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시민 황인범도 거리 응원 "축하 전화 받아요"…광화문 축구 열기
광화문 광장 거리 응원한 시민들 얼싸안고 승리 만끽

"제 이름이 황인범이에요. 지금 축하 전화를 엄청나게 받고 있습니다."
12일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서 만난 시민 황인범(42)씨가 활짝 웃었다. 황씨는 "동명이인 선수가 골을 넣어주니 너무 기쁘다"고 했다. 'KOREA'가 적힌 슬로건을 든 황씨는 "제가 부장님께는 죄송하지만 조별리그 경기 3일 다 휴가를 썼다"며 "오늘 경기도 전체적으로 우리가 분위기를 주도해서 너무 즐거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체코를 2대1로 꺾고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첫 승을 거뒀다. 광장을 가득 채운 붉은 물결은 경기 종료 이후에도 한동안 이어지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경기가 끝난 이날 오후 1시쯤 광장에 있던 시민들은 환호성과 박수로 승리를 만끽했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응원에 나섰던 이들은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나눴다. 응원존을 배경으로 슬로건과 태극기 등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몇몇은 대표팀 선수들의 세리모니 포즈를 따라 하며 조별리그 첫 승의 순간을 기록했다.
초등학교 4학년 김재헌(11)군은 이날 학교 대신 이곳에 나왔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티셔츠를 입은 김군은 "역전해서 너무 좋다. 골이 터졌을 때 소리를 질렀다"며 "현규 형, 역전 골 넣어줘서 고마워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내리쬐는 퇴약볕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지만, 시민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대형 태극기를 든 한 시민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존을 빠져나왔다. 스탠딩존과 세종대왕 동상 주변은 경기 종료 후에도 북적였다.
후반 14분 체코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광장에는 탄식이 쏟아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역전을 기대하며 응원을 이어나갔다. 후반 18분 황인범 선수가 상대 수비와 골키퍼를 피해 동점골을 넣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이어 교체 투입된 오현규 선수의 역전골에 찢어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시민들은 서로 얼싸안고 "대한민국"을 외쳤다.

붉은 스카프를 목에 두른 박채연(26)씨는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기다렸는데 처음 골이 먹혀 걱정을 많이 했다"며 "역전승이라 다행이다. 친구들과 맥주 한잔 하러 갈 생각에 즐겁다"고 말했다.
이하울(16)군도 "놓쳐도 되고 먹혀도 괜찮으니까 계속 끝까지 달려서 본선에 꼭 가면 좋겠다"며 "어머니를 설득해야 할 것 같은데 다음 주에도 응원하러 나오고 싶다"고 웃었다.
'대한민국 화이팅'이라 적힌 응원 카드를 꼭 쥐고 있던 베트남인 판옥빛(43)씨는 "한국의 응원 문화가 너무 좋다"며 "모르는 사람과 껴안고 같이 응원하는 분위기가 재밌었다"고 했다.
시민들은 줄을 지어 광장을 빠져 나갔다. 자발적으로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정리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이번 거리 응원은 대한축구협회, KT, 붉은악마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체코전을 시작으로 멕시코전(19일 오전 10시), 남아공전(25일 오전 10시)까지 두 차례 더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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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ss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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