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근데 이거 어디서 봐야 해?[임지현의 콘텐츠&플랫폼 단상]

임지현 서강지속가능경영혁신연구소 센터장 2026. 6. 1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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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대표팀 경기를 앞두고 축구 팬들의 마음은 한껏 들뜬다. 그런데 요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조 편성도, 16강 가능성도 아니다. “근데 이거 어디서 봐야 해?”

2026 북중미 월드컵의 국내 중계권은 JTBC가 확보했고, KBS가 함께 중계한다. 오랜 월드컵 단골이던 SBS와 MBC는 협상이 틀어지며 이번엔 빠졌다. 온라인 중계는 네이버가 맡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으로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 전통 방송사를 넘어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까지 월드컵 중계 경쟁의 무대에 들어온 셈이다. 보던 채널은 바뀌고 챙겨야 할 앱은 늘었으니, 리모컨을 누르거나 앱을 터치하는 손길이 복잡해질 만도 하다.

임지현 서강지속가능경영혁신연구소 센터장

플랫폼 시대의 스포츠 중계는 분명 좋은 점이 많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경기를 보고, 깜빡 놓친 골은 하이라이트로 다시 돌려 본다. 여러 화면을 한꺼번에 띄워 놓고, 선수가 얼마나 뛰었는지 같은 기록까지 곁들여 본다. 경기 보는 맛이 확실히 좋아졌다. 게다가 경기 하나로 끝나지도 않는다. 선수 인터뷰부터 전술 분석, 짧게 자른 클립 영상까지 줄줄이 따라온다. 스포츠가 이제 골 한 방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통째로 즐기는 볼거리가 된 지 오래다.

문제는 선택지가 늘었다고 팬의 선택권까지 넓어진 건 아니라는 점이다. 좋아하는 종목을 다 챙겨 보려면 이 앱 저 앱을 옮겨 다녀야 한다. 구독료 하나하나는 작아 보여도 합치면 묵직하다. 해외 축구도, 프로야구도 이제는 ‘어느 앱에서 보느냐’가 먼저인 시대가 되었다. ‘공짜로 보던 경기인데…’ 하는 한숨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여기서 한 번쯤 되짚어 보게 된다. 스포츠는 그냥 콘텐츠일까, 아니면 다 같이 누리는 문화일까. 사실 우리 제도에는 답의 실마리가 있다. 올림픽과 FIFA 월드컵처럼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주요 경기는 국민 대다수가 볼 수 있도록 하는 국민관심행사로 다뤄진다. 이번 월드컵도 TV로는 JTBC와 KBS가, 온라인에서는 치지직이 대표팀 경기를 무료로 풀며 ‘보편적 시청권’의 마지노선은 지켰다.

다만 그 무료는 일반화질에 대표팀 경기로 한정되고, 전 경기를 고화질로 보려면 별도의 유료 멤버십을 사야 한다. 마지노선은 지켰지만, ‘부분 유료화’의 벽은 이미 이번 대회 안에 세워진 셈이다. 해외축구도 프로야구도 그렇게 시작됐다. 플랫폼의 거대 자본이 스포츠를 삼키며 번지는 ‘가입 유도’의 흐름은, 팬들에게 은연중 또 하나의 문턱으로 다가온다.

물론 무조건 공짜로 보자는 얘기는 아니다. 중계권은 비싸고, 그 돈으로 리그도 구단도 선수도 큰다. 플랫폼이 투자하니 화질도 좋아지고, 다시보기와 하이라이트 같은 서비스도 편리해졌다. 스포츠 산업이 성장하려면 중계권의 가치도 인정되어야 한다. 문제는 그 가치가 팬에게 지나친 부담으로만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답은 ‘공짜냐 유료냐’가 아니라, 얼마나 열려 있고 분명한가이다. 플랫폼이 늘수록 팬이 치르는 비용은 구독료만이 아니다. 경기 하나 보려고 ‘어느 앱이지?’부터 찾아 헤매는 수고까지 고스란히 팬들의 몫이 된다. 그러니 어떤 경기를 어디서 보는지 헷갈리지 않게, 가격과 조건은 한눈에 알 수 있게 공개되어야 한다. 독점이 불가피하다면 하이라이트나 일부 무료 중계라도 열어 두는 방식이 필요하다. 방송사와 플랫폼도 경쟁만 할 게 아니라, 함께 사 와서 나누고 비용과 위험을 분산하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누구나 볼 권리’는 이제 지상파만으로 따질 수 없다. TV로 보는 팬, 폰으로 보는 팬, 앱이 어려운 어르신까지 함께 봐야 한다. 같은 경기인데 누구에겐 활짝 열려 있고 누구에겐 가입 절차부터 벽이다. 그 벽을 낮추는 데는 플랫폼도, 방송사도, 정책도 한 팀이다.

스포츠 생태계의 균형도 중요하다. 인기 경기의 중계권료가 오를수록 큰 플랫폼이 더 큰 경기를 차지하고, 작은 종목은 팬을 만날 기회마저 잃기 쉽다. 중계권 시장이 스포츠 산업을 키우는 동시에 스포츠 다양성을 좁히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OTT든 스트리밍이든, 온라인이 스포츠를 끌어안는 흐름은 막을 수 없다. 그러니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이 경쟁은 팬에게 문을 여는가, 벽을 세우게 되는가. 좋은 중계는 더 많은 사람에게 문을 열어 주는 중계다. 골이 터지는 그 짜릿함은, 더 많은 사람과 나눌 때 비로소 완성된다.

<임지현 서강지속가능경영혁신연구소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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