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북 통해 북핵 묵인 시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국빈 방문을 통해 북한의 핵 보유 사실을 묵인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싱가포르 중국어 매체 연합조보는 12일 한융훙 주필의 분석 기사에서 시 주석이 북·중 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에 서 있다’고 언급한 점을 주목하며 “중국이 북한의 핵 보유 사실을 묵인하기 시작하면서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고 중국과 멀어지고자 하는 추세를 멈췄다”고 진단했다.

매체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후 러시아와 북한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면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며 “코로나19가 끝난 지 2~3년이 지났지만 양측의 민간 항공기 및 국제 여객 열차는 올해 봄에서야 전면 재개통됐다는 것이 이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중 정상회담 발표문에 ‘한반도 비핵화’ 언급이 없는 대신 중국은 북한과 여러 항목에서 관계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시 주석은 방북에 앞서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당·정부·군 각 부서의 계층 간 소통과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방북 수행단 규모가 지난 2019년 대비 확대됐고, 여기에 둥쥔 국방부장이 포함된 것은 북·중 간 군사 교류를 수면 아래에서 표면으로 끌어올려 양국 군대의 관계를 공식화하고자 하는 중국 측의 의지를 부각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매체는 다만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된 보도에서 북한 측이 외교·법 집행·군 교류 강화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북한 측이 중국과 군사 교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북·중 관계의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 아래 북한의 핵 보유 지위는 일시적으로 묵인됐고, 북한의 지위는 향상됐으며, 북·중·러 삼각 협력 구도에서 북한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고 말했다.
연합조보는 시 주석의 중요한 방북 성과 중 하나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당과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해 중국 당과 정부의 핵심이익을 지키기 위한 정책과 입장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반도 정세를 통제하고 대만 해협 문제에서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북한 카드를 공고히 한 것”이라면서 “북·중·러 협력이 한·일 밀착을 촉진하고 지역 진영화를 가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이와 달리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변화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 차오신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중문망에 기고한 글에서 “국제 여론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전략적 협력에 집중하고 한반도 비핵화 의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며 “우선 북·중 관계의 복잡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중 관계는 양국 관계뿐 아니라 양당 관계에도 깊이 관련됐다”며 “양국 간 관계의 긴밀성과 복잡성은 일반적인 양국 관계를 넘어서고 이로 인해 발표된 내용과 비공식적 교류 정보는 큰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왕둥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의 말을 인용해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추진하는 것은 일관되고 연속적”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번 고위급 교류를 통해 정치적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더욱 중점을 뒀다”며 “이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전제 조건이자 기초”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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