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줄인다는 소도시 여행, 효과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소도시 여행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도시 관광지의 혼잡을 피해 덜 알려진 곳을 찾는 여행자가 많아지면서다. 친환경·슬로우 트래블 이미지와도 맞물리면서 긍정적으로 소비되는 분위기다.

여행 플랫폼 카약(KAYAK)이 지난 1월 발표한 '2026 여행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 여행자 1만4153명 가운데 84%가 올해 여행지로 소도시나 농촌 지역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저렴한 가격, 붐비지 않는 환경, 진정성 있는 경험이 주된 이유였다. 베네치아·바르셀로나 같은 대형 관광지에서 오버투어리즘 갈등이 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소도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의미다.
아시아권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여행 플랫폼 아고다(Agoda)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6 여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소도시의 숙박 검색량은 최근 2년간 주요 관광지보다 15% 빠르게 증가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아고다 전체 검색의 34%를 차지했다. 아고다 공급 부문 부사장 앤드루 스미스는 보고서를 통해 "소도시는 더 이상 숨겨진 여행지가 아니다"라며 "아시아 여행 성장의 엔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여행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고, 5월 예약률도 전월보다 22% 증가했다. 여행사들은 이러한 수요에 맞춰 국내 소도시를 묶은 여행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고유가로 해외여행 부담이 커진 데다, 유명 관광지보다 덜 알려진 곳에서 깊이 있는 경험을 원하는 수요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친환경 소도시 여행? '이동수단'에 숨은 반전
소도시 여행이 친환경 이미지를 얻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동수단에 따라 탄소배출량은 크게 차이난다. 유럽환경청(EEA) 기준 승객 1인이 1km 이동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기차 평균 40g, 자가용 160g, 비행기 최대 250g이다. 기차를 타면 자가용보다 4배, 비행기보다 최대 6배 탄소 배출이 적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 국가 간 단거리 이동 시 탄소 효율이 나쁜 비행기 이용률이 높아 몸살을 앓고 있다. 유로스탯(Eurostat)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유럽연합 회원국 출발 해외여행(1박 이상)의 48%가 비행기를 주요 이동수단으로 이용했다. 문제는 소도시 여행처럼 이동 거리가 짧을수록 비행기의 탄소 효율이 더 나빠진다는 점이다.

국내 소도시 여행, 결국 자가용 필요한 교통망
유럽이 단거리 비행기로 고민한다면, 한국은 자가용 과의존이 소도시 여행의 탄소 발자국을 키우는 원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2025년 3분기 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행객의 이동수단 가운데 자가용이 86.7%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항공기(4.1%)가 뒤를 이었고, 지하철(3.6%), 고속·시외·시내버스(3.1%), 철도(2.3%) 등 대중교통 이용률은 모두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대도시에 비해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소도시 여행의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소도시 행선지에서의 자가용 의존도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철도 이용객이 지난해 1억4600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장거리 이동 여건은 개선됐지만, 소도시 여행 현장에서의 한계는 여전하다. KTX나 고속버스로 소도시 인근까지는 닿을 수 있어도, 역이나 터미널에서 실제 관광지까지 연결하는 대중교통은 없거나 배차 간격이 길어 결국 택시나 렌터카에 의존하게 되는 구조다.
관광업계에서는 소도시나 지역 관광지로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턱없이 부족해 렌터카나 자가용 없이는 여행 경로를 짜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윤재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지난 2월 한국일보를 통해 "관광객이 기차역이나 공항에 내려 최종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지역 교통망 대책이 거대 교통 인프라 대책과 맞물려야 실질적인 접근성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