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반차 쓰고 광화문서 ‘대한민국!’ 붉은 물결 뒤덮였다 [세상&]

전새날 2026. 6. 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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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하며 경기 기다리고 휴가 경쟁까지
광화문·여의도·코엑스 곳곳에서 거리 응원
평일 오전 경기에 “일상 멈추고 대표팀 응원”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열린 12일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설치된 축구 거리응원 무대에서 시민들이 그룹 코르티스 사전 공연을 즐기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정주원·이영기·정윤희 기자] “축구를 좋아해서 연차까지 쓰고 왔어요. 2002년에는 경기장에서 직접 응원했는데 오늘은 거리응원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대표팀을 믿습니다.” (직장인 백승구 씨)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오전 11시 시작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체코전을 앞두고 뜨거운 응원전이 펼쳐졌다.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파트너인 KT와 대한축구협회(KFA), 붉은악마 등이 준비한 응원 행사장 곳곳에는 대형 미디어월을 중심으로 본무대, 응원단상, 딜레이 스크린 등이 설치됐다.

오전 6시부터 입장이 시작됐다. 이른 아침부터 광화문광장을 찾아 자리를 선점한 축구팬들과 연차를 내고 온 직장인, 체험학습을 낸 초등학생 가족까지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월드컵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무대 앞에 설치된 500~600명 규모의 응원 구역은 입장 20여분 만에 절반 이상이 채워졌다. 주최측은 이날 광화문 거리응원에 약 6000명이 모일 것으로 내다봤다.

오전 8시를 넘어서면서 본무대 앞은 사실상 만석이 됐다. 입장이 제한되자 일부 관람객들은 감사의정원 등 주변 공간으로 이동했다. 다만 광화문광장 전체 분위기는 예상보다 차분했다. 대전에서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올라온 50대 이모 씨는 “뉴스에서 수천 명이 몰린다고 해서 일찍 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8시5분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거리응원 본무대에 관객이 가득 차 입구가 닫힌 모습. 윤승현 수습기자

평일 오전 경기라는 특수성은 응원 방식도 바꿔놨다. 많은 시민이 휴가와 체험학습 등을 활용해 광장을 찾았다. 7세 자녀와 함께 광장을 찾은 양정화(38) 씨는 돗자리와 간이의자까지 챙겨왔다. 양씨는 “아이에게 오래 기억될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연차를 냈다”며 “소풍처럼 즐기면서 응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홍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홍모(32) 씨는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붉은악마 머리띠를 두른 채 응원 준비를 했다. 홍씨는 “오후 3시까지 출근해야 한다”며 “그래도 대표팀 응원은 하고 싶어서 경기 보고 바로 일하러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국대학교 재학생 김민균(20) 씨는 대학 동기들과 전날 밤 10시30분부터 광장을 지켰다. 김씨는 “멕시코-남아공 전부터 계속 봐서 잠을 못 잤다“며 ”팀워크를 발휘해서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영업자 홍모(32) 씨가 직원과 함께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거리 응원 현장을 찾은 모습. 윤승현 수습기자

축하공연에 참여한 아이돌 그룹 ‘코르티스’를 보기 위해 광장을 찾은 팬들도 많았다. 코르티스 응원봉을 들고 있던 장모(27) 씨는 “새벽 1시에 도착해 번호표를 받았다”며 “코르티스를 좋아해서 왔고 월드컵은 시간이 되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에 재학 중인 인도네시아 유학생 나디아(24) 씨는 “코르티스를 보러 왔지만 당연히 한국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곳곳에서는 경찰과 소방 인력의 움직임도 눈에 띄었다. 경찰은 기동대 200여명을 배치해 안전관리에 나섰고 본무대 뒤편에는 응급차량·온열질환 쉼터·상황실 등이 설치됐다. 홍보 부스에서는 생수·부채·선풍기 등을 나눠주기도 했다.

오전 9시 본행사가 시작되자 사회자는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응원을 유도했다. 현장 경찰 관계자는 “오전 9시30분께 본무대 구역에 총 750명이 입장했다”고 밝혔다.

‘직장인 밀집’ 여의도는 휴가 쓰고 응원전
12일 오전 10시께 서울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 앞. 한국과 체코의 경기를 1시간 앞두고 시민들이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우중 수습기자

직장인이 밀집한 여의도에서도 응원 열기가 이어졌다. 한국투자증권이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 일정에 맞춰 서울 여의도 본사 앞에서 시민 참여형 거리응원 행사를 개최하면서다. 본사 외벽에 설치된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키스 스퀘어(KIS SQUARE)’를 중심으로 대규모 응원존과 체험 공간, 포토존 등이 마련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시민 수백여명이 모여 축구를 관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시작 약 2시간 전인 오전 9시께 응원석은 앞자리부터 차례로 채워지고 있었다. 손흥민과 이강인 등 국가대표 선수 유니폼을 입은 축구팬들이 눈에 띄었고 붉은악마 머리띠를 쓴 가족들은 응원봉을 두드리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푸드트럭 앞에는 간식과 음료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섰고 한국투자증권 마스코트 ‘한국이’ 대형 풍선 앞에서는 기념사진을 찍는 가족들의 모습도 보였다.

직장인 이지헌(26) 씨는 “연차를 쓰고 친구들과 응원하러 왔다”며 “친구들과 경기 결과로 내기도 했다. 2대1로 한국이 이길 것으로 예상한다”며 웃었다.

가족과 함께 손흥민 유니폼을 맞춰 입고 나온 배미연 씨는 “아이들이 더 크면 친구들과 노느라 이런 시간을 보내기 어려울 것 같아 왔다”며 “2002년 월드컵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그때 기억이 워낙 강렬해 아이들과도 그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남 코엑스몰서도 대형 전광판 보며 응원
12일 오전 10시께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라이브플라자 앞에 경기를 기다리는 시민 60여명이 모였다. 김서현 수습기자

강남 코엑스몰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라이브플라자에는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혼자 응원하러 온 시민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오전 9시50분께 전광판에 경기 전 생중계 화면이 나오자 곳곳에서 “와 시작했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세종대 학생 최혁준(22) 씨는 노트북으로 과제를 마무리하며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그는 “친구들은 수업 때문에 못 왔지만 다들 수업 시간에 몰래 볼 것”이라며 “나는 운 좋게 수업이 없어 혼자라도 보러 왔다”고 말했다.

회사원 마모(31) 씨는 팀원들과 휴가를 두고 ‘눈치게임’까지 벌였다고 했다. 그는 “오늘 쉬려고 경쟁이 치열했는데 결국 내가 이겼다”며 “평일 오전이라 혼자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데도 묘한 유대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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