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도장깨기는 옛말’···진정한 여행 고수들은 이렇게 여행합니다

김지윤 기자 2026. 6. 1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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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문가들은 오히려 일정의 20~30% 정도는 비워두는 것이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예상치 못한 경험이 여행의 가장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pexels

한때 여행의 성패는 방문한 관광지의 개수로 평가되곤 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명소를 둘러보고 유명 맛집을 방문하는 것이 여행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SNS에 남길 인증사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여행객들의 관심은 ‘얼마나 많이 봤는가’에서 ‘어떻게 머물렀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관광지를 빠르게 순회하는 이른바 ‘도장 깨기식 여행’ 대신 한 지역에 오래 머물며 현지의 분위기와 일상을 천천히 경험하는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일정을 비우면 여유가 생긴다

대표적인 변화는 일정 구성 방식에서 나타난다. 과거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계획을 촘촘하게 세우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일부러 여유 시간을 남겨두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여행지에 도착해 골목을 산책하거나 우연히 발견한 카페에 들르고, 마음에 드는 장소가 생기면 계획을 바꿔 더 오래 머무는 식이다. 여행 전문가들은 오히려 일정의 20~30% 정도는 비워두는 것이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예상치 못한 경험이 여행의 가장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맛집을 찾는 방법도 달라졌다. SNS에서 화제가 된 식당이나 유명 관광지 인근 맛집은 여전히 인기가 높지만, 최근에는 현지인들이 실제로 자주 찾는 식당과 카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관광객으로 가득 찬 장소보다 동네 주민들이 일상을 보내는 공간에서 지역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하는 것이다. 여행 전 지역 커뮤니티나 로컬 콘텐츠를 참고해 숨은 맛집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숙소, 잠만 자지 않는다

숙소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잠만 자는 공간으로 여겨졌던 숙소가 이제는 여행의 중요한 목적지 가운데 하나가 됐다. 관광지를 한 곳 더 방문하는 대신 전망이 좋은 숙소를 선택하거나, 조식과 수영장, 스파 등 부대시설을 즐기는 데 시간을 쓰는 여행객들이 많아졌다. 특히 2박 3일 정도의 짧은 여행일수록 숙소 만족도가 전체 여행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행지에서 돈을 쓰는 방식 역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념품 쇼핑이 여행의 필수 코스였다면 최근에는 경험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쿠킹 클래스나 전통주 양조장 투어, 공방 체험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냉장고 자석이나 열쇠고리보다 특별한 경험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보다 경험

SNS 사용 방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예전에는 여행지 인증사진을 올리는 것이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여행 과정 자체를 기록하는 데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이나 인상 깊었던 장소를 짧게 메모하거나, 여행 일기를 남기는 방식이다. 여행 전문가들은 사진만 남기는 것보다 경험과 감정을 함께 기록할 경우 여행 만족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 여행 트렌드의 핵심은 ‘많이 보기’보다 ‘깊이 경험하기’다. 유명 관광지를 모두 방문하는 것보다 마음에 드는 골목길을 천천히 걷고, 우연히 발견한 작은 가게에서 여유를 즐기는 시간이 더 큰 만족을 준다. 올여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일정표를 빈틈없이 채우기보다 잠시 비워두는 여유를 남겨보자.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 가장 특별한 추억이 될 수 있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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