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외면했다” 도급제 최저임금 부결 ‘후폭풍’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이 무산되자 노동계 비판이 거세다. 양대 노총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외면한 결정이라며 공익위원과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1일 5차 전원회의에서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안건을 표결에 부쳤으나 반대 15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부결했다.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논의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올해 심의 요청 사항에 포함하면서 본격화했다. 노동계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법상 보호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지만, 경영계는 적용 대상과 산정 방식 등을 이유로 반대를 유지했다.
민주노총은 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870만명의 최저임금 적용 논의가 사실상 종결됐다"며 최저임금위와 이재명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법적 근거와 노동부 실태조사, 수많은 판례가 있음에도 사용자위원들은 색깔론과 핑계로 본질을 흐렸고, 공익위원들은 노사 합의가 우선이라는 관행 뒤에 숨어 방관했다"며 "노동자 위원들은 전문위원회 설치라는 양보안까지 제시하면서 합의를 노력했지만 결국 부결됐다. 이재명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부실 심의 최임위, 용역 발주처 노동부, 대책 없는 정부"라고 규정하며 "노동부가 심의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기는커녕 연구용역만 발주해 놓고 책임을 외주화했다. 정부 차원 로드맵과 논의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사자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사각지대 현실을 호소했다.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배민이 더 많은 콜을 타도록 도와준다면서 배차 수락 시간을 1분에서 40초로 줄였는데 사고를 부추기는 것"이라며 "국정과제가 졸속으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이창배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플랫폼 기업과 대리운전 업체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동안 콜을 수행하기 위해 긴 이동 시간과 대기 시간을 감내해 왔다"며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은 최소한의 생계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정난숙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위원장은 "학습지 노동자는 하루 종일 이동과 대기, 상담과 관리에 시간을 쏟지만 대가는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며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미달 보수를 지급하지 말라고 권고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11일 성명을 내고 "저임금 취약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도 본래 취지를 외면한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등 도급제 노동은 이미 노동시장의 중요한 축이 됐지만 여전히 최저임금 보호 밖에 있다"며 "노동부 연구 결과와 국내외 사례들로 충분히 입증했음에도 현실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저임금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Copyright © 2026 매일노동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