이 오갔다.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기대가 교차했다.
빨간 유니폼을 맞춰 입은 대학생부터 넥타이를 풀어헤친 직장인까지 가게 안은 경기 시작 전부터 달아올랐다.
대표팀이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고도 기회를 살리지 못하자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시민들은 안주보다 술잔을 더 자주 들었다.
후반 14분 체코에 선제골을 허용하자 가게 안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테이블마다 깊은 한숨이 이어졌다.
반전은 후반 22분 찾아왔다.
이강인이 전방으로 찔러준 패스를 받은 선수는 '대전의 아들' 황인범이었다.
황인범이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침착하게 찬 칩슛이 체코 골망을 흔들자 가게 안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전의 아들"을 외쳤다. 대전에서 나고 자란 선수가 월드컵 첫 경기 위기 상황에서 대표팀을 구했다는 사실에 시민들의 표정은 한껏 달아올랐다.
동점골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인 후반 35분 다시 한 번 함성이 터졌다.
황인범의 패스를 받은 오현규가 논스톱 슈팅으로 역전골을 넣었다. 가게 안에서는 서로 모르는 시민들이 손뼉을 마주치고 어깨를 끌어안았다.
황인범은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고 2대1 역전승이 확정되자 가게 안에 있던 시민들은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축구로 하나가 된 점심시간이었다. 대전 시민들은 "대한 민국 최고", "황인범 최고"를 외치며 16년 만의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 승리를 만끽했다.
경기 종료 뒤에도 열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시민들은 가게 밖으로 나와 휴대전화로 하이라이트 영상을 다시 보며 방금 전의 장면을 되새겼다.
친구들과 경기를 지켜본 대학생 이모(24) 씨는 "거리응원은 아니었지만 모르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같이 소리치니 월드컵이 실감 났다"며 "황인범 선수가 골을 넣는 순간에는 대전 사람이라는 게 정말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정현태 기자 tt664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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