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민 물결’ 유럽, 법으로 장벽 세운다

성윤정 기자 2026. 6. 1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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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 난민 흉기난동 사건
이민자 거주지 공격 등 시위격화
스위스, 상주인구 제한 국민투표
스웨덴, 시민권 취득 문턱 높여
거리시위 넘어 제도개선 이어져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수단 출신 난민의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반(反)이민 시위가 불붙은 가운데 유럽 곳곳에서는 반이민 정서가 거리 시위를 넘어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때 강경 보수 정당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강(强)반이민 기조가 주류 정치권으로 확산하면서 유럽 정치가 전반적으로 우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벨파스트에서 지난 8일 수단 국적 난민이 현지 주민을 흉기로 공격해 중상을 입힌 이튿날부터 반이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주택과 차량이 불타고 이민자 거주 지역이 공격받는 등 폭력 사태가 이어졌으며 경찰은 이틀 동안 16명의 시민을 체포했다. 강경 보수 정당 영국개혁당은 이번 사태를 정부의 이민 정책 실패가 낳은 결과라고 주장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벨파스트 사태는 최근 유럽 전역을 휩쓰는 반이민 정서를 보여 주는 단면으로 평가된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주택난 등이 장기화하면서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뿐 아니라 비슷한 이유로 반이민 정서가 유럽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반이민 여론이 헌법 개정 논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오는 14일 2050년까지 상주인구를 1000만 명으로 제한하는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지난해 기준 스위스 인구는 약 910만 명이며 이 가운데 외국인 비율은 27%에 달해 사실상 추가 이민을 제한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강경 우파 성향의 스위스국민당(SVP)은 외국인 유입이 주택난과 임대료 상승, 사회기반시설 과부하를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인구 상한제를 주장해 왔다. 필립 바너 제네바대 교수는 “중국처럼 인구 억제 정책을 시행한 사례는 있지만 국민투표를 통해 인구 규모에 상한을 두기로 결정한 국가는 없었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스웨덴도 이민 문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스웨덴 정부와 우파 진영은 시민권 취득 최소 거주 기간을 현행 5년에서 8년으로 늘리고 소득 기준과 귀화 시험을 도입하는 시민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이미 시민권을 신청한 약 10만 명에게도 새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범죄 전력뿐 아니라 채무 불이행, 불법 노동 등을 이유로 이민자를 추방할 수 있는 이른바 ‘정직한 삶(Honest Life)’ 규정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반이민을 전면에 내건 제1야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최근 사상 최고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AfD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연합(CDU)을 제치고 정당 지지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AfD는 오는 9월 작센안할트주 선거에서도 승리가 유력시되고 있다. 실제 집권할 시 창당 이후 처음으로 주 정부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

성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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