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400조 투자하는 큰손인데...美, TSMC에 특허권 침해 소송
일부 공화당 의원들 “특혜 없어야”
TSMC공장 들어설 민주당 지역구선
“AI 발전과 국방, 경제까지 위협”반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에서 특허권 소송에 휘말렸다. 미국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특혜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엄격한 특허권 집행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반도체 산업의 주요 파트너인데다 2650억 달러(약 403조 5950억 원)의 막대한 대미 투자를 약속한 TSMC를 겨눈 칼날에 워싱턴 정가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10일(현지 시간) 악시오스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아일랜드 기업 롱지튜드 라이선싱과 말린 세미컨덕터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TSMC의 특허권 침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며 행정법 판사가 이달 중 예비판정을 내리고 ITC가 10월께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원고들은 미국 사모펀드(PEF) 벡터캐피털 소유 업체인 IP밸류 매니지먼트의 계열사로 TSMC의 최첨단 공정에서 만들어진 칩이 자신들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린 세미컨덕터는 2021년 TSMC의 경쟁사인 대만 UMC로부터 해당 특허 일부를 확보한 바 있다. 소송에는 애플·브로드컴 등 다수의 기업이 등장하지만 핵심 표적은 미국 시장에 공급되는 거의 모든 반도체의 주요 공급원인 TSMC라고 악시오스는 짚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미 의회에서도 TSMC를 엄벌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악시오스가 단독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공화당 라이언 징키 하원의원 등은 에이미 카펠 ITC 위원장에게 미국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 해외 제조 칩의 수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강력한 특허권 집행이 미국의 경쟁력을 보호하며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업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인텔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됐어야 했다”며 원인으로 대만 TSMC의 시장 지배력을 지목한 바 있다.
반면 TSMC의 공장이 들어서는 애리조나주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은 TSMC를 적극 옹호했다. TSMC는 애리조나에 약 1650억 달러(약 253조 원)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이들은 공화당에 앞서 ITC에 서한을 보내 TSMC에 영향을 끼치는 법적 조치는 반도체 생산과 인공지능(AI) 발전, 국방은 물론 애리조나주 경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예비판정은 이달 중, ITC 전원위원회의 최종 결정은 10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입장에서도 TSMC가 쉽게 제재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회사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TSMC 매출의 75%가 북미에서 발생했으며 주가는 AI 붐과 반도체 공급 부족 속에 연초 대비 96% 상승했다. 상호관세를 지렛대로 TSMC의 대대적인 투자를 이끌어낸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TSMC는 ‘중요한 상대’다.
TSMC의 애리조나 공장 추진 계획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당시 이뤄졌지만 지난해 3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000억 달러(약 153조 원) 추가 투자를 발표하면서 판이 커졌다. TSMC는 애리조나를 비롯해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시설 10곳을 짓기 위해 265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에 중국과의 갈등까지 겹치며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이 위태로워졌다는 점도 TSMC를 쉽게 제재할 수 없는 이유다.
대만 정부는 대만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0%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대만 기업들이 2500억 달러를 미국에 직접 투자하기로 약속하며 상대적으로 비싼 대가를 치렀다. 대만의 국민 기업인 TSMC가 타격을 입을 경우 대만 정부 차원에서도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대만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만 경제부는 “대만 반도체 업계가 오랫동안 지식재산권을 중시해 왔고 전 세계 주요 경영 소재지에서 모두 합법적으로 경영 중”이라며 해당 건에 대해서는 “심리가 진행 중이며 정부는 관련 절차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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