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치킨집에서 외친 “대한민국”… 광화문광장 6000명 모였다 [르포]

남소정 기자 2026. 6. 1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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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전부터 붉은색 응원물결
한국 방문한 외국인들도 응원 동참
기회 놓칠 때마다 곳곳서 탄식소리
실점에 조용해졌다 골 들어가자 ‘열광’
사원증 걸고 나온 직장인들도 관람
인근 상권도 ‘월드컵 특수’에 방긋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축구팬들이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남소정 기자

우리나라와 체코의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경기가 치러지는 12일, 거리 응원이 열리는 서울 광화문광장은 이른 오전부터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양 손에 돗자리와 응원도구를 들고 전광판 앞에 삼삼오오 모인 축구팬들은 흥분한 표정으로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설 경비업체 직원들과 경찰은 시민들의 보행로가 막히지 않도록 연신 “앞으로 걸어가라”고 외치며 질서유지에 나섰다. 킥오프 전 인기 아이돌그룹 코르티스가 나오자 팬들은 전광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충남 천안에서 왔다는 강현우(22) 씨는 “휴가를 내고 월드컵을 응원하러 왔다. 태극기 페이스 페인팅과 미니 태극기, 몸에 두르는 태극기 모두 준비해왔다”며 “우리나라 대표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대에 거주하고 있다는 고등학생 조대영(17) 군은 “2018년 월드컵때 첫 거리응원해보고 축구선수 꿈 생겨서 선수로 뛰었었다”며 “손흥민을 특히 좋아한다. 이번이 거리응원 세 번째인데 축구는 평생 응원하러 올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외국인들도 거리응원에 동참했다. 일주일 전 우리나라에 도착했다는 프랑스에서 온 판틴 씨와 스페인 국적의 다니엘 씨는 “손흥민 선수를 좋아해서 응원하기 위해 나왔다”며 “아직까지는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더욱 열정적으로 응원이 이뤄질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며 손을 흔들어보였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저마다 ‘1대 0’, ‘2대 1’ 등 예상 스코어를 맞추는 등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축구팬들이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남소정 기자

경기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광화문광장 대형 스크린뿐만 아니라 KT광화문빌딩에 설치된 전광판 앞에 발걸음을 멈춰서고 한마음 한 뜻으로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세종문화회관 계단에도 자리를 잡은 시민들이 보였다. 보도블럭 바닥에 아예 돗자리를 펴고 앉은 시민들도 있었다. 급한 마음에 부랴부랴 붉은색 유니폼을 챙겨 뛰어나오는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6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전이 절반 정도 흐른 시간에 손흥민이 기회를 잡았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장면이 스크린을 통해 나오자 곳곳에서는 아쉬운 탄성이 나왔다. 선수들이 상대 선수들에게 밀려 넘어질 때마다 “왜이렇게 거칠게 하냐”며 불만을 드러내는 팬들도 있었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계속해 기회를 잡았지만 번번이 놓치자 탄식 소리는 계속 커져갔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10여분 만에 체코의 득점이 터지자 광화문 일대는 순식간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여기저기서 “잘 막았어야지”라는 아쉬움 가득한 탄식도 나왔다. 그러나 채 10분이 지나기도 전 황인범(페예노르트 로테르담) 선수의 감각적인 골이 터지자 거리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사람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차갑게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팬들은 다시 태극기를 흔들고 “대한민국” 응원 구호를 외쳤다. 곳곳에서는 “역전골”이라는 외침이 들리기도 했다. 후반 35분 오현규(베식타스JK)가 극적인 역전골을 터뜨리자 광화문광장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축구팬들이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남소정 기자

특히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정장 차림에 목에 사원증을 걸고 나온 직장인들이 곳곳에 있었다. 시차 탓에 경기가 평일 점심시간대에 열려 일부 광화문 인근 회사들은 경기 시작 시간에 맞춘 오전 11시부터 점심시간을 조정하기도 했다. 직장인들은 인근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을 포장해 나와 길거리에 서서 전광판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광화문 일대의 한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지은(28) 씨와 이아름(34) 씨는 “날씨만큼 열기가 뜨거워 놀랐다.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전 조금 일찍 나와봤다”며 “KT광화문 웨스트 빌딩 스크린 화질이 좋아서 경기를 보기 편하다”고 말했다.

더운 날씨에 시민들은 양산을 쓰고 경기를 관람하거나 분수대 근처에서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온열질환 방지 위해 서울시가 만든 해피소는 오전 10시 오픈 이후 발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이날을 위해 마련된 시설은 아니었지만 오늘만큼 인기가 많았던 적이 없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해피소 운영사 직원은 “오늘 오픈 한 시간 반 만에 90명의 시민들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인근 상권도 오랜만에 찾아온 ‘월드컵 특수’에 방긋 웃는 모습이었다. 실제 광화문광장 인근 편의점 앞에는 음식과 음료를 사러 온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평소 늦은 오후부터 문을 여는 치킨집이나 호프집들은 이른 오전부터 손님 맞이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월드컵 경기 관람 가능합니다’는 문구가 대부분의 음식점 문 앞에 붙여져 있었다. 경기가 시작된 직후 음식점들은 점심식사를 하러 온 직장인들로 자리는 가득 찼다. 한 치킨집 직원은 “원래 오후 5시에 문을 열지만 오늘은 오전 10시부터 가게를 열었다”며 “아까부터 계속 만석이어서 주문을 못받고 있다. 놓친 손님만 100명 가까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축구팬들이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남소정 기자

남소정 기자 nsj@sedaily.com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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