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초록 물결이 뒤덮은 과달라하라 해방 광장... 지구촌 최대 축제 '킥오프'
과달라하라 광장에 수 만명 운집
"오전 7시부터 기다려 팬 존 입장"
첫 골 터지자 "키뇨네스" 연호

온 사방이 초록색이었다. 멕시코 대표팀 유니폼과 국기로 뒤덮인 거리와 상점들은 노래와 춤, 환희로 가득 찼고, 시민들은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를 맞아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회식과 첫 경기가 열린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성당 앞 해방광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옅은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찍고 맥주를 나누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친구들과 함께 광장을 찾은 구안(18)은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지난 두 번의 멕시코 월드컵(1970·1986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이제는 내가 그 현장을 경험하게 돼 너무 설렌다"며 "나도 훗날 태어날 내 아이에게 오늘의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을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대성당 인근에 마련된 팬 존, '팬 페스티벌' 행사장은 일찌감치 수용 인원(1만 8,000명)을 가득 채우며 조기에 입장이 통제됐다. 행사장 운영 담당 리카르도 알라니스(35) 치바스 과달라하라 비즈니스·상업 전략 매니저는 "오전 9시부터 팬을 맞기 시작했는데,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2시간 만에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입장하지 못한 수천 명의 시민들 역시 출입구 앞에 머물며 자리를 지켰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먼저 행사장을 나오면 입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도 시민들은 밝은 표정으로 응원 구호를 외치며 서로 어울리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에리카 하스민 트리베라(29)는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는데, 상관없다. 그저 이 순간이 즐겁다"며 "설령 행사장 안에 못 들어가도, 뒤쪽에 설치된 또 다른 스크린 주변에서 응원전을 펼치면 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개최국 시민들의 대가 없는 호의도 이어졌다. 팬 존 앞 골목길에서 길을 잃은 본보 취재진에게 한 가족이 먼저 다가와 안내를 자청했다. 두 딸과 함께 광장에 나온 알마 오르테가(52)는 "축제도 즐기고 외국인도 돕기 위해 나왔다"며 "특히 나와 딸들이 BTS 팬이라 한국인을 더 반갑게 맞이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첫째 딸 말레리아 가르시아(18)도 "9월 미국에서 열리는 BTS 콘서트를 갈 계획이다. 2028년엔 BTS 멤버 슈가의 고향인 대구도 찾을 예정"이라며 활짝 웃었다.

어렵게 찾아 들어간 '팬 페스티벌' 내부는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Con permiso(실례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인파를 헤쳐야 했다. 길을 뚫고 있을 때 갑자기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스크린을 보니 멕시코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피치 위로 입장하고 있었다. 반면 남아공 선수들의 모습이 화면에 잡힐 때는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개회식이 시작된 후에도 분위기는 이어졌다. 참가국 국기 입장 장면에 환호를 보내거나 국가를 떼창하는 장관을 연출했지만, 성조기가 카메라에 비치자 다시 한번 야유를 퍼부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강한 반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곳 시간으로 오후 1시 6분 킥오프에 맞춰 폭죽이 터지자,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여기에 훌리안 키뇨네스의 대회 첫 골이 나오자 팬 존과 광장 일대는 동시에 "키뇨네스"를 연호하며 열광했다. 일부 시민들은 취재진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첫날 두 나라(한국, 멕시코) 모두 승리하자"고 외쳤다. 아침부터 6시간 넘게 응원전을 펼쳤다는 한 시민은 "전혀 힘들지 않다.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소리치며 행복한 여정의 시작을 만끽했다.
과달라하라=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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