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붕괴, 교육부·교육감 책임 크다

2026. 6. 1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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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논설위원
‘참교육’ 고자극 수위에도 인기
교육의 각자도생이 부른 열광
교사의 현실인 폭행·무고·이직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의 비명
알면서도 방치된 공교육 현실
법과 시스템 제대로 작동해야

교육부 산하 ‘교권보호국’이 화제다. 물론 실제가 아니라 넷플릭스 1위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 ‘참교육’ 이야기다. 드라마는 학생 폭력으로 딸을 잃은 교육부 장관이 교권보호국을 창설하고, 약혼자였던 특전사 출신 감독관이 문제 학생·악성 민원 학부모·비리 교사들을 힘으로 응징하며 교실을 바로잡는다는 내용이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 사회를 달궜던 굵직한 실제 사건들을 연상시키는 에피소드가 이어지며, 픽션이지만 현실을 끊임없이 소환한다. 장관과 감독관이 가장 자주 하는 대사는 “학생은 학생답게, 교사는 교사답게”다. 이 당연한 말이 드라마의 화두가 되어야 할 만큼, 현실의 우리 학교는 ‘원칙’에서 너무 멀리 와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드라마보다 참혹한 학교 현실이 서글프다”며 이례적으로 논평을 냈고, 드라마에 대해 전·현직 교사들의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설정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교사의 권한과 학생의 인권을 대립 구도로 그린 점은 위험하지만 초법적 영웅에 열광하는 것은, 합법적 수단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절망의 표현이다. 한편에서 ‘K사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공교육이 무너진 현실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가 각자도생 중인 상황에 대한 꽤 자극적인 은유이기도 하다.

숫자로 살핀 현실은 이렇다. 학생·학부모의 교육활동 침해는 지난해 1학기, 하루 평균 4.1건이다. 교원에 대한 상해·폭행 및 성폭력 범죄는 2024년 675건으로 4년 만에 5배 가까이 늘었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도 여전하다. 2024년 교총에 접수된 학부모의 교권 침해 208건 중 아동학대 신고 관련은 80건(38.5%)이었는데, 이 중 90%가 수사 개시 전 종결 또는 검찰 불기소로 끝났다. 무고에 가까운 신고들이었다. 하지만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교사는 교육청·지방자치단체·경찰 조사 등을 거치며 일상을 잃는다. 전국 교원 8900명 대상 설문에서 이직·사직을 고민한 교사는 58%였다.

무너지는 것은 교사만이 아니다. 지난해 전국 일반고 학업중단자는 1만8661명으로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 중 고1이 1만450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입학하자마자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사상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내신이 불리한 학생들의 자퇴가 주된 이유지만, 그 너머의 신호도 읽어야 한다. 즉 학교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카드로 전락한 것이다. 그 빈자리는 사교육이 채운다. 사교육비 총액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교총은 “교권은 대다수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키는 보루”라는 드라마 속 장관의 말에 공감한다며 “교권 보호에 앞장서는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원 단체가 실제 장관 대신 드라마 속 가상의 장관을 언급하는 현실, 그것이 지금 교육행정의 민낯이다.

우리 교육은 언제부터인가 정치의 장으로 전락했다. 교육부 장관은 교육적 판단보다 정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가 됐고, 교육정책은 효과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설계되고 번복된다. 이번 6·3 교육감 선거에서도 교권 회복, 기초학력 강화 같은 핵심 교육 의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후보들은 정치색을 드러내며 현금성 공약 경쟁으로 몰려갔다. 그사이 미래세대가 유년과 청소년기를 보내는 공교육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사이 교실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공간이 되어간다.

지난 4월 이재명 대통령이 현장체험학습 축소에 대해 지적한 뒤, 교육부는 교사 보호를 위한 후속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앞서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보호 5법’이 개정·시행됐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 시행 후 긍정적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교원의 79.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문제는 법의 부재가 아니라 그것을 작동시키는 시스템과 의지의 결핍이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제재, 교권 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 교사 법률 지원 등 해법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다만, 실행되지 않을 뿐이다. 교권보호국은 허구지만 교실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는 현실이다. 그러나 현실에는 ‘특전사 요원’이 없다.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최현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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