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두나무·네이버 축에 인터넷은행 고객 기반 추가 업비트 실명계좌 이탈 우려 없애고 디지털자산 동맹 확장으로 KT 계열 케이뱅크, SKT 참여 컨소시엄과도 협력 논의
하나금융이 주도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에 케이뱅크가 합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제공=케이뱅크
케이뱅크가 하나금융그룹이 주도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금융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을 1조원 규모로 사들이며 디지털자산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까지 구도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결합까지 마무리되면 하나금융·두나무·네이버 축에 인터넷은행의 모바일 고객 기반까지 더해지는 구조가 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하나금융이 참여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합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하나금융 컨소시엄 참여가 검토되고 있다"며 "기존 참여사들도 케이뱅크 합류를 반대할 이유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종 참여 여부와 발표 시점은 케이뱅크와 주요 주주, 컨소시엄 참여사 간 조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케이뱅크는 BC카드가 최대주주이고, BC카드는 KT 계열이다. 반면 하나금융 컨소시엄에는 SK텔레콤도 참여한다. 통신사 경쟁 구도상 케이뱅크 합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컨소시엄 내부에서는 KT와 SK텔레콤의 이해관계를 별개로 보고 논의하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특정 통신사 진영 싸움으로만 볼 수 없다"며 "고객 접점과 결제 인프라를 얼마나 넓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하나은행을 통해 두나무 지분 6.55%를 약 1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다.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하나금융은 업비트의 거래 인프라, 네이버의 플랫폼, 은행권 신뢰도를 한꺼번에 묶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케이뱅크가 합류하면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고객 기반까지 연결된다.
앞서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의 두나무 지분 투자로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실명계좌 제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케이뱅크의 컨소시엄 참여 논의가 진행되면서 하나금융의 두나무 투자가 케이뱅크를 밀어내는 변수가 아니라 기존 업비트·케이뱅크 동맹을 더 큰 디지털자산 생태계 안으로 끌어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핵심 경쟁력이 단순한 발행 인가가 아니라 실제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있다는 판단도 케이뱅크 합류 논의의 배경으로 꼽힌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자체보다 누가 더 많은 고객에게 지갑과 환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하다.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 특성상 모바일 기반 고객 접점을 갖고 있고 가상자산 거래소 제휴 경험도 있다.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와 투자, 송금, 지역화폐 등으로 확장될 경우 케이뱅크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 컨소시엄이 은행·거래소·플랫폼·통신·유통을 아우르는 온체인 금융 생태계로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컨소시엄에는 금융사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유통, 소비재 기업들도 참여 또는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브영, 젠틀몬스터 등 소비 접점이 있는 기업들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코인 발행을 넘어 멤버십, 리워드, 지역화폐, 쿠폰, 간편결제와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은행들의 참여도 이 구도에서 중요한 변수다. 지방은행은 지역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중은행과 다른 사업 논리를 갖고 있다. 지역화폐는 지자체가 발행과 정산, 가맹점 관리에 적지 않은 행정 비용을 부담한다. 스테이블코인의 프로그램 기능을 활용하면 사용 기한, 사용처, 지원 대상 등을 더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다. 지방은행 입장에서는 지역 가맹점 네트워크와 지자체 협력 기반을 디지털자산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셈이다.
경쟁 진영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토스, 지방은행 등은 최근 디지털자산 시장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표면적으로는 제도 변화와 리스크 관리 방안을 점검하는 자리였지만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두나무·네이버 축에 맞선 공동 대응 가능성을 살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아직 제도 불확실성이 크다.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둘지, 핀테크와 플랫폼 기업에도 문을 열지에 따라 사업 구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발행사가 예치 자산을 직접 운용할 수 있는지, 별도 법인을 세워야 하는지, 준비자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쟁점이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와 지급결제 안정성을 중시하는 반면, 핀테크와 블록체인 업계는 혁신과 민간 참여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누가 먼저 이름을 붙이느냐보다 은행, 플랫폼, 거래소, 유통망을 얼마나 넓게 묶느냐가 관건"이라며 "케이뱅크가 하나금융 컨소시엄에 합류하면 하나·두나무·네이버 중심 구도가 인터넷은행까지 확장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