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마일 괴물'의 "4년 같았던 4일" 그의 고백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

정철우 2026. 6. 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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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개인 보다 팀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팀
새로 온 외국인 선수의 적응에 힘이 될 수 있는 분위기
LG만의 팀 퍼스트가 새 외국인 적응은 물론 팀 성적을 끌어 올리는 원동력
출처:LG 트윈스

(MHN 정철우 기자) "환상적이었다. 마치 4년 정도 함께 뛴 선수들과 플레이하는 것 같았다."

최고 구속 158km의 빠른 공으로 충격적인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LG 새 외국인 투수 리오스가 10일 잠실 SSG전을 마치고 한 말이다.

팀의 모든 분위기가 마음에 들고 편안했다는 뜻. 피를 끓게 하는 팬들의 응원은 보너스 트랙이었다.

일단 성공적 데뷔를 했고 앞으로 시차와 팀에 적응을 마치면 최고 161km의 광속구를 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대치는 이미 100마일(161km)이다.

리오스의 말은 그저 그가 이날 경기서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으로 풀이 된다. 그가 느꼈던 편안함은 실제 LG의 팀 분위기와 닮아 있다. 선수 개인 보다 팀을 앞세우는 LG의 특유한 팀 문화가 새로 온 외국인 선수에게도 편안함을 안겨줬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LG는 너와 나의 방망이가 따로 없는 팀이다.

방망이는 의외로 고가의 야구 용품이다. 이름 있고 실력 있는 선수들은 스폰을 받지만 적잖은 선수들이 부담 되는 방망이 값을 충당해야 한다. 부러진 배트는 구단이 사 주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갖춰야 하는 용품이다.
출처:LG 트윈스

그러나 LG는 배트의 주인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팀이다. 누가 누구의 배트를 가져다 써도 별 말이 나오지 않는다. 소유권 분쟁 같은 건 남의 팀 이야기다.

선수들이 쓰는 배트는 일반 배트와는 다른 고가의 배트다. 15만 원에서 25만 원 정도 사이에 가격이 책정된다. 연봉이 많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구단에서 지급 받는 쿠폰으로 구매할 수 있는 배트도 있지만 선수들은 좀 더 좋은 재질의 배트를 쓰기 위해 추가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다. 수입 고가 배트는 30만 원을 훌쩍 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 배트에 대한 애정이 강해질 수 밖에 없다. A급 선수들은 자신에게 맞춤형 배트를 주문해서 쓰기도 한다. 배트를 돌려 쓴다는 건 그래서 의미가 있다.

LG에서 뛴 바 있는 김민성(롯데)은 "LG 선수들은 누가 구입한 배트인지 굳이 따지지 않는다. 놓여 있는 배트 중 손에 맞는다 싶으면 그 선수가 주인이 된다. 사례를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말로 끝낸다. 다른 팀에서는 보기 힘든 문화"라고 말한 바 있다.

LG만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여유있는 주축 선수들이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방망이를 내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역시 LG 출신인 채은성(한화)은 "연봉이 적어 배트 구입에 부담을 느끼던 시절 선배들이 자신의 배트를 선뜻 내주며 써 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선배들이 쓰는 배트는 질이 확실히 달랐다. 그런 배트들을 쓰면서 나도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후배들에게 좋은 배트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대부분 선수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아끼던 배트라도 후배들이 쓰겠다고 하면 선뜻 내준다. LG는 배트를 함께 쓰는 것이 오래된 문화다. 고가의 배트를 구입했을 때 후배들에게 먼저 써 보게 할 정도다. 그 배트가 후배의 손에 잘 맞으면 그 후배가 쓰게 된다. 좋은 선배들이 좋은 전통을 물려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 놓은 적이 있다.
출처:LG 트윈스

LG의 이런 문화는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이 됐다.

잠실 예수로 불렸던 켈리는 LG의 팀 퍼스트 문화를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적극 전파했던 선수다. 오스틴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 지난 해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도 팀의 한국시리즈 합숙 훈련에서 빠지지 않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런 분위기가 짧지만 빠르게 리오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리오스는 부담이 큰 불펜 투수다. 한 번의 실수가 곧바로 팀의 패배로 이어질 수 있는 보직이다. 마음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LG라면 좀 더 편안한 적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LG만의 팀 문화가 낯선 외국인 선수가 팀에 녹아드는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는 적응이 50%라고 할 정도로 팀에 얼마나 녹아드느냐가 성적으로도 연결이 된다. 리오스의 충격적이었던 데뷔가 이후 더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하는 대목이다.

4일을 있고도 4년 같았다는 새 외국인 선수의 고백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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