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만난 교황 “인간 존엄성에는 여권 없다”···국제사회에 합법적 이민 경로 마련 촉구

배시은 기자 2026. 6. 1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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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이주 통로’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찾아
지난해 유럽 건너다 사망한 사람 1906명 추산
“누구도 경멸할 권리 없는 꿈 가진 이들”
레오 14세 교황이 11일(현지시간)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를 방문해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레오 14세 교황이 11일(현지시간) 이주민과 난민들이 아프리카에서 대서양을 건너는 주요 관문인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를 찾아 안전하고 합법적인 이민 경로를 만들고 사회 통합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지난 6일부터 스페인을 방문하고 있는 교황은 이날 카나리아 제도 그란카나리아의 아르기네긴 항구를 찾아 바다에서 사망한 이주민들을 위해 헌화하고 기도했으며 이주민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교회 및 인도주의 단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카나리아 제도는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가까운 군도로, 대서양을 건너 유럽 이주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몰렸다. 2024년 바다를 건너온 이주민은 5만명에 육박했고 지난해에는 약간 줄었다. 뗏목 같은 배로 바다를 건너다 다수가 목숨을 잃었고, 도착해도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건너가려다 사망한 사람은 약 1906명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교황은 이날 연설에서 “지중해와 대서양이 이름 없는 무덤으로 변해가는 현실에 익숙해진 유럽은 인간 존엄성을 옹호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안전하고 합법적인 이주 경로, 진지한 이주민 사회 통합, 밀입국 조직 차단을 위한 노력과 같은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교황은 이주민들을 향해 “여러분은 단순한 숫자나 문서가 아니라 가족과 집을 두고 떠난 사람들이며, 누구도 경멸할 권리가 없는 꿈을 가진 이들”이라고 말했다. 또한 “인간 존엄성엔 여권이 없으며 국경을 넘는다고 그 가치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 바다에는 괴물들이 도사리고 있다”며 “절망에서 이익을 취하는 마피아, 여성과 어린이를 노예화하는 인신매매범, 무관심으로 빈자들이 착취나 망각에 먹히도록 버려두는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교황은 스페인 방문 마지막 날인 12일에는 테네리페로 이동해 난민 수용센터에서 이주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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